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2.08 06:00최종 업데이트 18.02.08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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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보건의료 대책, 가급적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도와야

[칼럼] 정명관 가정의학과 전문의

주치의 중심으로 지역사회 돌봄 시스템 필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명관 칼럼니스트] 한국은 2017년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 고령사회가 됐다. 10년 후에는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14%의 노인이 전체 의료비의 36%를 지출했으니, 앞으로 노인 의료비는 전체 의료비 증가 속도보다 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노인 의료의 특징은 60%의 노인이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데서 알 수 있다. 복합만성질환자가 많고 뚜렷한 질환이 없더라도 보호가 필요하다. 질병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한 노쇠 현상이 많다.
 
노인 보건의료의 핵심은 첫째, 건강한 노인이 자신의 집과 동네에서 가능한 한 오래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둘째, 복합만성질환을 앓는 노인이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질병 중심의 분절적인 치료를 받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셋째,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무조건 병원으로 오게 하거나 시설에 수용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건강한 노인에 대한 대책을 보면 독거 노인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노부부만 사는 가구도 많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소할 정도는 아니고 큰 질병은 없지만, 신체 기능과 인지 기능이 조금씩 떨어져 예전에는 잘 하던 일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와 멀리 떨어져 사는 자녀들은 이런 문제로 걱정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거동과 식사 준비, 일상 생활 등은 가능하지만 장보기가 힘들어졌거나 수도나 전기 기기 등이 고장났을 때 고치는데 어려움을 겪는 노인 가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 지자체나 복지시설, 또는 유관 기업이 연계해 원스톱 서비스로 도와줄 수 있는 체계를 만든다면 많은 노인들이 자신의 집에서 생활할 수 있다. 노인 인구가 우리나라보다 많은 일본에서는 택배 회사나 무인 경비 회사 등이 이런 문제에 도움을 주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복지 사업으로 도시락 배달, 밑반찬 보급 등의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홀로 사는 노인이 연락하면 병원에 함께 가거나 장을 보러 가거나 은행에 가거나 소소한 것을 고쳐주는 서비스를 사회복지 차원과 노인을 돌보는 차원에서 연구해보면 어떨까 싶다. 지자체와 기업이 협력한다면 좋은 모형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게 가능하다면 멀리 사는 자녀와 함께 살기 위해 평생 살아온 곳을 떠나지 않아도 되고 자녀들의 걱정도 덜 수 있다. 고장난 전등과 수도를 고치지 못해 방치하는 노인도 줄어들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집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면서 살아갈 때 가장 건강하고 삶의 질도 유지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진료과별로 전문화가 심하고 특정 질병 중심의 치료를 하는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은 복합만성질환을 앓는 노인에게 적합하지 않다. 고혈압·당뇨병·골다공증·관절염·치매를 동시에 앓고 있는 노인이 때때로 피부질환과 감기와 위장장애로도 병원을 찾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럴 때마다 노인이 각각의 질병에 대해 특정 진료과를 찾아다녀야 한다면 불편할 뿐더러 약물과다처방 등으로 새로운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이 경우엔 담당 주치의가 있어 대부분의 만성 질병이나 가벼운 질병은 주치의가 해결하고, 심각한 경우엔 전문의에게 의뢰해 치료하는 시스템이 바람직하다.

전문의 치료가 끝나면 다시 주치의에게로 돌아와 통합적으로 관리한다면 약물과다 처방도 줄어들 것이다. 노인 입장에서도 질병이 있을 경우 제일 먼저 주치의를 찾아가서 상의하면 되는 만큼 의료기관 이용이 훨씬 단순해지고 수월해질 것이다. 주치의 제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면 먼저 75세 이상 노인에게 적용하고 그 다음에 70세 혹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차례로 확대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왕진과 데이케어센터, 그룹홈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것은 가급적 노인을 시설에 수용하지 않고 집이나 마을에서 돌볼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일차의료의사(주치의)와 방문간호사가 협조해 왕진이 가능해야 한다. 왕진서비스는 입원은 불필요하지만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오기 힘든 노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주치의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또 가벼운 치매 등으로 혼자 두기는 곤란하지만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소할 필요까지는 없는 노인을 위해 집 근처에 데이케어센터나 그룹홈을 만들어야 한다. 보호자들이 간병을 하면서 지치지 않고 직장 생활도 가능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데이케어센터나 그룹홈도 보호 노인을 격리시키는 역할만 하는게 아니다. 노인의 다양한 활동이나 역할을 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재활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유치원 옆에 데이케어센터를 둔다면 어린이와 노인이 서로 접촉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 준다. 2층에 노인 보호 시설을 두고 1층에는 저렴하고 맛있는 식당을 만들어 입소 노인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과 젊은이가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물론 그 노인이 살던 동네에 그런 시설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을 보면 격리하는 데에만 치중해 노인의 삶이 단절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엔 어쩔 수 없지만, 단지 만성 질환이 있거나 노쇠로 인한 보호가 필요할 경우엔 이런 면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치매 환자도 친숙한 환경에서 더 잘 지낼 수 있다고 하지 않은가.
 
노인 건강 돌봄은 복잡한 행정 절차에 의존하기보다 주치의를 중심으로 지자체나 사회복지시설, 필요할 경우 기업이 상호 유기적으로 협조해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행정가나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실제 노인이 쉽게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건강하면서도 노쇠한 노인이 자신의 집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노인 주치의 제도를 시행하고 왕진과 지역 사회에서의 데이케어센터와 지역사회에 열려 있는 요양 시설을 활성화 한다면 노인과 보호자에게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증가하는 노인 의료비를 낮추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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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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