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4.23 12:31최종 업데이트 18.04.2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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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선욱 간호사 유족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힘들어했다"

"남아있는 동료 간호사들이라도 좋은 환경에서 일하도록 해야"

사진 : 고 박선욱 간호사 유족 (오른쪽에서 2명)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다 지난 2월 자살한 신규간호사 고 박선욱 씨의 유족이 박 씨의 죽음에 대한 정확한 원인규명을 요청했다. 박 씨의 이모 김 씨는 "간호사 일을 정말 좋아했던 선욱이가 가장 힘들어했던 것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 윤소하 의원(정의당),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의원과 고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원회 등은 23일 국회에서 '한국 사회 간호노동의 현실, 그리고 개선방향 토론회'를 개최하고, 박 씨 사건의 재발방지대책과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선욱 씨 유족 김 씨가 참석해 박 씨 자살에 대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를 눈물로 호소했다. 김 씨는 "선욱이는 간호사를 하고 싶어 했던 아이다. 졸업도 우수한 성적으로 했고, 서울아산병원에 취직했을 때는 정말 좋아했다"며 "가족들은 일을 시작하고 힘들어하던 선욱이를 다독이며 2월 말까지만 근무하고 2차 병원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렇게 결정을 내린 2일 뒤 선욱이는 싸늘한 주검이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날 선욱이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꼭 밝혀야 한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확인하니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며 "선욱이는 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힘들어했다. 배울 수 있는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욱이는 이제 힘들지 않겠지만, 여기 남아있는 수많은 간호사들은 선욱이가 겪었던 것을 계속 겪어야한다"며 "선욱이의 장례식장에 온 동기들과 선후배들 모두 ‘힘들다, 죽지 못해 다닌다. 그만두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우리 선욱이는 허무하게 보냈지만, 남은 간호사들은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바라는 것은 몇 가지 없다. 선욱이 죽음이 개인적인 이유가 아니라 업무상 문제이라는 것이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며 "제2의 선욱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간호사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선욱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간호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간호계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강도 높은 업무, 부족한 인력, 낮은 처우, 태움 문화, 열악한 근무환경 등의 복합적인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김 씨의 발언처럼 간호사의 부족한 교육 또한 인력부족과 바쁜 업무 등으로 인해 신규간호사에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과정은 당연시된 상황.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현역 간호사들의 호소도 이어졌다. 서울대병원 내과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최원영 간호사는 "중환자실에서 보는 인공호흡기나 각종 인퓨전 펌프, 체외막순환기계 등은 학교에서 한 번도 배우지 않았던 것들"이라며 "그러나 실수라도 했을 때는 간호사가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결과가 따라온다.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이 '너 환자 죽이려고 작정했어?'였다"고 말했다.
 
최 간호사는 "현장에는 부족한 인력과 바쁜 업무 탓에 중요한 약을 잘못 주는 간호사도 있었고, 수혈용 혈액을 뒤바꿔서 준 간호사, 중요한 약물을 주입하던 관을 빼먹은 간호사도 있었다"며 "그들에게 물어보면 하나같이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이런 일은 정말 비일비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규간호사가 환자에게 실수라도 하면 그 간호사는 공공의 적이 된다"며 "신규간호사는 고작 2개월간의 트레이닝을 거친 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 희귀환자들을 봐야 한다. 게다가 간호사는 이러한 환자들을 혼자 2~4명씩 봐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토론회에는 병원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전공의도 참석했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강민철 전공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력문제"라며 "우리나라는 인구 1천명 당 의사 수가 2.2명, 간호사는 5.9명이다. 이는 2017년 OECD 평균인 3.4명, 9명에 비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강 전공의는 "인력부족과 근무강도가 의사와 간호사에게 극심한 스트레스와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특히 교대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은 생체리듬의 유지가 어렵고, 수면장애는 물론 근무 중 피곤함과 졸림 증상이 잦다. 교대근무의 건강영향에 대한 국내외 연구들을 보면, 당뇨병, 뇌졸중, 심혈관질환, 암 등의 발생률이 높다고 나와 있다"고 밝혔다.
 
한림대 간호학부 강경화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간호사 이직방지 및 교육훈련 개선에 관한 제도'를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가장 중요한 만성적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규간호사의 이직방지와 정착을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열악한 근무는 이직으로, 또 간호사 배치수준 감소로 이어진다. 또 이것이 간호사 업무과중으로 이어져 열악한 근무환경이 된다"면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신규간호사의 교육연수제도를 법적으로 제도화해 정부의 재원으로 시행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규간호사의 업무 수행능력 향상과 적응을 위해서는 현장프로그램이 필요하며, 8~12개월의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연구가 있다"며 "일본의 경우 국가 예산으로 신규간호사 연수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이에 따라 신규간호사를 지도하고 연수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 결과 신규간호사 의료사고 발생률이 9.8%에서 –2%까지 감소했으며, 이직률 또한 9.2%에서 –1.3%까지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 박선욱 씨는 서울아산병원에서 6개월 간 근무하다 지난 2월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박 씨의 남자친구와 유족들은 병원의 태움 문화와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송파경찰서는 고 박선욱 씨와 관련해 병원의 태움은 없었다고 지난 2월 19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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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jhhwang@medigatenews.com)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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