기사입력시간 17.02.06 05:26최종 업데이트 17.02.08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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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과 행정직

주객이 전도되면 안된다

[칼럼] 정명관 원장(정가정의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관료제가 강하여 전문직보다 행정직이 권한을 쥐고 있는 나라이다.

하지만 그 분야의 본질적인 일은 전문직이 한다. 행정직의 역할은 전문직이 본업에 잘 종사하여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것이지만 주객이 전도되어 전문직을 관리 감독하려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예를 들어 과학기술 분야만 하더라도 연구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일은 과학기술자가 하는 것이지만 예산 편성이라든지 각종 권한을 총무부나 관리부가 가지고 있어 연구개발부서에서는 연구계획서를 작성하여 연구비 결제를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승진이나 직업의 안정성도 행정부서가 더 뛰어난 경우가 많다.
 
이런 사례는 의료계에서도 대표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의료의 본질은 진료이고, 환자를 진료하는 일은 의사나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가 한다. 또한 환자를 진료하는 일은 매순간 순간이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러므로 양질의 의료를 위해서는 의사나 간호사, 의료기사에게 충분한 권한을 주고 급여를 지불해야 하고 숫자를 늘려서 그들이 환자 한사람 한사람을 제대로 진료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병원이나 의료원이나 보건소 등을 보면 의사나 간호사는 환자 진료하느라 분주하고 식사시간도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반면 행정직은 여유있게 일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것은 기관 별로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의료기관에서 환자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적 행정적으로 지원해야할 조직들이 오히려 의료기관 위에 군림하려 하고 조직을 확대하고 관리 감독에 치중하려는 모습을 종종 본다.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 이야기다. 심평원과 건강보험공단의 역할
 
어차피 준조세로 강제 징수하는 건강보험료를 소득세나 재산세 걷을 때 함께 부과하여 국세청에서 일괄 징수한다면 심사도 전산화가 많이 되어 있어서 예전처럼 건강보험공단이나 심평원의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가 않을텐데 의료기관에서 담당해야 할 건강검진 사후관리를 공단에서 맡으려 한다든지 의료기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려는 등 업무 영역을 넓히려 하면서 인력과 예산을 줄이려고 하지 않는다.

의료기관은 날로 영세해지고 있고, 환자 진료에 토요일도 공휴일도 없이 분주한데 공단과 심평원은 으리으리한 사옥에 예산을 쓰고 여유있게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기관이 환자 진료보다 청구에 더 신경을 써야할 정도로 행정적인 일들도 의료기관에 많이 전가시켜 놓았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한 환자에게 10분을 투자한다고 할 때 환자 진료에 9분을 쓰고 청구작업을 1분 하는 의사는 실수나 누락으로 삭감을 당하기 쉬운 반면 환자 진료엔 1분만 쓰고, 9분 동안 꼼꼼하게 청구 작업을 하는 의사가 이득을 볼 수도 있는 제도이다.
 
공단과 심평원은 의료기관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양질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더 힘써 주었으면 한다.

주객이 전도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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