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1.27 06:26최종 업데이트 22.01.27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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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울·불안 시대에 주목받는 싸이코바이오틱스

[칼럼] 김용성 원광의대 소화기질환연구소 교수·것앤푸드헬스케어 CMO


[메디게이트뉴스] 벌써 3년째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새로운 용어가 생겼을 만큼 전 세계인은 그야말로 대불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팬데믹 초기에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초기 마스크 대란 때는 외래에서 잘 조절되던 과민성장증후군 환자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불안감 때문에 증상이 악화한 경우를 경험하기도 했다. 백신 도입이 늦어질 때는 언제나 접종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그리고 백신이 도입되고 나서는 부작용 때문에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기약 없이 지속돼 인간관계는 단절되고 경제는 나빠지면서 이제 코비드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무력감 때문에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다. 급기야 누군가에게 이 사태의 책임을 돌리는 분노의 감정까지 표출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 이전보다 팬데믹 기간동안 우울과 불안이 증가했으며 이런 변화는 특히 여성에서 두드러졌다. (그림1)

우울과 불안이 병적으로 심하다면 당연히 정신건강의학과의 치료를 받아야 하겠지만 요즘같이 누구나 어느 정도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절에는 모두 의사를 찾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푹 쉬고 긴장을 풀고 햇볕을 쬐며 운동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일반적 조언 외에 약은 아니지만 뭔가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없는지 찾아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된 것이 바로 '프로바이오틱스'다.

이미 초유의 바이러스 팬데믹 동안 프로바이오틱스가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면역을 증강시킨다는 기전에 근거해 코로나19를 예방하려는 기대감으로 구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동시에 학계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코비드를 억제한다는 연구는 거의 없었지만 '프로바이오틱스와 코로나19'라는 주제로 종설이 넘쳐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났다. 그런데 우울·불안이 만연된 팬데믹 시절에 프로바이오틱스가 면역증강을 넘어서 또 다른 효과, 즉 정신건강의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뇌-장축 연구로 유명한 아일랜드 코크(Cork)대학의 디넌(Dinan)교수와 크라이언(Cryan) 교수는 2013년에 “충분한 양을 섭취했을 때 정신적 질환으로 고통받은 환자에게 건강이익을 주는 살아있는 균”이란 의미로 '싸이코바이오틱스(Psychobiotics)'라는 용어를 제안했다. 쉽게 말하면 정신 증상에 효과가 있는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개념은 2016년 프리바이오틱스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확장돼 지금은 정신 증상에 도움을 주는 프로바이오틱스 또는 프리바이오틱스를 모두 싸이코바이오틱스라고 부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건강에 도움이 되는 줄 알았던 프로바이오틱스가 어떻게 뇌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말인가?
여러 연구에서 장에 존재하는 미생물이 멀리 떨어진 뇌의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기전들이 제안됐다. 우선 미생물이 직접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생산해 장에 말단 수용체를 뻗고 있는 미주신경을 자극함으로써 뇌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행복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이 위장관에 95%이상 존재하기 때문에 장내미생물이 행복하면 인간이 행복하다고 말을 가끔 듣게 되는데, 실제 위장관의 세로토닌은 장신경계에서 주로 위장관 움직임에 관여하고 뇌 기능과는 연관이 없다. 또 말초에서 생산되는 세로토닌은 분자량이 커서 뇌-혈관 장벽을 통과할 수가 없기 때문에 뇌 기능과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 때문에 장내미생물이 생산한 신경전달물질은 미주신경을 통해 간접적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미생물은 신경전달물질 전구체의 대사과정에 관여하므로 미생물에 의해 전구체가 증가하는 경우 중추신경계로 이동해서 뇌 기능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미생물이 생산하는 대사물 중 신경 활성작용이 있는 물질이 뇌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미생물이 숙주의 면역계를 자극해 싸이토카인의 발현이 달라지면서 뇌에 작용하기도 한다. (그림 2) 사실 장내미생물총이 뇌 기능에 영향을 준다는 장-뇌축 이론은 2000년대부터 이미 수립됐고, 이 기전을 치료적인 측면에서 이용해 프로바이오틱스로 정신건강을 개선하고자 하는 시도가 팬데믹 전부터 이뤄져왔던 것이다. 

이렇게 장내미생물 또는 싸이코바이오틱스가 뇌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그럴 듯하고 일부 동물실험에서 증명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효과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충분한 근거가 쌓여있지는 않다. 싸이코바이오틱스를 인간에 투여하기 위해서는 동물실험을 통한 기전적 전임상 연구에서부터 인간에게서도 우울·불안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임상연구까지 확인돼야 실제 사용가능한 조절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있는 균주가 임상연구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흔한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Lactobacillus rhanmosus JB-1이다. 이 균주는 앞서 소개한 코크대학에서 처음부터 싸이코바이오틱스 후보 균주로 분리해내서 동물실험을 통해 스트레스와 행동개선 효과를 증명했지만, 인간 대상 임상연구에서는 효과가 위약과 차이가 없어 실제 싸이코바이오틱스 제품으로까지는 개발되지 못했다. “Lost in translation?”으로 시작하는 임상논문의 제목을 보면서 저자들의 정직함과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왜 동물 실험 결과가 인간에서는 재현이 되지 않는 것일까?

사실 다른 질병 모델에 비해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정신증상을 쥐실험에서 평가하기란 쉽지않다. 쥐에게 얼마나 우울한지 물어볼 수는 없기 때문에 쥐의 우울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물탱크에 빠트리고 포기할 때까지 수영을 하게 하거나(forced swimming test) 꼬리에 테잎을 붙여 천장에 매달아 놓고 버둥거리게 하는 실험(tail suspension test) 등을 사용한다. 쥐가 우울할 수록 쉽게 수영을 포기해 가라앉고 버둥거리는 것을 더 빨리 멈추는데 우울한 쥐 모델을 이용해 항우울제 같은 치료제를 사용하면 위약을 사용한 군보다 이 시간이 길어진다. 이런 평가 방법들이 과연 인간의 정신 감정의 변화를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도 현재까지 여러 나라 회사의 제품이 임상연구를 통해 우울과 불안에 효과를 증명해왔는데 캐나다 Lallemand사의 Cerebiome, 네델란드 Winclove사의 Ecologic Barrier, 폴란드 Sanprobi 사의 Sanprobi IBS (균주는 스웨덴 프로비), 이란 Zist Takhmir사의 Familact 등이 싸이코바이오틱스의 예이다. 유럽에서 스트레스 경감을 내세우는 아일랜드 PrecisionBiotics사의 Zenflore 같은 제품도 있으나 우울 불안과 같은 병적 상태에 대한 임상연구가 없어 약간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중에서 건강인부터 주요우울증 환자까지 가장 연구가 많은 제품은 Lactobacillus helveticus R0052와 Bifidobacterium longum R0175 두 균주가 사용된 Cerebiome이다. 110명의 대규모 연구에서는 인간에서만 측정할 수 있는 벡 우울 척도와 같은 임상 변수들과 함께 전임상연구처럼 혈중 키뉴레닌(kynurenine) 농도, 트립토판(tryptophan) 농도, 염증성 싸이토카인, 뇨 코티솔 농도 등이 측정됐고 모든 측정 변수들이 싸이코바이오틱스 투여로 개선되는 것을 증명했다.

최근 수년간 장내미생물이 뇌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동물실험을 통해 프로바이오틱스 투여가 행동이나 우울 및 불안 같은 정신기능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증거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임상적 측면에서는 가야할 길이 남아있다. 향후 싸이코바이오틱스를 이용한 치료가 활성화되려면 대규모 참여자를 대상으로 단순한 증상 설문 연구가 아닌 생화학적 변화, 면역학적 변화, 그리고 장내미생물과 그 대사물의 변화 등이 포함된 잘 설계된 임상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임상연구를 통한 효과 증명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신과적 증상이 심한 환자들에게는 주치료로 이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프로바이오틱스가 장건강이나 면역에 도움이 되며 일반적으로 부작용은 크게 없다는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일상생활에서 가벼운 우울이나 불안을 느끼는 경우, 또 기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환자에서 정신과 약제의 보조 치료로 이용돼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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