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1.30 06:49최종 업데이트 22.11.30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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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시대 개막…다음 후보물질도 승인 대기 중

B형 이어 A형 치료제 내년 초 美FDA 승인 예상…화이자·로슈 등 임상 진행 중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올해 8월 유럽의약품청(EMA)이 세계 최초로 A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를 허가한데 이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세계 첫 B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를 허가하면서 본격적으로 혈우병 유전자 치료 시대를 열었다. 이 외에도 화이자와 로슈 등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몇 년 이내 핵심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FDA는 최근 유니큐어(uniQure)와 CSL의 B형 혈우병 환자를 위한 유전자 치료제인 헴제닉스(Hemgenix, 성분명 etranacogene dezaparvovec)를 승인했다.

B형 혈우병은 단일 유전자 결손으로 인해 발생하는 선천성 출혈성 질환으로, 간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혈액 응고를 돕는 단백질인 응고인자 IX(혈액응고 9인자)의 결핍으로 발생한다. 중등도~중증 B형 혈우병은 혈액응고 9인자를 예방적으로 주입해 결핍된 혈액 응고인자를 일시적으로 대체하거나 보충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이러한 치료 방법은 효과가 있지만, 환자들은 평생 주입 일정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하는 부담감이 크다. 또한, 이 질병으로 인한 통증, 이동 제한, 관절 손상, 자연 출혈 등을 계속해서 경험할 수도 있다.

이러한 환자에게 유전자 치료제를 정맥 주입하면 환자가 스스로 혈액응고 9인자를 생산하게 돼 출혈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임상연구 결과 헴제닉스는 1회 치료로 연간 출혈 빈도를 낮췄고, 94% 환자가 혈액응고 제9인자 결핍 치료를 위한 예방요법을 중단할 수 있게 됐다.

A형 혈우병은 X 염색체 변이로 혈액 내 응고인자 중 제8인자가 부족해 발현하는 출혈성 질환이다. 그동안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어 8인자를 주기적으로 투여하는 일상적 예방요법을 통해 출혈빈도를 감소시켜 치명적인 출혈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바이오마린(Biomarin)의 록타비안(Roctavian, 성분명 valoctocogene roxaparvovec)은 1회 투여로 환자 스스로 8인자를 생산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투여 2년 후 효능 데이터에 따르면 대부분 환자에서 8인자 활성을 유의하게 증가시켰다. 출혈률은 85% 줄었고, 환자 대부분에서 8인자 예방요법을 중단할 수 있었다.

바이오마린은 2020년 FDA에 록타비안 허가신청서(BLA)를 제출했으나 약물지속성(durability)에 대한 우려 등으로 치료 효능을 입증한 추가 임상 데이터를 요청받았다. 같은해 유럽에서도 1년치 임상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승인받지 못했다.

그러나 자료 보완을 통해 유럽에서는 올해 8월 조건부 시판 허가를 받았다. 이어 10월 FDA에 다시 BLA를 제출했고, 승인 여부는 2023년 3월 31일까지 결정된다. 바이오마린은 원래 3상 GENEr8-1의 6개월 중간 데이터와 소규모 1/2상 3년 데이터를 제출했으나 다시 제출된 BLA에는 GENEr8-1의 2년 데이터와 1/2상의 5년 데이터, 임상 참가자에 대한 장기 모니터링과 리얼월드(real world) 레지스트리 연구 계획을 포함시켰다. FDA는 11월 자문위원회를 열지 않겠다고 밝혔고, 조만간 제조 시설에 대한 실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헴제닉스와 록타비안 다음으로 승인이 예상되는 약물은 화이자(Pfizer)와 로슈(Roche)의 PF-06838435(성분명 Fidanacogene elaparvovec)다. PF-06838435는 로슈에 인수된 스파크 테라퓨틱스(Spark Therapeutics)가 개발한 B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로, 2014년 체결한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화이자가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가지고 있다. 현재 3상 임상시험인 BENEGENE-2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 1분기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FDA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2024년 FDA 승인을 노리는 또다른 후보물질로는 영국 프리라인 테라퓨틱스(Freeline Therapeutics)의 B형 혈우병 치료제 FLT180(성분명 verbrinacogene setparvovec)이 있다. 용량을 정하기 위한 1/2상 B-LIEVE에서 긍정적인 초기 임상 데이터를 확인했다. 올해 7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발표된 1/2상 B-AMAZE 장기 데이터도 긍정적이었다. 프리라인은 내년 초 3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는 상가모 테라퓨틱스(Sangamo Therapeutics)로부터 도입한 A형 혈우병 치료제 PF-07055480(성분명 giroctocogene fitelparvovec)에 대한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3상 AFFINE 연구는 2021년 혈전증 우려로 일시 중단했으나 올해 9월 모집을 재개했다. 2024년 상반기 핵심 데이터 판독이 예상된다. 또한 12월 열릴 미국혈액학회 연례학술대회(ASH 2022)에서 1/2상 Alta 연구의 3년 추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로슈는 스파크를 인수하면서 A형 혈우병 치료제 RG6357(SPK-8011)과 RG6358(SPK-8016)을 확보했다. 두 후보물질 모두 1/2상 단계다. 이 중 RG6357에 대해서는 ASH 2022에서 5년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며, RG6358 데이터는 내년 중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다양한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가 개발되며 환자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고 있으나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그 중 하나는 가격이다. 비록 단 한 번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으나 널리 사용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헴제닉스는 미국 약물경제성평가 비영리연구소 ICER의 권장 가격 300만 달러보다 높은 350만 달러(약 46억5000만 원)로 책정되면서 미국에서 가장 비싼 유전자 치료제로 이름을 올렸다. 블루버드 바이오(Bluebird Bio)의 스카이소나(Skysona)와 진테글로(Zynteglo)는 각각 300만 달러와 280만 달러, 노바티스(Novartis)의 졸겐스마(Zolgensma)는 210만 달러 수준이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승인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록타비안 역시 초고가 의약품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ICER는 보고서 초안에서 록타비안의 적정 가격으로 200만 달러(약 26억6000만 원)를 제시했다. 유럽에서는 현재 출시가 진행 중으로 가격은 150만 유로(20억6000만 원) 정도로 추측된다.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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