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3.11 08:33최종 업데이트 24.03.1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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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정책패키지는 '미봉책'…의대증원 찬성하던 의사들까지 정부 등 돌려

대한외과의사회 기자간담회 이세라 회장 "건보재정 지원 확대 시, 350~500명 증원 찬성"

(왼쪽부터) 민호균 보험이사, 박재훈 정책부회장, 김해영 법제이사, 이세라 회장, 최동현 총무부회장, 송기호 학술부회장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정부의 일방적인 2000명 증원에는 반대한다. 건보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필수의료 살리기와 낮은 수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회장은 10일 서울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개최된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의대 증원 2000명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세라 회장은 "개인적으로 의대 증원에 찬성하며 어디까지나 '조건부'로 500명 정도의 증원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2000명 증원에는 찬성하지 않는다"라며 "2023년 10월 서울시의사회 상임이사회에서 설문조사를 했을 때 약 25%의 회원이 의대증원에 찬성했다. 적절한 증원분은 약 350~500명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의대 증원 정책으로 전공의의 미래를 망치는 정책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 때문에 전공의들이 스스로 사직하고 있다. 잘못된 열쇠로 아무리 문을 열려고 해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복잡한 의료 정책은 하나만 잘못 건드려도 체계가 무너진다"라며 "정부는 제대로 된 열쇠로 전공의와 의사단체 대표를 만나야 한다. 하지만 대표자를 처벌하겠다는 생각만 가진 정부와 누가 대표로 만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필수의료 살리기와 수십년간 방치된 낮은 수가 등의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잘 만들어진 열쇠는 기피과와 비기피과의 균형을 맞추고 전공의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기피과의 수가와 의사의 행위료는 지나치게 낮다. 수십년간 정부가 바꿔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필수의료를 살리고 기피과와 비기피과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면 의사 스스로도 자정할 필요가 있다. 복잡하게 얽힌 의료 정책을 개선하는 작업에 정부뿐 아니라 의사들의 노력도 필요하다"며 의사의 직업전문성 '메디칼 프로페셔널리즘(medical professionalism)'을 강조했다.

이어 이 회장은 "메디칼 프로페셔널리즘 안에는 전문가 평가제와 자율징계권 등을 의사단체가 가져야 한다는 것 역시 포함된다"며 "전공의가 병원에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도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의대증원 전제 조건으로 건보재정 지원을 꼽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료 인상과 국고지원 확대 등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의대증원 찬성 조건 중 우선순위는 건보료 증액이다. 국민건강보험법상 건보료율 상한은 8%로 고정돼 있는데, 인상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의 20%를 국고로 지원하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지만 제도 시행 이후 20%를 제공한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의대증원 2000명을 이야기하니 찬성했던 의사들마저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재정 지원이 없으면 정부 정책을 실현할 수 없다"며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나온 2028년까지 '10조+α' 투입은 그간 미지급한 국고지원금에 불과하다. 국고지원금 중 미지급한 6%는 약 3조원에 달한다. 3조원을 5년간 지급하면 결국 15조원이 된다. 15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최동현 총무부회장 역시 의대 증원 규모에 매몰돼 의료정책 개선에 대한 논의는 밀려났다고 지적하며, 필수의료 살리기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총무부회장은 "의대 정원이 정말 부족하다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사태는 숫자에 너무 매몰돼 있다"며 "숫자보다는 과정이 잘못됐다. 필수의료 살리기가 우선시 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를 섣부르게 정책으로 펼치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해영 법제이사는 "채찍을 휘두르면서는 대화를 진행할 수 없다. 특히 수십년간 해결되지 않았던 논의를 한 순간의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정치 당국이 새로운 타협점을 잡고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대화해야 한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피해는 남는다. 이는 국민의 몫이다. 제도적 안착을 원한다면 타협과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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