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5.23 08:31최종 업데이트 24.05.2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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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병원 평균 손익률 -7.1%...전공의 이탈 이후 존립 위기 처한 대형병원

수가협상 앞두고 종별 환산지수 역전 현상 개선 강조…필수의료과 전문의, 개원가 이탈 심화 지적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부회장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전공의에 의존하던 대형병원들이 전공의 진료현장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병원협회는 대형병원의 위기는 곧 의료체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2025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에 현 병원계 위기가 적극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2일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장인 송재찬 상근부회장이 건보공단‧심평원 전문기자단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재정적자 위기에 병상 축소, 무급휴직까지…비용 증가에 2023년 적자 폭 늘어

이날 송 부회장은 최근 대형병원의 경영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송 부회장은 "일부 병원들은 재정 적자를 막기 위해 병상을 축소하고, 일부 의료인력에 대해 무급 휴직 등의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간호사의 경우 올해 채용하기로 한 간호인력이 아직 현장으로 투입되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파생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가 이어진 지 벌써 3개월이 됐다. 앞으로 현 상황이 더 길어지면 대형병원조차 존립에 의문이 생기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최악의 상황이 오면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 현 의료체계 자체가 흔들리게 되는 위급한 상황이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병원협회는 매년 법에서 정해진 방식대로 환산지수 계약을 하는 수가협상에 올해의 특수한 상황들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 부회장은 "물론 수가협상 제도 자체가 현재와 미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해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있다는 점에서 수가협상과 관련한 법과 관례들이 깨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현재의 위기를 고려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병협은 지난 3개월 동안 이뤄진 병원계 경영 상황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 공단 측에 전달할 계획으로 나타났다.

송 부회장은 2022년에 비해 2023년도 병원 경영이 대부분 적자였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적자가 늘어난 것은 진료비 수입이 줄었다기보다는 의료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인건비, 재료비 등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 병원 경영에서 비용 증가를 감당할 수 있는 수가 인상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협에 따르면 2023년 병원급 의료기관의 의료 수입은 3.2% 증가했으나 의료비용은 6.6% 증가했으며, 2022년 평균 손익률은 –2.9%였으나 2023년은 –7.1%로 나타났다.

환산지수 역전 현상으로 왜곡 발생…"필수의료 전문의 개원가로 유출"

특히 병원협회는 매년 지적해 온 종별 환산지수 역전 현상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2014년부터 의원과 병원 간 환산지수가 종별가산율 적용으로 인해 수가 역전현상이 발생했고, 2015년에는 의원과 종합병원 간 역전 현상이, 2020년부터는 의원과 상급종합병원 간 역전 현상이 차례로 발생했다.

송 부회장은 "환산지수 역전 현상이 점점 심화되면서 상급종합병원조차 종별 가산을 반영하더라도 의원급에 비해 수가가 떨어지고 있다. 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특히 병원급은 동일한 행위를 해도 의원급의 90%밖에 못 받는다"며 "동일 행위가 의원급에 더 보상이 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합리적인 현상은 아니며, 꼭 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은 환산지수 차이가 수십 년간 누적되면 발생한 결과다. 이번 수가협상에서 근본적, 제도적 개선까지는 어렵더라도 최소한의 격차를 완화하는 방향성을 만들어가는 기점이 돼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병협이 이토록 환산지수 역전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의원급 수가가 병원을 앞지르면서 병원에 종사해야 할 의료인력이 개원가로 빠져나가는 유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병협은 병원급 이상에서 근무하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개원가로 유출되고 있는 사례를 들었다. 

송 부회장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중 의원급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2020년 130명이었는데, 3년만인 2023년 4분기에 의원급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260명으로 늘었다"며 "사실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의원급에서 근무하기 어려운 직군이다.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도 이 같은 개원가 유출 현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역시 개원가로의 유출이 증가하면서 2023년 4분기 병원급에 종사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수는 2730명, 의원급에 종사하는 전문의 수는 2474명으로 거의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부회장은 "사실 중증도 높은 병원에서 필수의료 업무에 종사해야 할 인력이 의원급으로 유출되는 현상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며 "이러한 왜곡이 환산지수 역전 현상으로 인해 기인하는 만큼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산지수 유형별 차등지급 적용…"근본 대책 아냐"

한편 병협은 대한의사협회가 제기하고 있는 환산지수 유형별 차등지급 적용에 대한 우려에 공감을 표했다.

송 부회장은 "정부가 환산지수 차등 지급으로 인해 얻고자 하는 효과는 원가를 반영한 상대가치 점수의 개선 등이 우선돼야 할 문제다. 환산지수를 쪼개는 등의 작은 부분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환산지수를 일괄적으로 인상하는 대신에 상대적으로 원가 보상률이 높은 검체‧기능‧영상 환산지수를 세분화해 동결하거나 낮추고, 대신 이렇게 확보한 재정을 원가 보상율이 떨어지는 소아·필수의료 분야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 부회장은 "전체적인 계획을 수립한 다음에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정부는 주된 수단은 내버려두고 부수적인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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