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11.22 00:02최종 업데이트 17.11.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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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에만 전념하게 해달라" 국민청원 6만명

권역외상센터 시스템 문제점 해결에 한목소리

'힘들다'는 이국종 교수 발언 "안타깝다"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환자를 살리면 살릴수록 적자 구조로 간다는 권역외상센터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 총상 5~6곳을 입은 북한 병사를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인 이국종 교수(사진)가 치료하면서 권역외상센터 시스템에 대한 국민들 관심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신문고인 국민청원 및 제안에는 '권역외상센터(이국종 교수님) 추가적, 제도적, 환경적, 인력 지원'이란 이름으로 청원이 진행 중이며, 현재 5일 만에 6만명 이상의 국민이 이에 동의했으며,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 추락, 자살 등 심한 외상을 입은 환자를 1시간(골든아워) 안에 치료하는 것이 목표로, 현재 전국에 9개소가 존재한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안으로 권역외상센터를 17개까지 지정하고, 전국에 균형적으로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복지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듯 보이는 권역외상센터가 정부의 지원 부족과 여러 의료시스템의 불합리함을 겪으면서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 구조로 변할 수 없다는 지적은 수없이 있어왔다.
 
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와 관련해 연간 100억원 이상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외상센터 전담전문의사에게는 1억 2천만원의 인건비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권역외상센터를 유지하기에는 지원금 이상의 금액이 드는 것은 물론, 잦은 삭감이나 기타 민원 등에 시달리면서 외상센터를 골칫덩이로 치부하기도 한다. 9개 권역외상센터 중 최소 전담전문의 인력인 20명을 채운 곳 또한 한 곳도 없는 상황.
 
지난 3월 TV프로그램 '말하는 대로'에 출연한 이국종 교수는 "선진국들은 사회보장기금과 세금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빈약한 재정으로 인해 의료계 90% 이상이 민간영역(사립병원)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이윤에 집중하는 현상을 초래하고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사회적으로 의료는 공공재를 강요하면서 그 비용은 민간재로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니, 병원은 권역외상센터보다는 돈이 되는 암센터를 더 크고 화려하게 지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와 함께 힘들고 열악한 근무환경 덕에 9개 권역외상센터 중 최소 전담전문의 인력인 20명을 채운 곳은 단 한 곳도 없으며, 외과는 기피과로 전락한지 오래로 전공의 또한 아예 없거나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의료시스템을 잘 알지 못했던 국민들도 이번 북한 귀순병사를 치료 중인 이국종 교수와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그의 발언을 보며, 이와 같은 청원에 동참하고 있다.
 
게다가 이국종 교수가 있는 아주대병원은 지난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6발의 총상을 입었던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면서 발생한 2억원이 넘는 치료비를 결국 국가로부터 받지 못한 전례가 있어 국민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국민청원에는 "환자를 치료할수록 병원의 적자가 증가한다. 죽어가는 생명을 치료하는 것은 의사의 본업이자 사명이지만, 우리나라는 이로 인해 상부와 병원의 눈치를 봐야하는 의료시스템"이라면서 "이국종 교수와 같은 의사가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적·환경적인 추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청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총상, 파편상 등 중증외상을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적절한 수준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러한 치료를 할 수 있는 의사를 찾기도 쉽지 않다"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가 보장성 확대는 좋은 말이지만, 형편없는 의료수가문제가 수없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단순 의료보험 적용범위를 넓히는 것은 문제해결이 아니다. 제도적으로 수정이 필요하다"고 촉구가 잇따랐다.
 
한편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제도적 개선 및 추가 지원에 대한 목소리에 맞춰 병원 자체에서의 자정노력 또한 필요해 보인다.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분명 필요하지만, 이를 이용만하고 제 역할을 하지 않는 병원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실시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외상센터에 근무하는 전담전문의 연간 수술 실적이 단 1건도 없거나 이름만 올려놓는 등 외상센터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외상센터 전담전문의로 근무하면서 센터를 지키지 않고 외래진료를 보는 등 전담전문의로서의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있지 않은 병원이나 의사들에 대한 질책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권역외상센터에 필요한 재정만큼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병원들이 제 역할을 하기란 역부족이며, 이와 함께 병원과 전담전문의들의 안일한 의식이 콜라보되면서 소수의 외상센터를 제외하고는 내실화를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인 것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권역외상센터를 원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뼈 있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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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jhhwang@medigatenews.com)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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