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05.24 05:49최종 업데이트 16.05.24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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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의료의 10가지 특징

한국 의사들이 말하는 현지 일차의료




쿠바는 사회주의국가지만, 우리에게 여러 환상을 심어준다.
 
혁명의 아이콘이 돼버린 체 게바라부터, 멋진 휴양지에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이 제시한 '진짜배기' 음악까지…
 
 
거기에 빠질 수 없는 게, 쿠바의 일차의료다.
 
넉넉잡아도 미국의 1/5이 안되는 1인당 국민소득을 가지고, 쿠바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영아사망률과 평균수명을 달성한 의료를 이룩했다.
 
의료 질이 절대적으로 높은 것은 아니지만, 쿠바 의료 시스템은 효율성 좋은 엔진을 과시한다.

 
<사진 출처 : lemerg.com>

 
하지만 쿠바 의료에 긍정적인 평가만 따르는 것은 아니다.
 
사회주의 국가가 제시한 지표 자체의 신뢰성, 그리고 넉넉한 의료인을 외화벌이로 활용하는 '의료외교'에 대한 비난 또한 있다.
 
이런 명과 암이 존재한다는 전제를 깔고, 쿠바 의료에 관한 심포지엄 내용을 소개할까 한다.
 
지난 주말 가정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 있었던 '평범함이 특별한 이유 : 쿠바의 가정의학'이란 세션이다.
 
이 세션엔 쿠바 의료를 연구하거나, 짧게나마 현지 의료를 체험해 본 국내 의료인들이 쿠바 의료의 현황을 소개했다. 
 
 

1. 쿠바 클리닉엔 가격표가 붙어있다?
 
쿠바 의료기관의 환자 대기실엔 시술 별 가격이 매겨진 안내판이 붙어있다.
 
공공의료를 표방하고, 환자 개인부담비가 없다고 알려진 사회주의 국가에서 왜 그런 걸까?
 
이 가격 안내판은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 가격표를 통해 환자들은 본인이 국가로부터 받는 의료 서비스의 사회적 가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2. 쿠바 일차진료의 근간 : 콘술또리오(Consultorio)와 폴리클리니코(Policlinico)
 
콘술또리오의 외관과 내부 모습<사진 출처 :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쿠바 일차의로는 콘술또리오(Consultorio)와 폴리클리니코(Policlinico)라고 알려진 의료기관이 담당한다.
 
콘술또리오(Consultorio)는 반경 1km에 거주하는 지역주민 1000~1500명을 관리하는 외래를 보는 오피스이다.
 
일반적으로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에 의해 운영되며, 의사가 방문 진료(왕진)를 할 땐 간호사가 담당한다.
 
폴리클리니코(Policlinico)는 수십 개의 콘술또리오를 하나로 묶는 상위 기관이다.
 
폴리클리니코는 일반적인(General) 진료뿐만 아니라 전문 진료가 가능하며, 재활시설이나 교육공간까지 갖추고 있다.
 
콘술또리오 의사들은 자기 담당 환자를 폴리클리니코에 입원시켜 진료하기도 하고, 돌아가며 폴리클리니코 응급실의 당직을 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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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크리니코의 외관과 내부 모습<사진 출처 :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3. 쿠바의료의 의료전달체계
 
콘술또리오는 간단한 외래 오피스의 모습인데, 보통 의사는 거기에서 오전 동안 외래 환자를 보고, 오후엔 방문서비스를 한다.
 
의사가 왕진을 위해 콘술또리오를 비우면 같은 지역 환자들은 다른 콘술또리오나 폴리클리니코를 방문하는데, 대게는 가장 가까운 곳을 찾는다고 한다.
 
폴리클리니코는 여러 전문의가 모여 필요한 진료를 하고, 응급으로 환자를 보기도 한다.
 
환자가 야간에 아프면, 주로 폴리클리니코를 찾는다.
 
다양한 세부 전문의들은 폴리클리니코에 일정 기간 모여 환자를 컨설팅해주고, 필요하면 더 큰 병원으로 옮겨 관리한다.
 
만약 환자들이 작은 질환으로 큰 의료기관을 찾아가면, 의사들은 콘술또리오로 다시 돌려보낸다고 한다.
 
내시경처럼 특별한 시술을 할 수 있는 의사들은 가끔 다른 폴리클리니코를 방문해 해당 술기를 시행한다.
 
 

4. 꼼꼼한 가족챠트(Ficha Familiar)
 
콘술또리오에서 관리되는 지역정보와 환자의 정보를 담은 차트들<사진 출처 :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콘술또리오의 환자 챠트는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정보도 같이 기록돼 있다.

여기엔 가족의 질병 상태와 더불어 주거 환경이나 정신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의 가족력 등이 포함돼 있다.
 
거주상태 정보는 단순히 어디에 사는 것만 확인하는 게 아니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주 공간의 구성요소들, 예를 들면 '햇빛이 잘 드는지', '몇 층인지 혹은 지하인지', '몇 명이 같이 사는지'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 기록한다.
 
손때 묻은 수십 년 된 패밀리 챠트는 디지털화되진 않았지만, 체계가 잘 잡혀있다고 한다.
 
담당 의사는 진료기록을 다른 의사들과 공유하는 데 익숙하다.
 


5. 일차진료 의사
                                                 
<사진 출처 :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13만명이 넘는 쿠바 의사 중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가정의학과 의사는 약 10% 정도로, 이들은 3년 수련을 거쳐야만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이 주어진다.
 
가정의학과 의사는 대게 오전에 20명 정도 환자를 보고 오후엔 왕진을 한다.
 
1명의 환자에 1시간씩 진료하는 경우도 있지만, 초진이 거의 없는 관계로 환자 상태에 맞게 진료 시간을 할애한다고.
 
환자 진료는 'Family Doctor and Nurse Program'이라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시골이나 도시 모두 진료 프로토콜이 똑같다.
 
왕진은 꼭 가정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며, 만성질환 환자가 입원하면 해당 병원에 가서 차트를 요구해 환자 상태도 살펴보고 '퇴원 후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6. 쿠바 정부의 산모와 소아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산모에 대한 정기적인 산전 검사 스케줄이 정해져 있고, 중간에 이상이 생기면 진찰 빈도가 늘어난다.
 
산전 검진에선 산모와 태아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족적인 문제도 관심의 대상이다.
 
계획된 임신인지, 태아가 태어나면 환영받는 아기인지, 가족들과도 상담을 지속해서 진행한다.
 
태어난 아이 역시, 설령 건강하더라도 생후 1년까진 의사를 최소 14번은 만난다.
 
그리고 분만 후에도 엄마가 아이를 보는 방법은 적절한지, 아이를 제대로 안고 있는지, 목욕 씻기는 방법은 제대로 아는지를 확인하고 교육한다.
 
 

7. 쿠바의 몇 가지 지표들
 
<사진 출처 :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WHO에서 작성된 일반 보건현황 보고서(General health statistical profile)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미국의 1천명당 5세 미만 영유아 사망자의 수(Under-five mortality rate (per 1000 live births)는 7명인데 반해 쿠바는 6명으로 보고됐다.
 
인구 1천명 대비 의사 수에서도 쿠바는 6.7명으로 (2012, Worldbank) 2명인 한국, 2.7명인 미국보다 훨씬 많다.
 
쿠바 사망률의 주원인은 악성종양과 심혈관계질환으로, 일반적인 선진국과 형태가 비슷하다.
 
인구 구조 역시 60대 이상 노인이 전체의 20%에 가까워, 통상적인 '만달러 이하의 1인당 국민소득인 나라'의 것과 거리가 멀다.
 
 

8. 다이어트 승인서

쿠바에서 특별한 다이어트(식이)가 필요한 환자는 어떻게 처방을 할까?
 
쿠바는 아직도 배급 경제를 고수하는데, 특수한 건강 상태에 있는 사람은 의사가 승인서를 써줘 특별한 음식을 배급받게 한다.
 
의사가 써준 승인서에 따라 산모는 소고기 등을 더 배급받고, 고지혈증 환자는 버터 대신 오일을 받을 수 있다.
 


9. 쿠바 의학 교육의 재원
 
1976년 의학교육책임이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넘어가면서, 현재 보건복지부가 모든 의학 커리큘럼을 책임지고 있다.
 
쿠바의 의학교육은 기본적으로 무상이다.
 
의사가 되고 싶지만, 비용이 없는 외국인도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다.
 
완전 무상에서 약간 변형된 셀프 파이낸스 프로그램도 있는데, 본인이 돈이나 펀드를 마련해 교육을 받는다.
 
쿠바 의대는 6년 후 필요한 의료 인력을 예측해 뽑기 때문에, 매년 정원이 다르다.
 

 
10. 쿠바 의학 교육의 개요
 
지역별로 모두 25개의 의대가 있으며, 모든 의대생이 같은 커리큘럼을 공유한다.
 
3차의료기관에서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보통은 커뮤니티 중심의 일차의료 교육이 더욱 강조된다.
 
일차의료기관에서 의사와 1:1매칭을 통해 환자를 같이 보게 된다.
 
2004년에 75개의 일차의료기관에서 교육받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한 후, 현재는 보편화 됐다.
 
Biologic Science보다는 Social Science를 강조하면서, 단순 암기보다는 이해력을 기르게 하고 Public Science와 스킬을 배운다. 

#쿠바 #일차의료 #가정의학과 #메디게이트뉴스

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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