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10.07 07:46최종 업데이트 16.10.0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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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권 없는 동료감시 반기든 의사들

복지부·의협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삐걱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가 11월부터 3개 지역의사회에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할 예정이지만 경기도의사회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삐걱거릴 조짐이다.
 
의료계에 실질적인 자율권을 부여하지 않은 채 동료만 감시하라는 듯한 시범사업에 대한 의사들의 반감이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사회는 5일 정기이사회를 열어 의협과 복지부가 11월부터 추진할 예정인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6일 공식 발표했다.
 
전문가평가제는 지역사회 사정을 잘 아는 시도의사회가 전문가평가단을 구성해 학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 등의 비도덕적 의료행위, 중대한 신체·정신질환이 있는 의료인 등을 평가하는 제도다.
 
지역의사회 전문가평가단은 조사 결과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고, 중앙윤리위는 심의를 거쳐 자격정지 기간(경고∼자격정지 1년)을 정해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하게 된다.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흐름도

하지만 의사협회는 처분을 의뢰할 뿐 최종 처분은 보건복지부가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허울뿐인 자율권이라는 한계도 분명하다.   
 
복지부와 의사협회는 내달부터 6개월간 광주시의사회를 포함해 3개 시도의사회에서 시범사업을 할 계획이다.
 
전문가평가단의 심의 대상인 비도덕적 의료행위는 모두 8가지다.
 
▲의학적 타당성 등의 구체적 사유 없이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주사제 등 사용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진료 목적 외로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하거나 투약한 때 ▲진료 중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제2조 제1항 각 호에 열거된 범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때 ▲수술 예정 의사가 환자의 동의 등 특별한 사유 없이 다른 의사, 한의사 또는 치과의사로 하여금 대리수술을 하게 한 때 ▲변질·변패·오염·손상되었거나 유효기한 또는 사용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한 때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해 임신중절수술을 한 때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외의 약물 등으로 인해 진료행위에 영향을 받은 때 ▲그 밖의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때 등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사회는 "전문가평가제가 의도하는 전문가의 자율규제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찬성하지만 시범사업은 자율규제와는 거리가 먼 새로운 행정처분에 불과하며, 매우 심각한 전문직역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또 경기도의사회는 "이번 시범사업은 자율규제와는 거리가 멀고, 비도덕 진료행위에 대한 지역의사회 차원의 조사와 징계 요청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면허정지 1년 처분을 하겠다고 입법예고한 것 역시 의사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복지부는 의사단체에서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해 경고에서 최고 자격정지 1년 범위의 행정처분을 요청하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입법예고한 의료관계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에서는 '자격정지 1년'으로 명시해 의료계 자율성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경기도의사회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논쟁의 여지가 많고, 처벌이 엄격한 만큼 기준 역시 매우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면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추가하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에 '그 밖의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가 '그밖의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남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도의사회는 "자율규제의 핵심은 처벌보다는 계도, 시정과 교육"이라며 "시범사업이 진정한 자율규제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내용을 우선 포함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경기도의사회는 "시범사업이 종결된 후 어떤 절차가 있을 것이며, 의료법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어 형식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시범사업후 1년의 범위에서 의사면허 자격정지 대상을 정한 '의료법 66조'를 개정한다는 복지부와 의협의 공감대와 합의가 우선"이라고 요구했다. 
 
경기도의사회는 "자율규제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환영하며 적극 참여하겠지만 자율규제라는 미명 아래 새로운 행정규제를 만들고, 허울뿐인 시범사업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했다.

전문가평가제에 대한 의사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김홍식 원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복지부가 peer review제도를 도입하려면 먼저 자신들이 가진 권한을 의사협회에 대거 이양해야 한다"며 "즉, 권한을 먼저 넘기고 그에 따른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지금은 거꾸로 peer review를 한다면서 자신들이 가진 처벌권과 인허가권 등 관리권을 한 톨도 내놓지 않으면서 오히려 권리를 더 강화하는 꼴"이라고 쓴소리를 남겼다.

안창욱 기자 (cwahn@medigatenews.com)010-2291-0356. am7~pm10 welcome.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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