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법률 체계상 애초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한의사 업무범위로 보지 않아…지식·경험이 있는 것과 면허는 별개
인하대학교 심영주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발표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 금지규정이 없다고 해 반대로 허용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인하대 심영주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대회에서 "한의사의 초음파 의료기기 사용이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 대법원 판결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 대법원은 한의사 초음파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판례를 뒤집고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당시 대법원이 명시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용 판단 기준은 ▲관련 법령에서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를 금지하고 있지 않고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이 보건위생상 위해가 되지 않으며 ▲진단용 의료기기 이용행위와 한의학적 의료행위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등의 총 세 가지였다.
이에 대해 심 교수는 애초 우리나라 법률 체계 상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한의사의 업무범위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금지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봤다.
심 교수는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해 금지규정이 없기 때문에 한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논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지규정이 없다고 해 허용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상 관리규정에는 한의사를 두고 있지 않는데 이것은 처음부터 이를 한의사의 업무범위라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의료법 시행규칙상 진료과목의 표시에 있어 치과병원이나 치과의원의 경우에는 영상치의학과가 포함돼 있는 반면, 한방병원이나 한의원의 경우 해당 관련 진료과목이 포함돼 있지 않은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한방 교과과정과 관련해서도 "한방전공의 교과과정에 따르면 한의사 전문의의 경우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진단하는 전문 진료과목이 지정돼 있지 않다. 이는 애초에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와 같은 의료기기를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법제가 형성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게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현재 한의과 대학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의료행위의 전문성 제고의 기초가 되는 교육제도와 과정이 지속적으로 보완되고 강화되고 있다'고 판시한 내용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지식과 경험'이 있는 것과 '면허가 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심 교수는 "자동차 운전면허 소지자가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면허가 취소된 경우 운전을 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은 있지만 운전을 하게 될 경우 법적으로는 무면허 운전이 되는 것과 같다"며 "진료에 있어서도 교육과정에서 특정 지식과 경험을 교육받았다고 해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대법원 판결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한의사인 피고인이 저혈압 환자의 좌측 팔 정맥에 알부민 주사약을 주사한 행위에 대한 의료법 위반 여부가 다투어진 사안이 있었다. 당시 피고인은 한의사이지만 관련 교육을 받고 보건소 공보의로 동원돼 의료업무에 종사했었기 때문에 주사 행위가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래전 판결이지만 해당 판결이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숙련도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혔다. 특히 심 교수는 한방과 의학의 이원화된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판결 자체가 현행 법제에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심 교수는 "대법원 판결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인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는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의 우려가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정도로만 파악하고 있을 뿐"이라며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구체적 판단을 하고 있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의 보조적 활용이 장기간 이어졌기 때문에 해당 사안의 환자에 대해 좀 더 이른 시기에 의사에게 전의하거나 상급의료기관에 전원하는 것을 통해 조기에 정밀검사를 받아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같은 환자에 대해 미치는 위험성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 이 판결 이후로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구체적 사례별로 해석적 논쟁은 사례별로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법원 판결은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을 고려했음에도 이원화된 의료체계를 간과한 것으로 보여지기에 사법적극주의적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법창조적 법해석에 해당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위험성이 완전히 배제됐음이 명백하지 않음에도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한 것으로 법익침해의 위험이 일반적으로 존재할 때 범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추상적 위험범(법익에 대한 위험상태를 야기하는 것만으로 구성요건이 충족되는 범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의료법 목적을 고려할 때 대법원 판결은 바람직한 해석이라 보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해당 판결은 모순적인 해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