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9.02 06:28최종 업데이트 19.09.02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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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Spartacus"(내가 스파르타쿠스다)…의사동료들이여, 함께 나서자

"잘못된 의료제도 개혁 위해 우리가 나서서 똘똘 뭉친다면 무엇을 바꾸지 못하겠는가"

[칼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전라남도의사회장

사진=나무위키 '스파르타쿠스' 

[메디게이트뉴스] 초등학교시절 흑백TV를 통해 전설의 명배우 ‘커크 더글라스’주연의 ‘스파르타쿠스’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어렸기 때문에 스펙타클한 전투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영화로 기억했다. 하지만 로마 공화정에 대항해 노예 항쟁을 일으킨 검투사들의 삶을 주제로 한 민중의 열기가 가득한 휴머니티 요소가 큰 영화다. 

로마시대의 검투사들은 당시 최고의 인기와 능력을 지녀 자신들의 세력을 하나로 뭉치기만 한다면 로마를 그들의 힘으로 접수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노예라는 신분 내지는 태생의 한계로 막상 개개인의  삶은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영화에서 그들 및 그들의 지도자인 스파르타쿠스의 각성으로 주인이라 생각했던 로마의 기존세력에 반하는 세력화에 성공했다. 정규 로마군을 거의 격파하고 로마를 함락해 주인으로 등극하기 직전까지 이르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래 전 영화 속에서 봤던 장면이 요즘 나에게 자꾸  떠오른다. 그 이유는 지금의 의사들, 더 나아가 후배 의사들의 삶이 로마시대 검투사와 같은 사회적 노예와 같은 삶을 살게 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갈수록 의사를 옥죄는 법안과 규제, 희생만을 강요하는 사회 
 
필자는 현 세대(30년을 한 세대로 가정)의 의사들을 기준으로 전 세대와 미래 세대 의사들의 사회적ㆍ경제적 위치에 대한 분석을 나름대로 해봤다. 

전 세대는 경제적 부와 사회적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세대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하면 현 세대는 아직 다른 직종에 비하면 소득은 조금 높으나 사회적 존경도는 전 세대에 비해 많이 떨어졌고 정부나 사회로부터 간섭 내지는 제약, 규제의 대상이 됐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미래 세대는 부와 사회적 존경 중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더욱 강력해질 제약이나 규제에만 묶여 노예와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발의되는 의사들을 옥죄는 법안들을 보라. 민주사회라는 말보다 요즘 더 많이 사용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의사들과 의사들이 행하는 의료행위에 대한 규제가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민주적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역시 국민들의 숫자이고, 그 중에서도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는 국민들의 숫자가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전국 13만명의 의사들이라는 숫자도 작은 숫자가 아니고 그 가족을 4인으로 가정할 때 52만 명의 국민이 이 일에 관여하고 의사들과 함께 일하면서 직업을 얻은 국민의 수는 몇 백만 명이 넘는다는 것을 쉽게 추산할 수 있다. 

2017년 11월 보건복지부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에 의하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연령인 40대의사의 월평균수입이 1600만원이라고 한다. 이를 기준으로 할 때 의사들이 직접 내는 세금과 의료기관의 운영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세금 뿐 아니라 다양한 일자리 창출, 의사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사회적 봉사 내지는 기여에 대한 의무를 전제로 이야기한다면 의사들은 이 사회의 지도층으로서 충분한 사회적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의사들을 존중은커녕 적폐 기득권 세력으로 대하고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지 않은가?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는 각종 규제 및 압박이 한 세대 더 진행되며 더욱 악화된다면 우리 의사들의 삶이 로마시대의 노예의 삶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정부 입장에서 우리를 보는 시각은 소위 ‘호갱’은 아닐까?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오랜 시간 공부하고,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일반 근로자보다 더 많은 시간의 일을 하면서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부담 또한 적지 않은데 정작 우리가 사회로부터 누리는 혜택 내지 권리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지금이라도 우리 의사들이 혁신적인 생각과 서로간의 공감대를 형성해 보다 더 강력한 정치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의사들의 기구(당연히 대한의사협회가 돼야 한다)를 통해 우리의 권리와 이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해야 한다.   

후배의사들의 밝은 미래를 확보하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리더그룹으로 

내가 의협의 집행부로서 활동을 해온지도 어느 덧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우리의 소통 상대방은 정부, 특히 보건복지부였다고 생각한다. 허나, 공무원들의 경우 국민들의 공복(公僕)이라고 자처하는 집단인데, 의사들의 경우 보험공단이나 심평원이 의사들을 도와주었다는 이야기는 미담 수준으로조차 들려온 기억이 아련하다. 

1970년대 대한민국의 발전은 재벌의 등장과 함께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료 의사들을 만나서 우리들의 삶에 대해 논해보면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냐는 자조적인 말을 하는 분들도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때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재벌들도 이제는 노조라는 강력한 견제세력과 언론에 의해 시민들에게 그들의 민낯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 사회의 노조가 어떤 방식과 과정을 통해 재벌들과도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됐는지는 의사집단이 충분한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야할 부분이다. 의사들이 패배주의를 떨쳐버리고 단합하여 미래 대한민국의 보건의료를 선도해야 할 것이다. 
 
전 세대에서 현 세대로 넘어오는 과정의 연장선상에 미래 세대가 있다면 의사 사회의 미래는 없거나 매우 암울하다고 단언하여도 될 것이다. 과연 현재 정부에 의해 주도되는 각종 의료정책의 수립, 결정, 집행의 과정에서 얼마나 의료 현장의 일선 의견이 반영되는지 보건의료 당국자에게 묻고 싶다. 

더불어 그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 가운데 실제 환자를 보았거나, 실제 의료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정말 궁금하다. 이제는 우리의 미래를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강력한 의사단체를 만들고 이에 적합한 지도자들을 양성해야 할 것이다. 

현 세대 의사들은 현실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 후배의사들의 삶의 기반은 물론 사회적 기반 확보를 위해 선배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가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한 알의 썩어질 밀알은 수십 배로 수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서 그 자체는 스스로의 삶을 버린다. 

대한민국 미래 후배의사들의 밝은 미래를 확보하고, 의료계가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 리더그룹으로 집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 세대의 우리 자신들이 적극적으로 잘못된 의료 제도를 개혁하는 일에 동참하고 희생해 미래 세대를 위해 썩어지는 밀알이 돼야 한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로마군은 노예군을 토벌한 뒤, 살아남은 포로들에게 스파르타쿠스를 지목할 것을 요구하며 그러하면 살려주겠다고 이들을 회유한다. 스파르타쿠스가 자신이라고 말하려는 찰나, 스파르타쿠스의 동료들이 하나둘 일어서 “I am Spartacus!”라며 그를 보호한다. 우리 의사 동료들이 “내가 스파르타쿠스다!”라고 외치면서 똘똘 뭉친다면 그 무엇이 무서우랴? 그리고 그 무엇을 바꾸지 못하겠는가?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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