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10.19 06:57최종 업데이트 16.10.1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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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6개월 지난 면허정지는 '위법'

법원, 리베이트 수수한 의사 6명 승소 판결

사진: 게티이미지 뱅크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로 의사 면허정지 2개월 처분을 받은 6명의 의사가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의사면허정지 처분을 사전통지하고, 3년 6개월이 지나 처분을 내리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0년 K제약과 의약품 홍보대행 및 시장조사용역을 담당하던 M사가 의사들에게 꼼수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보건복지부는 2009년 의약품 판매 촉진 목적으로 금전 등의 경제적인 이익을 리베이트로 제공하다 적발되면 약가를 인하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시행했다. 
 
이에 K제약은 이전처럼 처방의 대가로 금품을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리베이트가 어렵게 되자 다른 방법을 모색했고, M사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았다.
 
그 제안은 바로 한국제약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시행하는 시장조사를 리베이트에 이용하는 것이었다.
 
해당 시장조사는 제약회사들의 자율규약인 '의약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에서 허용한 것으로 제약사 등이 소비자의 요구, 시장의 규모 등 특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조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시장조사기관이 자체적으로 조사대상 보건의료전문가를 독립적으로 선정했지만 조사의뢰 사업자(제약사)를 조사대상 보건의료전문가(의사)에게 공개하는 것은 불가했다.
 
이를 통해 K제약은 자사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사들을 중심으로 각 처방액에 비례해 작성한 의사명단과 의사별 의뢰건수를 작성해 M사에 전달했고, M사는 이를 해당 의사에게 형식적으로 시장조사한 후 설문조사 수수료 명목으로 건당 5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실제로 30분 이상 응답을 한 보건의료전문가에게 응답의 대가로 1인당 총 10만원 이내의 식음료 또는 답례품만 제공하는 것을 허용했으나, K제약은 형식적인 조사 후 건당 5만원의 수수료를 책정해 리베이트로 제공했던 것이다.
 
K제약과 M사는 4차례에 걸쳐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용역계약금액은 13억 9400여만원에 달했고, 2010년 7월 28일부터 12월 30일까지 총 212명의 의사에게 9억 3800만원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2011년 10월 K제약과 M사는 약사법 위반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고, 2012년 12월 판결이 확정됐다.
 
문제는 복지부가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을 구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5호 '전공의의 선발 등 직무와 관련하여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한 행위'를 적용해 자격정처분을 내리면서 불거졌다. 
 
복지부는 2012년 1, 2월에 걸쳐 6명에게 자격정지 통보를 했고, 6명의 의사들은 한 달 이내에 '그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에 복지부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다가 3년 6개월이 지난 2015년 9월과 10월, 이들의 자격을 정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의사 6명은 자격정지처분에 맞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서울행정법원은 먼저 복지부가 행정절차법 제 22조 제5항 '행정청은 청문·공청회 또는 의견 제출을 거쳤을 때 신속히 처분해 해당처분이 지연되지 아니하도록 해야 한다'의 조항을 위반해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행정절차법은 국민의 행정 참여를 도모함으로써 행정의 공정성, 투명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복지부의 조치는 원고들의 의견 제출일로부터 약 3년 6개월이 지난 것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처분하지 않아 원고들의 정당한 기대와 신뢰를 져버렸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또한 구 의료법과 시행령에는 제약회사가 판매촉진 목적으로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을 수행한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음에도 이를 구 의료법 '전공의의 선발 등 직무와 관련해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한 행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확대 또는 유추해석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복지부가 의사들이 실제로 수행한 조사에 대한 대가를 인정하지 않은 채 수수금액이 300만원 이상이라는 이유로 처분한 점, 개별 의사들의 의견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만연히 처분한 점 등을 고려하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도 있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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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jhhwang@medigatenews.com)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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