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2.06 12:10최종 업데이트 20.02.0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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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레이 확인 전 기도삽관한 응급의학과 의사 무죄"...법원, 응급의료 특수성 반영

"산소포화도 급격히 줄어 당장 기도유지 필요"...1심 유죄 판결 뒤집혀 응급의학회 환영 입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법원이 엑스레이 등 진료기록을 확인하지 않고 기도삽관을 진행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2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위급한 상황에서 의무기록 확인보다 기관삽관을 우선시했던 의료진의 판단이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특히 응급의학회 등 의료계는 이번 판례가 그동안 응급의학에 대한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던 법률적 판단의 변화 계기로 평가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6일 2014년 모 대학병원에서 발생한 급성 호흡곤란 환자의 사망사건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1심을 뒤집고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선 1심 재판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전공의의 과실을 인정하고 각각 금고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이들 의료진이 환자의 병명이 급성 후두개염이었음에도 이를 급성 인두편도염으로 오진해 신속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엑스레이와 문진기록 등을 확인하지 않은 점이 과실로 인정됐다.

사건 당시 의료진은 환자의 호흡곤란 증상이 악화되자 기도삽관을 시도했다. 그러나 목의 부종 탓에 실패하고 직접 목 주위를 절개하는 윤상갑상막절개술을 시도했지만 환자는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뇌사상태에 빠져 7개월 뒤 사망했다.

법원은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구두로만 피해자의 증상을 보고받고 문진기록과 진료차트, 엑스레이 사진 등은 확인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병명을 잘못 판단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진 측은 사건 당시 상황이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료진 측 변호사는 당시 법정에서 "응급상황에서 엑스레이 사진 등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업무상 과실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료진 측의 주장은 2심에서 받아들여졌다.

2심 재판부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처음 환자와 대면했을 때 이미 피해자의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줄어들어 당장 기도유지가 필요한 위급한 상황이었다"며 "이에 따라 정확한 진단을 내릴 겨를이 없이 곧바로 기관삽을 결정하고 시전한 것은 과실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은 "따라서 응급 상황에서 기관삽관 전 의무기록이나 엑스레이를 확인하지 않은 점도 과실로 볼 수 없다"며 "고려대병원장, 대한의사협회 등의 감정회신 결과도 13분 내에 기관삽관을 성공해 환자에게 산소가 우선 공급되게 한 점은 당시 의료수준에 미달하거나 의사에게 요구되는 일반적인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법원이 응급의료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판결 직후 이경원 응급의학회 대외협력이사(강동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응급의료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응급의학회 회원들의 걱정이 많았다"며 "이 때문에 학회 차원에서 1000명 이상의 탄원도 진행했다. 무죄가 선고된 2심 판결은 법원이 응급의료의 특수성을 어느정도 이해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무죄 판결을 받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병원에서 이런 일을 겪고 심적으로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응급의학과 현실이 아직까지 녹록치 않다"며 "나 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응급의학과에서 일하면서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법원에서 이번 판단을 계기로 앞으로도 올바른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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