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가 항공사들이 늘어나면서 보다 많은 인구가 항공여행을 하기도 하고,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에 들어서며 항공여행객수도 부쩍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항공사고 원인의 70% 정도가 인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비행 중 항공조종사의 건강 문제도 염려되는 부분 중 하나다.
 
그런데 항공 안전과 직결되는 조종사를 비롯한 운항승무원의 신체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항공전문의사'가 있다.
 
'항공전문의사'이자 한국항공우주의학협회에서 ‘항공의학평가관’으로 활동하는 인하대병원 김규성 교수를 만나봤다.
 

 
항공전문의사와 항공의학평가관
 
김규성 교수는 "운항승무원 등의 신체검사에 관계되는 의사로는 민간 의료기관 등에서 항공신체검사를 실시하는 '항공전문의사'와 항공우주의학협회의 자문위원으로서 국토교통부에서 위탁한 항공신체검사의 재심사나 자문을 하는 항공의학평가관'으로 나뉜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 본연의 업무를 하면서 항공신체검사를 겸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항공신체검사에 대해 "조종사가 건강상의 문제로 조종불능상태에 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예방과 더불어 항공 종사자들의 산업적인 예방 차원에서의 건강관리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항공전문의사가 신체검사를 실시하는 대상은 조종사, 항공기관사, 항법사를 포함하는 운항승무원과 항공교통관제사다.
 
김 교수는 "조종사나 관제사 외에도 최근에는 국제적으로 승무원과 드론조종사에 대해서도 항공 신체검사 영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의학협회에 따르면, 국내 항공전문의사는 올해 6월 초 기준으로 약 100명 남짓 있고, 항공의학평가관은 25명 내외로 구성돼 있다.
 
연간 1만 건 정도의 신체검사가 이뤄지는데, 대상자가 한정돼 있고 대형 항공사의 경우 부속의원을 통해 신체검사를 진행하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의 경우 실제 항공신체검사의 90%를 상위 10명이 맡았다.
 
김 교수는 "신체검사는 일반인의 신체검사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아플지 모를 사람을 찾아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진행해 신체검사에 이상이 발견되면 적부심(적합·부적합 심사)을 통해 비행 가능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데 이 중 5~10% 정도가 부적합(조건부 부적합 포함)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난해의 경우 항공신체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질환은 안과 질환, 심혈관 질환, 신경과 질환, 정신과 질환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저먼윙스 사고 이후 조종사의 정신건강에 관한 우려 높아져
 
항공 관련 규정은 대체로 미국 연방항공청(FAA: 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이 선도하고 있고, 국내의 경우는 국토교통부가 ‘항공전문신체검사증명 등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김규성 교수는 "최근에는 조종사의 건강 문제 등에 대해 규정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인데, 미국 연방항공청에서는 조종사의 수면의 질에 대한 항목까지 기본 검사로 실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5년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의 자회사인 저먼윙스 소속 항공편이 조종사의 정신건강 문제로 대형 참사를 가져왔던 사고를 계기로 조종사의 정신과 검진을 기본 항목으로 검사하는 것을 추진한 바 있으나 당사자들의 강한 반대로 시행되지는 못했다.
 
저먼윙스 사고는 기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정신병력이 있던 부기장이 조종실 문을 잠그고 일어난 사건으로 급강하하다 추락해 약 150명이 사망한 사고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듯이 항공의학 분야도 항공사고 혹은 관련 사고가 일어나면 그것을 계기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규정을 강화하는 조치가 이뤄지게 마련이다.
 
한편, 항공우주의학협회는 항공우주의학과 항공우주생리, 항공인적요인 및 항공 간호에 관한 주제를 다루는 항공우주의학회지를 매년 3회 발행하는데, 투고된 논문 중에는 비행과 약물, 조종사 정신질환, 기내 응급환자 진료 등을 주제로 한 것들도 있다.
 
항공우주의학협회 편집이사를 겸하고 있는 김규성 교수는 "저먼윙스 사건으로 인해 지난 한 해는 정신건강이 가장 ‘핫’한 이슈였고, 그 이전에는 한 국회의원의 문제제기로 산업재해 측면에서 상공에서의 방사선 노출에 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항공 관련 의료에서 '환자 항공이송'과 '기내 응급환자 처치'는 여전한 이슈
 
항공과 관련한 의료를 얘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부분이 환자의 항공이송과 기내 응급환자 처지 문제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인 해외 여행객이 약 2천만 명을 넘어섰고,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도 2천만 명에 가깝다 보니 항공으로 환자를 이송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를 담당하는 외국계 항공앰뷸런스 회사가 있는데 의료진을 섭외 등에 있어서 비전문적이라는 평가가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순천향대 부천병원 김호중 교수는 지난 번 별도의 인터뷰를 통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외 환자 항공이송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하대 김규성 교수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환자의 경우 정부에서는 '닥터헬기사업'을 통해 시·군·구마다 항공 후송을 위한 헬기를 두고 있는데, 해당 사업 이전에는 소방방재청이 아주의대 응급의학과 이국종 교수 등과 협력해 진행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규성 교수는 또 다른 이슈인 기내 응급환자 발생 시 처치와 관련해서는 "응급상황에서 일반인이 최선을 다하다 문제가 되면 면책이 되는 '선한 사마리안법'이 의사나 의료인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적인 책임 우려로 선뜻 나서지 못하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한 미국 설문조사결과에서는 기내에서 응급 콜을 해도 나가지 않겠다는 의사의 60%에 달하는 반면, 일본의 경우는 사명감에서 응급상황에서 지원할 의향을 가지고 항공사에 자문의사 등록하는 비율이 꽤 높다고 한다.
 
 
"우주개발이란 아젠다에는 의학이 함께 해야"
 
김규성 교수는 전문의 취득 후 1996년에 군의관으로 육군 항공작전사령부에 배치되면서 항공 전문 교육을 받고, 항공전문의사가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 항공전문의학은 군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데, 조종사를 대상으로 하는 '항공생리훈련'을 군에서 담당했기 때문이다.
 
항공우주의학협회도 1948년 육군 항공사령부 의무처가 발족해 과거에는 공군 장교 혹은 군의관이 더 많이 차지했다고 한다.
 
김규성 교수는 "이제는 민간 조직이 커지면서 그 역할 또한 늘어나야 하는데, 우주의학 분야 등으로의 민간 참여를 확대해 학문적인 발전을 이뤄야 할 부분"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10여 년 전 우주인을 배출했지만 사전 준비가 미흡해 후속 연구가 부족해 기대만큼 괄목할만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김규성 교수는 "우주에 관한 연구는 우주를 정복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고, 우주에 가서 얻은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게 목적"이라며 "그 과정에서 얻는 기술이 많이 때문에 이에 대한 투자,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항공우주와 관련한 연구 분야는 발사체, 탑재체, 위성, 기초(생물학, 의학, 원소, 무중력 소재 등)로 구분되는데, 항공우주 기초연구의 저변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공우주 분야는 미사일이나 위성기술 등의 개발 외에도 의학적인 측면의 연구개발을 빼놓을 수 없는 만큼, 국가적인 차원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