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08.12 05:39최종 업데이트 16.11.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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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가 알아보는 정형외과 전문의

[인터뷰] 국립중앙의료원의 첫 여성 과장 '전숙하'


 
"고향에 가기 위해 서울역에 갈 때면 자꾸 누군가 와서 인사해요. 자세히 보면 제가 이전에 수술했거나 진료를 봐줬던 노숙자들이에요."
 
국립의료원 개원 이래 55년 만에 탄생한 첫 정형외과 여성과장인 전숙하 전문의(사진). 

지난 2013년 39세의 젊은 나이에 과장이 됐다.
 
전문의 6명, 전공의 8명을 포함한 20여명의 정형외과 식구를 이끌고 있는 정형외과 수장인 전숙하 과장은 여러 노숙자나 독거노인, 의료급여환자 등 소외계층의 환자들을 치료하며 유명해졌다.
 
전숙하 과장은 "사실 의료원 정형외과에 오는 환자들 중 20% 정도가 의료급여환자인데 '나 아니면 도움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란 마음으로 진료하니 더욱 고마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신적, 체력적으로 노동강도가 큰 탓에 정형외과는 여성 전문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현재는 그래도 정형외과를 택하는 여자 전공의가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전숙하 과장 때만 하더라도 전국 200명의 정형외과 전공의 중 단 2명만이 여자였다.
 
전숙하 과장은 우리나라 18번째 여자 정형외과 전문의며, 현재 근무하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정형외과 스텝 중 유일한 여성이다.
 

제때 치료받지 못한 환자를 보고 의사를 결심하다
 
전숙하 과장은 보수적인 집안에서 늦둥이로 자랐다. 학창시절부터 공부를 잘했지만 부모님은 그닥 반기지 않았고, 대학도 부모님의 권유로 영문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전숙하 과장은 우연히 사고로 척추골절상태에서 병원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곱사등이로 사는 환자를 보고 자퇴한 후, 다시 의대에 진학했다.
 
단국대 정형외과에서 수련과정을 마쳤으며,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손 외과(수부외과) 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전숙하 과장은 "환자가 절뚝거리면서 병원을 왔다가도 멀쩡히 걸어서 퇴원하는 이런 정형외과만의 드라마틱한 점 때문에 전공을 외과로 선택했다"며 "정형외과는 공학적인 측면도 많은데 이런 것에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전숙하 과장이 당시 전공의를 할 때만 해도 여자가 정형외과를 한다는 것은 금기처럼 여겨졌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전 과장에게 오기와 도전정신을 불러 일으켰다.
 
갓 전문의가 됐을 때도 연세가 많은 노인들은 여자 의사가 잘 볼 수 있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을 정도.
 
전숙하 과장은 "그래서 전공의 시절 하나라도 실수하지 않으려고 더 노력했다"며 "요즘은 많이 달라져 여자 선생님이라 오히려 꼼꼼하게 봐주고, 설명도 더 부드럽게 한다는 느낌을 환자들이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숙자 혼내는 정형외과 선생님
 
앞선 일화에서처럼 전숙하 과장은 노숙자, 노인, 탈북자와 같은 소외계층의 환자들을 많이 치료했다.
 
구세군에서 하는 의료봉사에서 무료진료를 보기도 하지만 의료원에 찾아오는 소외계층 환자들도 많다.
 
전숙하 과장은 "노숙자들은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을 자주 올 거라 예상하지만 사실은 오히려 반대"라며 "노숙자들은 병원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거나 자격지심이 심해 아프더라도 금방 병원에 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에 증상이 심해져 오는 노숙자에게는 "왜 이제야 왔냐"고 혼을 내기도 한다. 
 
전 과장은 "당뇨병, 동맥경화증 등의 치료를 제때 제대로 받지 못하면 당뇨발과 팔다리가 썩는 사지괴저가 발생하는데 이는 주로 노숙자나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 환자가 많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한 전숙하 과장은 지난 2009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첫 1~2년 동안은 주로 손저림, 관절통, 인대손상 등을 앓고 있는 주변 동대문상권 상인들을 많이 진료했다.
 
이후 점차 수술 잘하는 여자 정형외과 선생님으로 소문이 나며 경기, 강원, 충청 등의 환자들도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았다.
 
전숙하 과장은 "국립중앙의료원이 다른 대학병원보다 비용 면에서도 물론 장점이 있지만 높은 수준의 의료를 싸게 공급한다는 자부심을 늘 가지고 있다"며 의료원 정형외과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형편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늘 고민
 
전숙하 과장은 소외계층의 환자들을 보면서 공공의료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의료보험이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 직접 환자를 보면서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 이런 한계점이 있구나 등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는 설명이다.

전숙하 과장은 "의료급여환자들은 병원에서 모든 것이 보험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비급여가 많아 설명을 해도 답답해 한다"며 "예전 수련의 당시에는 어떤 교과서적인 트레이닝 지침으로 환자를 봤다면 지금은 한 번 더 생각해서 진료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무작정 고가의 검사를 먼저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꼼꼼하게 봐서 검사가 정말 필요한지 아닌지를 한 번 더 생각하고, 그 전 단계까지 할 수 있는 치료를 해 경과를 지켜본다.
 
이렇게 하니 실제로 환자의 부담을 줄여주고, 자신의 신념도 생길 수 있다고 전 과장은 설명했다.
 
전 과장은 "그럼에도 100명 중 한명이라도 놓치는 환자는 없어야 하기에 고민을 많이 한다"며 "보통 환자에게 여기까지는 맞는 것 같으나 알 수 없는 상황일 때는 솔직하게 얘기하고 검사를 진행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 과장은 기형 환자나 노인 환자 같은 경우 지방의료원에서는 무료로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제도적으로 걸리는 부분이 있어 안타깝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정형외과 과장의 목표 '의료통합서비스'
 
전숙하 과장을 찾는 많은 환자들은 대부분 수술과 더불어 빠른 회복을 원한다.
 
빨리 손과 발이 제 기능을 찾아 일터로 돌아가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숙하 과장은 "치료 이후 간호와 회복이 정말 중요한데 인력부분에서 의료원도 그렇고 많은 병원이 부족한 상황에 있다"면서 "추후 감시할 수 있는 인력은 나라에서 어느 정도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의료원이 앞장 서서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전숙하 과장은 '수술과 회복, 재활에 이르는 과정 전반에 걸친 의료통합서비스'라는 혁신적인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센터 건립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큰 병원에 치료파트와 재활파트가 있는 것처럼 큐어 후 케어로 바로 넘어가는 원스탑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 과장은 "재활의학과 선생님의 말을 들어보면, 수술 후 환자 상태는 수술한 의사가 제일 잘 알기 때문에 미세한 부분까지 챙기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돼야한다"면서 "재활의학과에서 그냥 봤을 때는 뼈가 얼마나 유합이 되었는지, 어느 정도 강도의 재활을 시켜야 하는지 제대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른 과로 넘어가는 그 과정에서 기다리는 등 환자는 매우 복잡하게 느낄 수 있어 병원 안에 재활센터를 같이 가지고 있어 연계해 가능한 한 빨리 환자를 복귀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숙하 과장은 "의료원이 원지동 새 병원으로 이전할 때 쯤을 기준으로 보고 있다"며 "통합센터가 요양병원과 맞물리는 점도 있고 비용이나 기타 고려해봐야 할 것도 많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의료원 # 전숙하 # 정형외과 # 노숙자 #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jhhwang@medigatenews.com)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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