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3.11 07:10최종 업데이트 20.03.1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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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력 숨기고 거주지 숨기고…의사에게 거짓말 하는 환자, 현행법으로 막을 수 있나

감염병예방법상 과태료 100만원이하 부과가능...법적공방은 고의성 여부 판단이 관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의료기관의 걱정이 날로 쌓여가고 있다. 이에 더해 의료기관에 방문한 환자가 진료거부를 피하기 위해 의료진 진료 시, 해외방문력이나 거주지, 확진자 접촉 이력 등을 거짓으로 진술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이 같은 상황에서 의료기관은 환자를 법률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11일 의료계와 법조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감염병 위기경보가 '주의' 이상 발령됐을 때 서울백병원 확진환자 사례(관련기사=서울백병원에 대구 출신 숨긴 입원환자 코로나19 확진판정)처럼 허위사실로 입원을 하는 경우에는 민‧형사상 고소가 없더라도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재난 시(감염병 위기경보 주의 이상) 의료인에게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의료기관 내원, 진료 이력 등에 대해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일체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보건복지부‧지자체장 등이 사실관계를 조사 후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상황이 법정공방으로 번지게 되면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건마다 사실관계가 제각기 다를 뿐더러, 당사자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지용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는 "사안마다 세부적인 사실관계가 어떻게 확정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상이할 수 있다"면서도 "환자 본인이 고의로 코로나19에 걸렸다고 하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해당 사실을 숨기고 진료를 했다면 감염병예방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확진판정으로 인해 병원이 폐쇄되는 등 병원에 대한 업무방해나 타 환자들에 대한 상해미수죄도 고려될 수 있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환자가 의료기관 폐쇄와 집단감염을 고의로 의도했다고 판단될 여지는 적기 때문에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성훈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도 단순히 감염병을 숨겼다는 사실만으로 고의성이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전 변호사는 "전국적인 방역을 방해하겠다는 미필적 고의가 증명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처벌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고의성 여부는 정황에 따라 판사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데 결정적인 증거가 있지 않는 한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서울백병원 사례의 경우, 감염병 비상시국이라는 특이점이 고려될 수 있다"며 "비슷한 사례가 많아지면 방역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수사당국이 선제적으로 엄중하게 수사할만한 여지가 있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해당 환자에 대한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해영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개인적인 사유로 거짓말을 하는 것은 현행법 상 위법이 맞다. 처벌하는 것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물론 처벌하는 과정에서 입건을 하지 않는다거나 유예처분 하는 등 참작 여지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연희 법무법인 의성 변호사(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이번 사건은 기본권 충돌의 문제다. 확진을 받은 환자의 진료권도 중요한 만큼 다른 환자들의 진료권도 중요하다“며 “두 가지 이상의 기본권이 충돌할 때는 공익에 따라 판단하게 된다. 병원에는 많은 환자들이 입원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개인의 진료권이 제한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이번 사례를 통해 상충하는 지침과 법 조항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회 위원장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백병원 사례는)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정부 지침과 환자의 진료권이 충돌해 생긴 문제"라며 "진료의 사각지대가 발생해 문제가 생긴 것이다. 법체계 보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구지역에서도 많은 확진자가 발생해 자가격리 중에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사망한 비슷한 사례도 있었다"며 "감염병예방법으로 인해 순서가 밀리면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의협 측은 정부에 '생명이 위급하거나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의료인의 판단에 따라 입원기준이나 진료 우선순위 등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최 위원장은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환자나 의료기관을 비난할 수 있으냐"며 "감염병 예방 목적도 살리고 병원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보완장치를 정부는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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