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2.23 16:08최종 업데이트 25.12.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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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치료기기 '슬립큐' 불면증 치료 효과뿐 아니라 '환자 만족도' 높였다

충남대병원 안소현 교수 웨비나, 6주 비대면 방식임에도 순응도 높아...임상 지표 개선 외에 만족도도 증가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효과가 나타나니까 더 하고 싶어요." 약물치료를 이어가던 불면증 환자가 디지털 인지행동치료를 경험한 뒤 보인 반응이다. 최근 약물 치료와 대면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의 한계를 보완할 대안으로 디지털 불면증 인지행동치료가 떠오르면서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 '슬립큐(SleepQ)'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22일 메디게이트가 개최한 웨비나에서 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소현 교수는 슬립큐의 효과와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슬립큐는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 1호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로, 웰트가 개발하고 한독이 유통하고 있다. 올해 1월 법정 비급여 항목으로 지정됐다.

불면증은 잠에 들기 어렵거나 반복해서 깨는 증상이 최소 3개월 동안 주 3회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불면 원인은 크게 선행·유발·지속 요인으로 나뉜다. 과다 각성, 민감한 반응성, 지나친 걱정, 주야간 교대 근무, 가족간 수면 주기 차이 등으로 불면 증상이 나타나고, 질병이나 스트레스 등이 상호작용해 증상을 악화한다. 이후 불면에 대한 과도한 걱정과 불규칙한 수면 스케줄, 음주 습관이 더해지면 불면증 지속 기간은 길어진다. 실제로 불면증 환자의 45~75%는 만성 불면증 환자로 알려졌다.

안 교수는 불면의 지속 요인을 교정하기 위한 방법으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를 디지털로 구현한 슬립큐를 제시했다. 인지행동치료는 심리치료의 한 유형으로 우울증, 불안과 같은 정신 건강 문제, 정서적 문제부터 불면증, 만성 통증 등 비정신적 건강 관리에서 활용되는 치료 기법이다.

슬립큐는 이러한 불면증을 개선하는 처방용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불면증 환자에게 ▲수면 위생 ▲수면 제한 ▲자극 조절 ▲인지 재구성 ▲이완 요법 5가지 솔루션을 6주간 제공한다.

첫 주에는 환자의 수면 일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면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개인 맞춤형 취침 시간을 산출한다. 2주차부터는 잠자리 내 수면 외 행동을 제한해 잠자리와 각성의 연관성을 줄인다.

또한 슬립큐는 인지 재구성을 통해 수면에 대한 역기능적 사고를 교정해 불면증을 유발하는 불안을 완화하고, 이완 요법을 통해 교감신경을 억제해 긴장과 불안을 줄인다. 아울러 건강한 수면 습관을 학습하고 수면의 질 개선을 위한 원칙을 지키도록 환자 행동을 중재한다.

안 교수는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 처방을 고려할 수 있는 환자 유형으로 ▲약물 효과가 불충분하거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환자 ▲수면 인지 왜곡이 뚜렷하고 불면증 이해가 낮은 환자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한 환자를 제시했다.

디지털 불면증 인지행동치료(dCBT-I)는 약물 없이도 불면증을 효과적으로 개선하며, 우울·불안 등 흔한 동반 질환 환자에서도 치료 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일기를 통해 수집된 수면 효율(SE)과 수면에 대한 역기능적인 생각·태도를 평가하는 지표(DBAS-16) 역시 유의미하게 개선돼, 생활습관 교정 효과를 입증했다.

슬립큐는 치료 콘텐츠 제공에 그치지 않고, 환자 상담 관리 시스템과 환자 관리 콜센터를 함께 운영해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구조를 갖췄다.

안 교수는 "디지털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는 인지행동치료가 갖는 시간 제약, 낮은 접근성, 숙련된 인력 부족 등 현실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며 "환자 상담 관리 시스템과 콜센터를 통해 환자 불편 사항을 빠르게 피드백하고 사용을 독려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개된 환자 사례에서도 슬립큐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확인됐다. 안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 환자에서 불면증 심각도 지수(ISI)와 DBAS-16 점수는 모두 감소했다. 일부 환자에서는 지표가 증가한 경우도 있었지만, 환자 만족도는 높게 나타났다.

안 교수는 "불면 재발로 재내원한 환자는 잠을 못자서 여기저기 아프다고 호소했다. 해당 환자는 앞서 약물치료를 진행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으며, 더이상 약을 복용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며 "환자의 ISI와 DBAS-16은 증가했지만 역설적으로 만족도는 좋았다. 환자는 효과가 나타나니 더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이완 요법 등 교육 콘텐츠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사례를 언급하며 "기존에 약물 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가 증상 악화 시 약을 증량하기보다 비약물 치료인 인지행동치료를 활용해 불면 증상을 조절했고, 수면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드는 변화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슬립큐의 실제 처방 환경과 비용, 보험 적용 여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안 교수는 "슬립큐는 현재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으며, 의료 현장에서는 20만~25만 원 수준에서 수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G47 불면증 진단 코드를 적용할 경우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하고, 대부분의 실손보험사에서 이를 보장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에 대해서는 "무호흡 진단 코드만으로는 보험 적용이 어렵고, 불면증 코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안 교수는 처방 구조와 의료진의 부담에 대한 질문에는 "슬립큐는 특정 전문과 제한 없이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 코드로 처방할 수 있다. 최초 1회 처방 후 6주간 사용하고, 종료 시점에 효과 판정 수가를 청구하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라며 "내원 주기나 추적 관찰 방식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담당 의사가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면제 복용 환자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약물 치료와 비약물 치료를 이분법적으로 선택할 필요는 없다"며 "슬립큐를 통해 약물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약물 효과가 불충분한 경우 병행 치료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수면 기록 방식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에는 "수면 기록은 잠자는 도중에 입력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침에 주관적으로 평가해 작성한다"며 "초기 수면 제한 과정에서 주간 졸림이 나타날 수 있어 운전자 등은 주의가 필요하지만, 주간 졸림 척도(ESS) 평가와 콜센터·상담센터 운영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치료기기의 한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대면 상담에 비해 정서적 지지는 낮을 수 있지만, 치료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은 환자의 동기와 순응도"라며 "슬립큐 임상 연구에서는 비대면 방식임에도 순응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한편, 슬립큐를 처방하고자 하는 의료기관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실사용 기관으로 등록(https://md.sleepq.ai)해야 하며, 진료과별 제한이나 의료기관종별 제한은 없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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