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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치의제도 기반 일차의료, 해외 유입 전염병 사태에도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는 토대

    ⓶주치의제도 도입 방안-복지부 일차의료정책관실 신설 등 5단계 방안 제안

    [칼럼] 정명관 가정의학과 전문의

    기사입력시간 20.02.25 07:16 | 최종 업데이트 20.02.25 07:16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명관 칼럼니스트] 지난번 칼럼에서 주치의제도 도입이 왜 필요한지를 간략하게 살펴봤는데 그 사이에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모든 의료 이슈를 블랙홀처럼 삼켜버리고 말았다.   

    세계가 한 마을처럼 좁아져 이동이 많고 생태계 파괴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이런 일은 5~6년마다 반복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매번 우왕좌왕할 것이 아니라 든든한 의료체계를 상시적으로 구축해둬야 하는 필요성은 더 증가했다.  

    주치의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안정적인 일차의료는 만성질환 관리뿐만 아니라 해외 유입 전염병 같은 사태에서도 전 국가적으로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또한 일차의료가 든든하게 받침돌이 돼 줘야 입원의료와 응급의료 개혁을 더 쉽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공급체계를 큰 덩어리로 나누면 일차의료, 입원의료, 응급의료로 나눌 수 있다. 재활의료와 장기요양·암 등은 입원의료의 한 분야로 생각하면 된다.  

    일차의료가 든든해지면 입원의료와 응급의료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현재의 불만족스러운 모습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참고로 주치의제도가 잘 정착돼 있는 영국은 응급의료센터 한 곳의 닥터헬기 출동 횟수가 우리나라 전체 닥터헬기 출동 횟수보다 많다고 한다.  

    노파심에서 언급하자면 일차의료의사가 주축이 된 주치의제도는 전문의의 역할을 배제하자는 제도가 아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도 감염내과 전문의나 예방의학 전문의, 응급의학 전문의 등이 전문가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있다.  

    암 전문의와 외과의사도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면서 그 외의 일은 주치의에게로 넘길 수 있어서 더 좋을 것이다. 일차의료의사와 전문의의 역할을 분리해 전문의가 마음 편하게 더 전문의답게 일할 수 있는 제도로 개편하는 것이다.  

    주치의의 역할이나 주치의제도의 효용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하게 언급됐으므로 더 이상 반복하지 않고 주치의제도 도입 방안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  

    여러 의료공급체계는 연관돼 있으므로 주치의제도가 정착하면 병원과 응급실의 역할도 지금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어서 병원이나 응급의료 등도 아주 피상적으로나마 언급하겠지만 주로 일차의료에 초점을 맞춰 보기로 한다.

    어떤 제도를 고쳐나가는 것은 무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혹자는 이것을 대양에서 항해하는 배를 고쳐나가는 것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배를 멈춰서 육지에서 뜯어 고치면 쉽겠지만 바다 위를 항해해 나가면서 개선해야 하니 그만큼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최종 단계의 의료제도 모습을 그리고 현 단계에서 거기까지 어떻게 하면 무리 없이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모색하는 것이다. 최종 단계의 모습은 여러 가지 형태로 그릴 수 있다.  

    여기서는 프랑스식보다는 영국이나 이탈리아 혹은 네덜란드 방식의 좀 더 완전한 주치의제도를 구상해 보기로 한다. 프랑스식으로의 변화는 좀 더 쉽다. 

    위 나라들은 우리나라보다 복지 선진국이면서 의료보장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국가들이다. 단순히 지금보다 의료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해서는 실패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의사 숫자는 한의사를 포함해 인구 1000명당 2.3명이고 OECD 평균은 3.3명(2016년)이다. 영국은 2.8명이다. 영국에선 전체 의사의 약 30%가 주치의가 된다. 주치의 비율이 높은 나라는 전체 의사의 50%가 넘기도 한다. 

    인구 6500만명인 영국에서 주치의가 4만3000명이다. 공동개원이 많으므로 일차의료기관은 전국에 약 9800개가 있다. 이것을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5000만명 인구에 주치의가 전체의사 10만명 가운데 30% 이상인 3만명 이상이 필요하다. 

    그러면 주치의 한 명당 인구 2000명 이하를 돌볼 수 있다. 공동 개원을 장려해 우리도 일차의료기관을 최대 1만개 정도 설립하도록 해 보자. 시골이라면 의사 1~2명이 근무하는 곳도 있을 수 있고 대도시라면 5명 이상 근무하는 곳도 있을 수 있다.    

    250개 기초지방자치단체마다 평균적으로 일차의료기관 40개·일차의료의사 120명씩 배분한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일차의료의사와 일차의료기관의 대략적인 최종 모습이다.  

    다양한 전문의가 개원해 있고 병원급에서 일차의료 업무를 하는 등 역할 분담이 돼 있지 않은 현 상태에서 일차의료의사 3만명이 근무하고 전문의는 2차·3차 의료기관에서 입원의료와 응급의료를 주로 담당하는 최종 단계로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현 상태를 진단해 보자. 우리나라의 전체 의사 숫자는 약 12만명이다(활동 임상의사 숫자는 약 10만명). 한의사 숫자는 2만5000명이다. 

    일차의료기관은 3만 곳이 조금 넘지만 가정의학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일반의처럼 일차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는 대략 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90% 정도의 의원은 의사가 한명 근무한다. 일차의료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기에는 부족한 인력이다.   

    부족한 부분은 개원한 전문의와 2차·3차 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들이 나눠서 맡고 있는 형편이다. 당연하게도 일차의료는 표준화돼 있지 못하다.  

    과별 전공의 숫자는 2019년에 배출한 전문의로 파악할 수 있는데 약 3100명의 전문의 가운데 내과 505명, 가정의학과 330명, 소아청소년과가 216명이다.   

    내과와 소아청소년과의 절반 정도가 일차의료에 종사한다고 억지로 가정하더라도 일차의료전공의는 약 700명으로 전체 전공의의 22% 에 불과하다. 일차의료 정착을 위해서 전공의 정원 조정이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우리가 가야 할 최종 단계에서는 기초자치단체 한 곳당 평균 3명의 의사가 근무하는 일차의료기관 40개(전국적으로 3만명, 1만개)를 두고 기초자치단체 1곳당 전문의 50명이 근무하는 300병상급 병원 2개씩(전국적으로 2만5000명, 500개)을 둔다.  

    마지막으로 광역자치단체 1곳당 의사 500명 이상이 근무하는 1000병상급 병원 3개(전국적으로 2만5000명, 50개)를 둔다. 그 외에 기초자치단체마다 감염병 유행 등에 대비할 공공병원 1개와 노인 환자를 위한 요양병원 2개(각각 1만명, 250개·500개)를 운영한다.   

    응급의료는 2차 병원과 3차 병원에서 규모에 맡게 담당한다. 기초자치단체(시군구)마다 일차의료기관 40개, 2차병원 2개와 공공병원 1개, 요양병원 2개가 있어서 주치의는 일반적인 수술과 입원치료와 요양을 위해 의뢰할 수 있다.   

    심장이나 뇌수술, 암치료 등은 광역자치단체에 3개씩 있는 3차병원을 이용한다. 대부분은 광역자치단체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의료자원을 배분한다. 광역자치단체의 3차병원 가운데 한두 곳을 중증외상센터로 지정한다. 

    변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은 현재 1만명밖에 안되는 일차의료인력을 3만명으로 늘리는 것과 이미 개원해 있는 약 2만여명의 전문의에 대한 대책이다. 제도 변화를 위한 비용이 투입된다면 이 부분에 투입돼야 할 것이다.  

    연간 1조원 이상의 자금 투입과 약 10년에 걸친 계획이 필요하다. 하지만 반드시 그 이상의 혜택으로 돌아올 것이기에 투입해야 한다. 일차의료 개혁은 일차의료 개혁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병원의료와 응급의료와 의료일원화를 포함한 의료인력 공급체계 등이 맞물려서 개혁돼야 한다. 

    일차의료 개혁을 하는 동안 필요한 몇가지 원칙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10년 후 양질의 일차의료인력 공급체계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주치의 보유를 강제화하지 않는다. 
    둘째, 의료일원화 과정을 병행한다.
    셋째, 전공의 정원을 개편하고 병원 수가체계를 개편해 입원전담의 등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의 숫자를 늘린다.
    넷째, 일차의료 수가와 병원 수가를 분리해 수가체계를 개편한다.
    다섯째, 의료의 질 향상과 병원의사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일차의료의사에게도 정년과 의사연금제도를 점차로 도입한다.

    2년 단위로 5단계로 나눠 살펴보자 

    1단계  
    -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의사협회 공동으로 주치의 정하기 홍보를 시작한다. 
    - 보건복지부에 ‘일차의료정책관실’을 신설해 주치의제도 도입사업을 주관한다.
    -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과 학계와 전문가단체와 시민단체가 ‘일차의료개혁위원회’를 결성해 협의체를 만든다.
    - 기초자치단체 혹은 광역자치단체에서 주치의제도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 주치의의 업무 분야를 간단하게 정하고 실제로 주치의를 정하도록 장려한다. 이때 원하는 개원의사는 모두 주치의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 주치의를 정한 환자와 주치의에게는 별도의 보상을 한다.

    2단계 
    - 전공의 정원을 개편해 일차의료 전공의 비율을 매년 조금씩 늘린다,
    - 개원한 전문의로서 주치의로 활동하기를 희망하는 의사에게 소정의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 주치의가 제공해야 할 업무 분야를 명문화한다.
    - 주치의를 정한 환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더 강화한다. 주치의에게 진료 받거나 주치의의 의뢰로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경우 본인부담금 비율에 차이를 둔다.

    3단계  
    - 일차의료 전공의 비율이 30% 이상이 될 때 까지 매년 늘린다.
    - 개원한 전문의를 3분류해 주치의로 활동할 의사, 병원에서 활동할 의사, (안과 등 특정 분야에서) 개원 전문의로 남을 의사로 나눠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 병원에서 활동할 의사의 일자리는 줄어드는 전공의 수와 병원수가 조정과 연동해 병원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한다. 
    - 의료일원화를 진행해 일차의료의사(주치의)로 활동할 한의사와 한방전문의로 남을 한의사로 구분하여 소정의 교육기회를 제공한다.  
    -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을 통합한다. 
    - 세재 혜택 등을 줘 그룹진료를 유도한다.  

    4단계 
    - 지불체계 개편을 시작한다.
    - 일차의료 전공의 수련과정을 표준화한다.
    - 그룹진료를 하는 일차의료기관에서 전공의 수련을 일부 담당하며 그 비용은 보험공단에서 지불한다.
    - 주치의가 제공해야 할 업무를 정하고 주요 질병 50가지에 대한 표준진료지침을 정한다.
    - 주치의 의뢰 없이 전문의 진료나 상급병원 진료를 받는 경우 본인 부담금을 올린다.
    - 개원한 전문의 가운데 약 1만명, 한의사 가운데 약 5000명~1만명이 일차의료의사로 활동 가능하도록 연수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연수시간은 전공과에 따라 적절히 조정하되 한의사 연수시간은 일차의료전공의 수련 기간의 25% 이상이 되도록 한다. 

    5단계 
    - 일차의료 전공의 과정을 수료한 의사만 주치의가 될 수 있도록 한다.   
    - 일차의료 전공의 정원을 전체 전공의 정원의 30% 이상이 되도록 올린다.    
    - 일차의료 전공의는 수련 기간 3~4년 가운데 최소 6개월 이상은 일차의료기관에서 수련을 받도록 한다. 
    - 지불제도와 수가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 전 국민이 주치의를 두도록 의무화한다.
    - 주치의가 제공해야 할 업무를 명문화하고 주요 질병 100가지에 대한 표준진료지침을 정한다.
    - 전문의 진료는 주치의의 의뢰를 통해 이뤄지도록 한다. (일부 개원을 허용한 전문의와 한방전문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
    - 병원은 입원 환자를 보거나 일차의료기관에서 할 수 없는 검사를 하는 역할을 하고 전문치료가 끝나면 주치의에게 회송을 의무화한다.
    - 주치의에게는 등록 환자수에 따라 건강관리비용을 지급하고 성과 지표에 따라 보상을 한다.

    주치의제도로 개혁하는 목적은 양질의 일차의료를 균일하게 제공하자는 데에 있다. 병원이나 의사들 간의 필요없는 경쟁을 지양하고 필수의료를 적정하게 제공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일차의료가 주치의제도로 개혁이 되고 거기에 걸맞게 병원의료와 응급의료체계가 개편됐을 때 코로나19와 같은 신종감염병 사태가 터졌을 경우 지금과 어떻게 달라지는 지 한번 생각해 보자.

    일단, 환자가 신종감염병으로 진단받기 전에 지금처럼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닥터 쇼핑을 하는 경우가 없으므로 감염에 노출되는 인구가 적어지고 역학 조사가 쉬워진다.   

    질병관리본부의 공무원과 감염병전문가들이 주치의에게 정확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고 주치의는 자신이 담당하는 환자에 대해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할 수 있다. 주치의는 자신의 환자들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전화 상담도 가능하고 왕진도 가능하다. 

    또한 주치의가 의심 환자를 지역마다 있는 공공병원으로 보내 진단·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면 민간 병원에 대한 보상 문제로 매번 홍역을 겪을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의 논의가 힘들다고 느껴지는가? 그렇지 않다. 이렇게 변하지 않으면 앞으로 10년 후에 의사도 환자도 국가도 더 힘들어진다. 건강보험이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변화 과정이 복잡하지도 않다. 보건복지부에 일차의료정책관실을 신설하고 건강보험공단이 일차의료 개편에 매년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며 일차의료개혁위원회를 만들어서 운영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순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요한 것은 위기의식과 강렬한 실천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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