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3.23 11:12최종 업데이트 24.03.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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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국민이다...정부는 대한민국 의사들을 노예로 살게 만드는 정책만 내놓을 것인가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꾀하는 방법을  정책이라고 한다. 정부는 지난 20일 의대 증원 2000명의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민국은 헌법에 나타난 바와 같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며 시장경제를 지향하기 때문에 정부는 이에 부합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책(public policy)이란 정부가 공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정하고 수행하는 목적지향적인 행동방침이다. 정책은 정치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국가가 어떤 정치적, 경제적 시스템을 지향하는 지에 따라 정책의 방향과 목표는 크게 달라진다. 

대한민국은 헌법에 나타난 바와 같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며 시장경제를 지향하기 때문에 정부는 이에 부합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정책이 좋은 정책인지 나쁜 정책인지를 평가하는 기준도 이와 정합성을 유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의대정원 증원이 과연 좋은 정책으로 평가될 수 있을까? 

국민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고 올바른 결과를 내놔야 좋은 정책 

그렇다면 어떤 정책이 좋은 정책인가? 첫째, 국민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정책이 좋은 정책이다. 

쉽게 말해 정부가 정책을 통해 시민의 자유를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오면 그 정책은 좋은 정책이다. 반대로 정책을 추진한 결과 시민의 자유가 축소됐다면 해당 정책은 나쁜 정책이다. 그런데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부 혹은 공무원의 재량권(discretionary power)이라고 불리는 '정부의 자유’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시민의 자유를 통제하고 나아가 물리적 폭력과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합법적 기구이다. 제 아무리 세계적인 기업이라 할지라도 물리적으로 시민을 통제할 수 없다. 어떤 영향력 있는 시민단체도 강압으로 시민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 시민을 어딘가에 가라, 마라 할 수 있는 건 유일하게 공권력을 가진 정부뿐이다. 

따라서 정부가 함부로 시민의 삶에 간섭할 수 없도록 정부의 자유를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시민의 자유는 구속당하기 쉽다. 시민의 자유와 정부의 자유는 반비례하는 법이다. 

둘째, 정책의 좋고 나쁨은 정책의 '의도’가 아니라 '결과’에 의해서 평가돼야 한다. 

막스 베버(Max Weber)는 “선한 의지가 항상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며,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선한 의지가 아니라 선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정책학적으로 해석하면 정책은 정부가 무언가 하고자 하는 의도나 목적의지가 전부가 아니라 실제로 집행을 통해 실현하는 작업을 수반한다는 뜻이다. 결국 정책은 정부의 의도를 보고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도가 실제로 효과를 가질 때(effective) 의미가 있는 것이다. 

모든 정책은 좋은 의도에서 만들어진다. 설령 일부 나쁜 의도를 가진 정치인조차도 그를 드러낼 만큼 바보는 없다. 따라서 결과와 관계없이 의도만으로 정책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다. 좋은 정책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오직 좋은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셋째, 모든 정책은 '법의 지배’ 원리가 적용돼야 한다. 

법의 지배(rule of the law)원리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의한 지배를 거부하고 오직 법에 의한 지배를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적법한 정부입법과정을 통해 국회와 대통령이 법령을 새로 만들거나 개정하더라도 해당 법안이 헌법에 명시된 원칙에 어긋나는 경우에는 인정받을 수 없다. 

지역에 의대정원 배정해도 수련받을 병원 턱없이 부족...공공과 필수의료 유인책 부족 

이번 의대증원 인원의 82% 수준인 1639명이 비수도권 대학에 배정됐다. 18%는 경기·인천 지역 대학이 차지했다. 서울 소재 8개 의대는 증원 대상에서 빠졌다. 그러면서 전국 수험생들도 일대 혼란에 빠졌다. 

지금도 서울 수도권 학부모들이 중학교때부터 지방 유학을 준비하고 지방의대 졸업생들이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오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지방의대 증원 발표 이후 지역 인재전형을 위해 지방으로 원정유학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 수도권을 역차별하는 의대 증원 분배정지 처분에 대해 수도권 지역 학부모들이 집단소송을 준비한다고도 한다. 서울 수도권에서는 의대 입시가 하늘의 별따기인 반면 지역에서는 관내 1등급 학생수보다 의대정원보다 남아돈다.

결국 지역 의대 출신자의 서울 지역 의료기관의 차별화한 대우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지금도 서울에서 의사로 살아 남기는 지옥이 따로 없는 무한경쟁 상황이다. 결국 지역 의대 합격생들은 또다시 반수를 결정하고 인서울 의대를 위한 기나긴 수험생의 고난이 기다릴 듯하다. 

지금도 빅5 병원 필수의료 담당 의사들이 지역 출신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지방 의대 정원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나면 교육 부실도 부실이지만, 지역의 수련병원 부족 문제뿐 아니라 이들이 졸업후 지방에 남을 만한 양질의 의료기관조차 없다. 지금도 의료기관마다 환자수가 감소하고 의료원은 저소득층이 어쩔수 없어서 가는 곳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대부분 적자로 정부 지원이 없으면 직원 월급도 못줄 형편이다. 

지역에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인구 감소 지역 증가로 환자가 없어 의료기관마다 적자가 만연한 것이 현실이다. 의사들이 지역에 남아서 일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없어 고용 기반이 없는 상황이다.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의과대학 학생 수를 늘리기로 했지만, 정작 수련할 병원은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점이 문제다. 지역에서 수련 받고 지역 의료기관에서 일할 만한 여건을 갖출 수 있는 의료기관이 지역에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2028년까지 수도권에 6600병상이 증설되기 때문에 여기서 근무할 값싼 노동력을 양성한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가 있다. 

지난 10년 동안 지방의대 졸업생 1만9000여명 가운데 수도권 수련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밟은 비율은 46.7%.에 달했다. 지역에서 의대를 나와도 전공의 수련은 절반 가량이 수도권 병원에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 비수도권 의대는 지역 인재 전형을 40%에서 60%로 늘리겠다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 늘어나는 의사 인력을 공공과 필수의료 분야로 유인할 뚜렷한 대책은 전혀 없다. 결국 정치권은 총선 후 누가 승리해도 지역의사제 도입에 올인할 수도 있다.

의사도 국민이다. 국민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정책이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의사들이 정부의 노예로 살기를 바라는 정책만 나오는 것이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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