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사들 "지역·필수의료 근무를 유도하는 구속력 있는 계약·수련과정 도입해야…지역병원 특수성 고려한 재정 지원도"
전라북도 지역 필수의료 서비스 격차 및 인력 부족 현황. 사진=전라북도의사회 김재연 부회장 간담회 발표자료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전라북도의사회가 지역 종합병원장 간담회 과정에서 "일본의 자치의대 모델과 같이 지역·필수의료 의무 복무 기간을 포함해 강력한 지역 정착 메커니즘을 도입하자"는 대안을 전략 과제로 제언했다.
이는 전북 지역의 필수의료 공백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위기 의식에 따른 것으로, '이젠 정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전북대병원, 원광대병원, 예수병원, 전라북도의사회는 21일 '2025년 전북특별자치도 의사회·병원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전북 지역 필수의료 위기 상황과 해법 등을 논의했다.
이날 전북 지역 의료계와 병원장들은 전북 지역·필수의료 몰락이 현실화된 상태이고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
일례로 전북대병원 산부인과는 전공의 정원 5명 중 수련을 하고 있는 인원이 0명으로 사실상 산부인과 명맥이 끊어진 상태다.
또한 예수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는 수년간 0명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전북대병원, 원광대병원 역시 소청과 전공의 모집에서 매번 미달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청과 전공의가 배출되지 않으면서 생기는 문제는 이미 벌어지고 있다. 예수병원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는 2025년 말까지 지정돼 있으나, 24시간 응급의료센터 운영을 위해선 최소 5~6명의 전문의가 필요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인해 현재 4명의 전문의로만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무 중인 인력들의 부담이 매우 크다는 후문이다.
전북의사회 김재연 부회장은 의사회·병원장 간담회에서 "전북 지역은 필수 의료 분야, 특히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응급의료 분야에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는 경영난과 의료기관 폐쇄로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 필수 의료 분야에 남아있는 의사들의 업무 부담은 매우 가중된 상태다. 전북대병원의 경우, 의사 1인당 하루 평균 진료 환자 수는 소아청소년과 4.6명, 내과 9.3명, 외과 6명, 산부인과 5.5명에 달한다. 이는 심각한 과로를 시사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인력 부족으로 진료보조인력(PA)이 31.3%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이는 적절한 관리 및 교육, 감독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예수병원은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지방 지역의 의료 인프라 현실을 반영한 인가 조건 완화를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이런 개별적인 문제점들은 필수 의료 인프라의 전반적인 붕괴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2025년 전북특별자치도 의사회·병원장 간담회에 참석한 양종철 전북대병원장, 서일영 원광대병원장, 신충식 예수병원장, 전북의사회 정경호 회장과 박용현, 이태훈, 김재연, 안진섭, 김경아 부회장 등 모습. 사진=전북의사회
이같은 지역·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으론 지역·필수의료 근무를 유도하는 '구속력 있는 계약 혹은 수련과정'이 제시됐다.
구체적으로 김재연 부회장은 "전북 지역 의료계와 교수들은 증원이 이뤄지더라도 새로운 의대생들이 소청과, 산부인과, 외과 등 기피과로 알려진 필수과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신규 졸업생이 필수적이로 소외된 전문 분야와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구속력 있는 계약이나 전문화된 수련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공의대 설립 시 일본의 자치의대 모델과 같이 의무 복무 기간을 포함한 강력한 지역 정착 메커니즘을 도입해 증원된 의사 인력이 실제로 지역 필수 의료 분야에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며 "동시에 전공의 수련 혁신 계획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지도전문의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근무 환경 개선을 통해 수련의 질을 높이고 인력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단순한 수가 인상률을 넘어, 필수 의료 분야의 고정 비용과 지역 병원의 특수성을 반영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지역 필수의료 기금 조성과 같은 전용 재원을 통해 소아 응급 센터, 고위험 산부인과 등 핵심 부서의 유지와 지역 병원의 시설·장비 현대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간담회엔 양종철 전북대병원장, 서일영 원광대병원장, 신충식 예수병원장, 전북의사회 정경호 회장과 박용현, 이태훈, 김재연, 안진섭, 김경아 부회장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