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1.26 21:17최종 업데이트 23.11.2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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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전 의협 회장은 왜 다시 의대정원 저지 투쟁 최전선에 나섰나?

집행부 책임론 여전한 상황서 투쟁 이끌어 줄 제3 인물 필요…'의정합의·파업' 상징성 있는 최대집 전 회장이 적격

26일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대응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 이후 의협 집행부와 최대집 전 회장이 참석한 백브리핑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지난 2020년 파업은 2차에서 멈췄지만 이번에 다시 파업이 전개된다면 훨씬 높은 강도로 대규모 전국 의사총파업이 진행될 것이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전임 회장)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기 위한 총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당장 다음 주부터 이필수 의협 회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비상대책특별위원회가 집행부 산하에 꾸려진다. 이를 바탕으로 의협은 권역별 집회를 시작으로 전국집회 등을 진행하고 상황에 따라 회원 투표를 실시해 파업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부족한 투쟁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최대집 전임 회장이 긴급 소방수로 투입됐다. 최 전 회장은 지난 2020년 의사총파업을 이끌었던 범의료계 투쟁위원회 위원장 출신으로 9.4 의정합의서에 직접 서명했던 인물이다. 이필수 회장은 이날 연석회의 직후 백브리핑에서 "최대집 전 회장과 함께 협업하면서 비대위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최대집 전 회장은 정부와 9.4의정합의를 맺는 과정에서 내부 의견조율 등 일부 잡음은 있었지만, 현재 이필수 회장 입장에서 새로운 투쟁을 이끌어갈 파트너로 가장 적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전 회장이 '9.4의정합의'와 '극단적인 파업'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현재 의정합의가 파기되고 강경 투쟁이 진행돼야 하는 상황에 적합한 상징성을 갖고 있어 투쟁 동력을 견인할 수 있는 충분한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 '집행부 책임론'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쟁을 함께 이끌어 줄 제3의 인물이 꼭 필요했다는 분석도 많다. 

결국 최 전 회장이 비대위에 같이 참여하는 그림이 나오면서 집행부 책임론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회의 직후 "지난 2020년 총파업을 이끌었던 최대집 전 회장은 투쟁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이런 인물이 이필수 회장과 같이 비대위를 이끌게 되면 그동안 투쟁 동력이 약하다는 현 집행부 단점이 희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하듯, 최대집 전 회장은 이날 의사 회원들의 투쟁 동참을 격려하면서 이번 파업이 비대위를 중심으로 지난 2020년 보다 강도와 규모 면에서 더 수위가 셀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 전 회장은 "용산 대통령실은 의대정원 증원을 이미 확정하고 규모만 저울질하고 있다. 이미 지난 9.4의정합의는 파기된 것으로 봐야 한다. 다음 주부터 전면적으로 대정부 투쟁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전국의사 총파업과 더불어 범시민사회 진영과 연대한 투쟁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파업은 2020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크게 진행될 것이다. 당시엔 대안 제시로 인해 2차에서 파업이 멈췄지만 이번엔 짧은 시간에 대규모로 높은 강도의 파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빈말로 들어도 괜찮다. 그러나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행동과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최대집 전 의사협회 회장.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연석회의에선 집행부 산하가 아닌 별도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러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의사회 김영일 회장, 평택시의사회 변성윤 회장, 경기도의사회 강봉수 회장대행, 성세용 목감연세내과 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성세용 원장은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부터 너무 끌려가는 협상을 했다. 협상을 하더라도 강력한 투쟁과 함께 투트랙으로 같이 갔어야 협의에 힘이 실리는데 이 부분이 매우 안타깝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집행부가 아닌 새로운 비대위 구성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이 사태까지 온 책임 당사자인 이필수 회장이 집행부 총사퇴로 회원들 앞에 책임지지 않은 것은 매우 무책임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 같은 지적에 서정성 총무이사도 "(비대위 구성과 관련한) 찬반 여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결의문 채택까지 연석회의에 모인 대다수 회원들이 (집행부 쪽으로) 힘을 합쳐줬다고 생각한다"며 "이필수 회장 발언 중 '의협회장을 떠나 한사람의 선배의사로 투쟁하겠다'는 발언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다. 열심히 투쟁하겠다는 정도 취지로 보면 된다"고 일축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료계 인사는 "범의료계 투쟁위원회를 꾸리자거나 집행부 이외 별도 비대위를 꾸리자는 주장 등 다양한 의견이 회의에서 나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별도 비대위가 구성되기 위해선 몇 주가 더 필요하다. 의대정원 수요조사 자료를 토대로 교육부로 책임 소관이 넘어가게 되면 더 이상 복지부와의 협의도 무의미하게 된다는 '이필수 비대위'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투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선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는 당분간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정성 이사는 "지금처럼 다른 회의나 수요조사 등 방법으로 결과를 정해놓고 보여주기식 논의를 지속한다는 징후가 있다면 그 즉시 의료현안협의체를 박차고 나오겠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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