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2.10 16:56최종 업데이트 23.12.1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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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부터 사실상 비대면진료 초진 허용에 의협·약사회 일제히 '반발'

의대 증원 반대하는 의료계 '압박 카드' 주장설...협의되지 않은 통보식 발표에 플랫폼 업계편 우려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보건복지부가 오는 15일부터 사실상 '비대면 초진'을 허용하는 시범사업 안을 공개하자 의약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의약계는 시범사업과 같이 준비돼야 할 정책들이 미흡하다는 주장과 더해 플랫폼 업체들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특히 의대정원 증원 정책과 맞물려 정부가 의료계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비대면진료 카드를 내밀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비대면 진료 확대 발표, 의료계 '압박카드'로 이슈 분산시킬까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우선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안 발표와 관련해 가장 뜨거운 이슈는 의대정원 확대 정책과의 연관설이다. 의대정원 확대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압박 카드로 내놨다 게 주장의 골자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복지부의 발표는 의대 증원 반대하는 의사에 대한 압박카드로 활용된 듯하다. 의료계 파업 등을 대비하는 방안이면서 이슈 분산 정책으로 봐야 한다"며 "비대면 진료 전면확대를 통해 파업 기간 병원급 외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면진료 확대 방안이 의료계를 교란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병원과 의원급을 분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연휴, 공휴일, 야간에 의원급 의료기관은 대부분 문을 닫는다. 비대면 진료는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사가 해당 의료기관 내에서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므로 환자들은 해당 시간·기간에 의원의 비대면 진료를 받기 어렵다"며 "15일부터 확대된다 하더라도 시골 군 단위에 있는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는 활성화되기 어렵다. 결국 밤에 당직을 서고 있는 병원을 위한 것"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비대면 진료가 확대 시행된다면 대학병원은 콜센터를 만들어 저렴한 임금으로 의사를 고용해 비대면 진료를 강요할 수 있다. 또 전국 각지에 당직 근무를 통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분원을 내면 동네 의원은 '대형마트 앞 슈퍼마켓'처럼 말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발표에만 급급한 복지부…준비되지 않은 제도, 속은 빈 깡통

복지부가 발표에만 급급해 준비되지 않은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정책 방향이 정해진 모습을 보이는 복지부의 일방적인 '통보식 발표'를 두고 의약계 모두가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의협 김이연 대변인은 "이번 발표는 복지부의 일방적인 통보다. 시범사업 단계에서 법적 혹은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것을 알고 있는 만큼 정부가 무리하게 발표했다"며 "자문단 회의에서 강력하게 항의해도 복지부의 기조가 이미 정해진 것처럼 보여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를 포괄적으로 보면 이는 투약까지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마스터플랜을 짜야 한다. 비대면 진료를 추진하기로 했다면 전자처방전 등 당연히 준비돼야 할 부분이 있다"라며 "하지만 정부는 일방적이고, 전문가 의견을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보건의료 제도를 집행하는 부분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를 '언제' 하는지에 관점을 둘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와 소통하며 대안을 만들고 검증하면서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빨리 안착시키는 데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재연 회장도 "정부 발표 내용을 면밀하게 살펴보니 구멍이 너무 많다. 디테일 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다"라며 "지역 제한, 거주지 인근 지정 등에 대한 디테일이 없다. 또 대상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의원급인지, 병원급인지 등이 나와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국민 아닌 산업계 위한 발표…환자 민감정보 활용 우려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안 발표는 국민이 아닌 산업계를 위한 발표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 안전이 아닌 사업 확장만을 위한 방향으로 갈 경우 환자 개인정보가 보험업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의협 김이연 대변인은 "현재 정부 발표는 수익 찰출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행위를 유도하는 꼴이다. 사실상 플랫폼 업체는 광고 업체와 같이 작동할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 전담 기관은 안 된다고 했지만 사실상 영리를 목적으로 한 의료기관이 출연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이게 과연 수준 높은 의료, 안전한 의료를 위한 방향인지 의문이다"라고 언급했다.

김 대변인은 "플랫폼 업체가 진료를 중계한다고 하지만 진료 행위와 관련된 어떤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이윤을 추구하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의료계 방향성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민 건강 정보와 수진자 정보가 대기업화하는 신생기업에 넘어갈 경우 위험할 수 있다. 이는 반드시 보험계와도 연결될 것"이라며 "현재 한국의 의료전달체계 장점을 살리면서 부작용이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사회 관계자 역시 "정부는 전자처방전 등 사회적 기반을 만들며 시범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지금은 플랫폼 업체만 생각한다"며 "개인의 건강정보는 민감정보인 만큼 어떻게 관리하고 보호할지가 가장 중요한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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