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3.20 06:36최종 업데이트 20.03.2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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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 초대된 백신회사들...DNA·RNA·재조합 백신 중 어느 백신이 나를 코로나19에서 지켜줄까?

[칼럼] 배진건 배진(培進) 바이오사이언스 대표·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지난 3월 2일 월요일 백악관에서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주관한 ‘COVID-19(코로나19) Task Force’ 회의가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명의 바이오파마 대표들의 이야기를 다 들은 뒤 'What’s your timing here?'라는 질문을 던졌다. 특히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무엇보다 스피드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을 알려주는 질문이다.

코로나19 대책회의에 누가 참석했는지만 봐도 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 'Endpoints News, EN'이 보도한 순서대로 참석자들을 소개하겠다.

먼저 모더나(Moderna)의 스테판 밴슬(Stéphane Bancel) 대표가 참석했다. 모더나는 임상1상을 바로 시작하기 위해 그들의 'mRNA 백신'을 미국 국립보건원(NIH)으로 보냈다.

재빠르게 항체를 개발하고 있는 리제네론(Regeneron)의 렌 슐라이퍼(Len Schleifer) CEO, 이미 렘데시비르(remdesivir)로 2개의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는 길리어드(Gilead Sciences)의 다니엘 오데이(Daniel O’Day) CEO도 참석했다.

GSK, J&J와 사노피(Sanofi)는 전통적인 백신 개발 회사를 대표했다. 화이자(Pfizer)는 항바이러스 물질을 스크린하겠다는 것 외에는 없지만 가장 큰 제약회사이니 뺄 수는 없었나 보다.

작은 회사인 노바백스(Novavax)와 이노비오(Inovio)가 초청돼 그들의 기술을 설명했다. 특히 많은 한국인들의 자랑거리(?)인 이노비오의 조셉 킴(Joseph Kim)이 (아직 전임상 단계에 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의 세계 일등이라고 자랑했다. 그를 소개한 EN의 영어표현이 너무 재미있다. 'Johnny-on-the-spot when it comes to infectious disease'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름'이라는 표현이다.

EN이 소개하지 않은 한 작은 유럽 회사가 있다. 바로 RNA 백신의 선구자인 독일 큐어백(CureVac)의 다니엘 메니헬라(Daniel Menichella) CEO다. 

주목할 만한 것은 백악관에 초청된 10개의 제약바이오 회사 중 무려 7곳이 백신개발 회사라는 점이다. 그만큼 백신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필히 빠르게 개발해야 코로나19를 물리칠 수 있다는 미국의 생각이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NIAID)의 디렉터인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박사가 미 보건성(HHS) 장관인 알렉스 아자르(Alex Azar)와 함께 그 회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그런 의미를 더한다.

노바백스의 1월 26일 발표에 의하면 고유의 단백질 재조합(recombinant) 나노기술 플랫폼을 이용해 ‘SARS-CoV-2’ 바이러스 표면 스파이크의 다른 단백질 항원을 만들어 여러 백신 후보물질을 갖췄다. 현재 동물실험에서 이 후보물질들의 효과를 관찰하고 있으며 빠르면 5~6월에 임상실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발표했다.

노바백스는 항원보강제 기술을 소유하고 있어 백신만 사용했을 때보다 감염에 더 강하고 더 오래 지속될 수 있게 한다. 면역 반응을 강화하기 위해 인삼에 많이 존재하는 사포닌 기반의 ‘Matrix-M™’을 사용해 더 큰 항원보강 효과를 기대한다.

노바백스가 특히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유는 지난 몇 년 간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를 타겟으로 일했던 탁월한 경험 때문이다. 노바백스는 바이러스 표면에 위치한 스파이크 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하는 항체를 개발해 숙주세포를 감염시키지 못하게 하는 원리로 에볼라(Ebola)와 메르스(MERS) 치료에서 효과를 증명했다.

또 아직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는 신생아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대한 백신인 레스백스(ResVax)와 4세대 인플루엔자를 치료한 나노입자 백신인 ‘나노플루(NanoFlu)’도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2월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더나가 매사추세츠의 제조공장에서 제조한 SARS-CoV-2 백신시료를 메릴랜드 베데스다에 있는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NIAID는 건강한 사람 20명~25명을 대상으로 두 번의 주사가 안전하고 또 전염을 방지하는 면역력을 생성하는지에 대한 임상1상을 예정보다 빠르게 3월 16일 첫 투약을 시작했다.

기술 발달로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개발 시간이 단축되고 있기에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모더나가 신종 코로나의 백신개발에 나선 건 중국이 신종코로나의 유전자 서열을 발표한 지난 1월 11일 후 단지 이틀 뒤로 NIAID와 협의 후 후보물질 mRNA-1273의 염기배열을 확정지었다. 빛의 속도다.  

기술 발달로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개발 시간이 단축되고 있기에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모더나가 신종 코로나의 백신개발에 나선 건 신종 코로나의 유전자 서열을 확인한 지난 1월 중순이다. 

이런 작은 치료백신 회사들이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는가? 바로 전염병대비혁신연합(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 CEPI) 덕분이다. 전염병의 발생은 잠재적인 위협이기 때문에 시장 형성이 되지 않기에 상업적 매력이 없다. 그러나 2014년 에볼라가 퍼질 때 의료진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에볼라 창궐은 백신의 사전개발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CEPI는 2017년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공동 설립했고, 65억 달러의 자본금으로 주로 저개발국에서 유행하는 감염병 예방 및 치료 백신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앞으로 다가올 잠재적인 전염병의 위험에 대비해 백신의 사전개발 및 비축을 위한 연합연구집단(CEPI)으로 출범했다.

CEPI는 SARS-CoV-2가 창궐하자 재빠르게 백신 치료제 개발을 위한 1억 2500만 달러 펀딩으로 ‘COVID-19 Therapeutics Accelerator’를 런칭했다. 그리고 투자 대상으로 지난 2월 큐어백, 이노비오, 모더나가 먼저 선정됐고 이어 3월 노바백스와 옥스퍼드대학이 선정돼 투자 총액은 2307만 달러에 이른다. 치료백신을 개발하는 작은 회사들인 큐어백, 이노비오, 모더나, 노바백스 모두 CEPI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기에 백악관 ‘Task Force’ 회의에 초대받은 손님이 되었다.

이노비오는 DNA, 큐어백과 모더나는 RNA백신을 만든다. 어느 백신 조제 방법이 우월성을 가질까? 과거에는 RNA를 다루는 것보다는 생물학적으로 좀 더 안정한 플라스미드(Plasmid) 상태의 DNA를 다루는 것이 편리했고, 대장균에서 플라스미드를 생산하는 것이 RNA를 만들기 위해 시험관내 전사(in vitro transcription)을 수행하는 것보다 비용 및 효율적인 면에서 유리했다.

그러나 실체가 잘 드러나 있지 않던 RNA는 2000년 대에 새로운 기능이 점차 밝혀지면서 ‘RNA World’가 됐다. 다국적제약사들이 RNA를 이용한 RNAi, miRNA, 압타머 그리고 효소처럼 작용하는 리보자임(Ribozyme) 등 많은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RNA 백신과 DNA 백신 중 어느 방법이 더 안전성이 높을까? RNA 백신은 그 특성상 DNA 백신처럼 mRNA 전사를 위해 반드시 핵으로 들어가야 할 필요없이 세포질 내에서 바로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다(위 그림).

따라서 핵 내에서 숙주의 염색체 내로 끼어들 가능성이 없기에 RNA 백신은 DNA 백신에 비해서 인체에 대한 안전성이 우수하다. 또한 RNA 백신은 세포 안에 전달하게 되면 짧은 기간 활성화되어 타겟 단백질을 발현하게 되고, 수일 안에 RNAase 반응으로 파괴된다. "치고 빠지기(hit-and-run)" 특징 때문에 RNA 백신은 DNA 백신보다 안전하게 인체에 적용 가능하다.

2000년 큐어백을 창설한 잉마르 호에르(Ingmar Hoerr)가 튜빙겐대학의 대학원생일때 진행한 하나의 실험이 바로 RNA 백신으로 변화하는 우연한 계기가 됐다. 그 당시 주류를 이루며 유행했던 DNA백신 개발을 위해 면역작용을 조사하기 위해 그가 디자인한 DNA를 쥐에 주사했다. 호에르는 대조군으로 같은 디자인을 RNA로 바꾸어 주사했다.

DNA는 이중나선으로 안정한 반면 RNA는 하나의 나선이기에 RNAase 반응으로 곧 파괴될 것이기에 대조군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면역작용의 ‘readouts’을 봤을 때 RNA를 주사한 쥐가 더 좋은 면역작용을 보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DNA와 RNA를 잘못 주사한 줄 알고 다시 실험했지만 RNA가 더 우수한 결과를 얻었다. 그는 졸업과 동시에 바로 RNA 백신을 만드는 큐어백이란 회사를 창립했다.

큐어백을 두고 미국과 독일 정부가 대립하고 있다는 뉴스가 17일 나왔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 회사에 최대 10억 달러(약 1조 2500억 원)의 자본을 대는 조건으로 연구결과에 대한 독점적 권리 보장을 원하자 독일 정부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고 양국 언론이 잇따라 보도했다.

큐어백은 별다른 배경 설명 없이 CEO를 다니엘 메니헬라에서 창립자 잉마르 호에르로 교체한다고 11일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CEO 교체 배경에 양국 정부의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백신을 구하려고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오직 미국을 위해서만 그러고 있는 것인가? 이런 갈등은 인류보다 자국민의 건강을 위하여 미국과 독일이 RNA 백신 패권주의 경쟁을 벌이는 것 같다. 이런 뉴스를 보며 나도 RNA 백신에 한 표를 던진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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