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한·중 바이오 협력은 전면적 확대보다 비민감·문제해결형·현장실증형 협력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제약바이오 분야는 기술이전·라이선스, 공동상업화·시장접근 등 계약 기반 협력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중국의 자산 발굴·임상·시장접근 역량과 한국의 제조·품질·글로벌 규제 대응 역량은 상호보완성이 있지만, 데이터·검체·지식재산권(IP)·대외 규제 리스크를 고려하면 협력 방식과 범위를 선별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바이오혁신전략팀 윤희정 연구위원은 3일 발간한 '한·중 바이오 협력의 기회와 대응 방향' 브리프를 통해 미·중 전략경쟁과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 재편 속에서 바이오가 산업 경쟁력을 넘어 경제·안보, 외교·통상, 공급망 안정성과 직결되는 전략산업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윤 연구위원은 최근 한·중 관계 복원 흐름과 함께 실버경제, 의료, 바이오제조, 의약품 등 민생협력 분야가 주요 의제로 부상한 점을 언급하며, 중국의 시장·임상·제조 기반과 한국의 플랫폼·품질·규제 대응 역량을 결합하는 상호보완형 협력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오 협력 범위를 ▲실버바이오 ▲제약바이오 ▲바이오제조 ▲의료AI ▲뷰티바이오 ▲푸드바이오 등 6개 정책 분야로 구조화해 제시했다. 이 중 양국의 정책 우선순위와 산업기반, 기술협력 가능성, 시장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버바이오, 제약바이오, 바이오제조, 의료AI를 핵심 분석 영역으로 꼽았다.
특히 제약바이오 분야에 대해서는 한·중 양국의 상호보완성이 비교적 크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일부 첨단 모달리티에서도 경쟁력 있는 기업군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 대비 비교우위는 ADC나 이중항체 자체보다 피하주사(SC) 제형, 장기지속형 약물전달시스템(DDS), 바이오시밀러 개발·생산, 글로벌 규제 대응이 가능한 바이오의약품 CDMO 역량에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중국은 대규모 임상 파이프라인과 환자 풀을 기반으로 자산 발굴과 임상개발 측면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일부 혁신약 분야에서는 임상시험 심사 효율화와 시장접근 제도 개선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윤 연구위원은 한·중 제약바이오 협력은 한국의 플랫폼·제조·품질 역량과 중국의 자산·임상·시장접근 역량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협력 방식으로는 라이선스 거래, 공동개발, 생산연계 협력 등을 언급했다.
다만 우선순위는 선별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산 발굴, 임상개발, 시장접근, 제조·품질관리 역량의 상호보완성이 비교적 크더라도 데이터·검체·지식재산권(IP)·대외 규제 리스크를 고려할 때 기술이전·라이선스, 공동상업화·시장접근 등 계약 기반 협력을 우선 검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자료=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어 제약바이오 협력 유형을 ▲공동연구·플랫폼개발형 ▲기술이전·라이선스형 ▲공동임상·인허가형 ▲생산·CDMO 협력형 ▲공동상업화·시장접근형 ▲지분투자·합작법인·신규독립법인형 등 6가지로 제시했다. 이 중 기술이전·라이선스형과 공동상업화·시장접근형을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높은 협력 모델로 꼽았다.
실버바이오, 의료AI, 바이오제조 등 다른 핵심 분야에 대해서는 비민감 영역 중심의 단계적 협력을 제안했다. 실버바이오는 디지털 돌봄, 재활, 보조기기, 영양·건강관리, 통합돌봄 등 초고령사회 대응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의료AI는 대규모 의료데이터 공동연구보다 의료기기 AI, 영상 진단 보조, 고령자 건강관리, 스마트돌봄 등 제품·서비스의 현지 실증과 성능 검증 중심 접근이 적절하다고 했다. 바이오제조는 합성생물학 기반 협력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생물안보와 이중용도 리스크를 고려해 비민감 산업용 소재, 효소, 발효공정, 스케일업, 품질평가, 응용 실증 중심으로 범위를 좁혀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윤 연구위원은 "중국을 단순한 시장 또는 리스크 요인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분야별 민감도와 상호보완성을 기준으로 협력 가능 영역과 제한 영역을 구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한·중 양자협력에만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 바이오 협력 구조 속에서 한국이 신뢰 가능한 글로벌 바이오 공급자로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