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7.23 12:00최종 업데이트 18.07.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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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난임사업에 안전성 불분명한 한약재 포함? 한의약 육성정책 재고해야"

송재윤 교수, 의료정책포럼에 '지방자치단체의 한방 친화 행보와 문제점' 보고서 발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한방난임사업 처방에 사용된 한약재 중 일부는 임신 중 안전성에 대한 정보가 불분명한 약재들이었다. 서울시 등 지자체는 안전성과 효과성 검증되지 않은 한의약 육성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송재윤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송재윤 교수는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한 계간 의료정책포럼 '지방자치단체의 한방 친화 행보와 문제점' 주제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특별시의회는 지난 3월 7일 '한의약 육성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는 한의약 육성을 위해 기술의 과학화, 정보화, 육성계획 수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한의약을 활용한 건강증진 및 치료 사업’, ‘기타 시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의 항목이 추가돼 있다. 

송 교수는 "최근 한방 관련 지원사업을 시행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라며 "매년 한방난임사업에서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으나 적절한 연구디자인을 적용하지 않은 채 단순 비교 수치만을 나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에 따르면 ‘한방 난임 지원사업’ 결과 자연임신율(21.5-27.6%)은 국외 문헌의 원인 불명 난임 여성(한방 난임 사업 대상자와 유사)의 자연임신율(20-27%)와 유사한 정도에 그쳤다. 또한 특성이 유사한 대조군에 비해 더 우월한지 여부에 대한 비교, 대조 연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외 문헌에서 정상 임신이 가능하지만 1년 이상 난임 경험이 있는 여성을 관찰했을 때 임신을 위한 교육만으로도 38%의 자연임신율을 보였다.

그는 "부산시의사회는 한방난임치료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서울시의회는 과학적, 체계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질병을 예방, 치료한다고 주장했다. 검증되지 않은 한약재를 투여하는 것이 진정 건강증진인지에 대해 우려를 표했으나 그 의견 역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14, 2015년도 한방난임사업 처방에 사용된 63가지의 약재를 검토했을 때 계피, 도인, 백출, 인삼, 청피, 황금 및 황기는 임신 중 사용시 기형을 증가시키는 약물로 보고됐다"며 "임신 중 사용이 금기시 되거나 권장되지 않는 약재가 13종, 심지어 자연유산을 증가시키는 약제 9종이 해당됐다. 건강, 계피, 당귀, 반하, 백출, 숙지황, 신곡, 육계 및 의이인(율무의 종자)이 해당됐고 나머지 47종의 약재의 경우 임신 중 안전성에 대한 정보가 아예 불분명한 약재들이었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한약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는 감초의 경우에는 임신 중 노출이 출생아의 아이큐(IQ) 감소, 주의력 부족 행동 과다장애(ADHD)의 증가와 연관이 있다고 보고됐다"며 "임신 중의 한약 복용은 그 효과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성 역시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방 진료가 의학적, 과학적으로 적합한 의료행위인지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객관적이지 않은 근거만으로 과학에 기반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중국 중의사들의 의료행태를 들여다보면 과연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도 될 지 큰 의문이 든다"고 했다.

단적인 예로, 한 중의병원의 중의학 응급진료방법에 ‘돌연사 치료에는 창공산을 피부에 발라 정신을 차리게 하고 환혼산을 먹인다’, ’풍약을 콧구멍을 통해 인후로 흘려 넣어서 파상풍을 치료한다’, ’익수한 자는 갈대에 불을 붙여 연기를 죽은 자의 코와 입안으로 조금 들어가게 하면 살게 된다’ 등 터무니 없는 고대 서적의 치료법을 응급질환에 대한 중의학적 치료법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전통적 한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한방전문의란 ‘서양의학적인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다시 한방의학을 충분히 습득해 적합한 한방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의사’라고 정의하고 있다. 

송 교수는 "일본은 한방 치료를 기본적인 의학적 지식을 갖지 않으면 함부로 행할 수 없게 규제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한방 약제 및 한방치료를 막을 수 있는 기본적인 제도가 뒷받침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의회의 한방치료 지원은 시민들의 건강과 공공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행태이다"라며 "서울시는 한의약 육성 관련 사업 전반에 걸쳐 충분한 안전성과 효과성 검증이 되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사업의 문제점을 바로 알고 불필요한 사업에 세금이 낭비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며 "몇 가지 사업의 시정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다. 한방의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인 치료에 대한 근본적인 평가 및 제도적 규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송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의료계의 진심 어린 목소리를 단순 이기주의로 폄하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줄이고 국민들의 건강 증진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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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란 기자 (mrkwon@medigatenews.com)제약 전문 기자.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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