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07.14 06:59최종 업데이트 16.11.2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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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이란 소우주에서 겪은 일

[인터뷰] 남궁인 공보의

'만약은 없다' 저자

만약 다른 처치를 했다면, 감압이 성공했다면, 조금만 늦게 출혈이 진행됐다면, 환자가 좀 더 버텨주었다면...
 
의사는 환자가 죽었을 때 이러한 '만약'을 가정해본다.
 
그 '만약'이란 너무나도 아쉬운 순간들이지만 돌이킬 수 없기도 하다.
 
따라서 자신에게 '만약'이란 질문을 했을 때, '만약은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SNS에서 글 쓰는 의사로 유명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 씨(현 충남소방본부 공보의)가 최근 '만약은 없다'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남궁인 공보의가 고대병원 응급의학과 레지던트시절 응급실에서 겪은 다양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팩션(Fact+Fiction)이다.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의 부제처럼 책은 38개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으며, 응급실의 급박한 상황을 생각보다 생생하게 그려냈다.
 

다음은 남궁인 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Q.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고 들었는데,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는지 궁금하다.
 
- 워낙 글을 쓰고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도 문예반에 있었고, 고대의대를 다닐 때도 문학회 소속으로 글 쓰는 것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항상 무슨 일이 있거나, 특히 슬픈 일이 있을 때는 글로 남기려고 했다. 
 
그렇게 의대생 시절부터 레지던트까지 쓴 글이 천편이 넘었다. 
 
또 처음엔 시를 너무 좋아해서 도서관에 있는 시집을 다 읽어볼 정도였다. 보통 글도 시 형식으로 기록했다. 
 
그러나 막상 시에 그렇게 소질이 있다고 느낀 적은 없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산문을 쓰게 됐는데 결국 보여줄 것이 많은 분야는 산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SNS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결국 이 것이 제 강점이 된 것 같다. 
 
이번 '만약은 없다' 책은 공보의로 지내는 기간 동안 새로 쓰기도 했지만, 레지던트 시절 썼던 글을 찾아보면서 각색해 다듬었다. 그때의 감정을 다시 발굴해 완전한 산문의 문법으로 재탄생 시켰다. 
 

Q. 그렇다면 의대가 아닌 인문계열로 선택했을 것도 같은데 어떻게 의대에 입학했나?
 
- 처음엔 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는 혼자 진로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고, 수학도 좋아하고 잘 하다보니 부모님께서는 결국 잘하는 것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의대를 추천하셨다. 
 
처음엔 내가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수능을 잘 봤다. 그래서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Q. 의대에 입학해 힘든 시기를 겪었다고 들었다. 당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나?
 
- 대학생 시절 우울증이 있었다. 
 
깊이 우울할 때가 많았는데 그 때마다 골방에 들어가서 글을 적으면서 지냈다. 심할 때는 글마저도 적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늘 문학 안에서 뭔가를 찾으려고 했다. 

남들이 우울해하거나 죽고 싶어 하는 그런 내용이 담긴 책을 많이 보고 베껴 써보기도 할 정도였다. 
 
당시에는 그런 어둡고 무거운 글이 주는 아름다움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더욱 몰두했던 시절이었고, 그렇게 계속 글을 쓰다 보니 증상도 많이 나아졌다. 
 
그래서인지 응급실에 자살 시도로 실려 오는 환자들에게는 한 마디라도 더 건네고 싶었다.
 
'만약은 없다' 책 서문을 보면 이런 의대생 시절을 거쳐 의사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말 것인지 고민한 게 나와 있다.
 
그러던 중 '죽음에 맞서봐야겠다. 내 손으로 직접 죽음을 받아내기도, 혹은 놓치기도 해봐야겠다'고 결심하고 죽음과 가까운 과인 응급의학과를 선택했다.
 

Q. 책에는 환자를 잃은 날 자주 울기도 했다고 나와있다. 의사의 삶을 선택하고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를 거치면서 힘들 때도 있었을 것 같은데?
 
- 사실 응급의학과에서 일하면서는 매우 기뻤다. 환자에 대한 책임과 주체권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것이 재밌고 기쁜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직업적인 책임감이 생겨서 더 공부하고 많이 배우기도 했다.
 
환자들을 대면할 때는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했다. 

그러지 않으면 오히려 환자에게 더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을 누른 채 프로페셔널리즘을 발휘했고, 일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서는 다시 감정적인 것을 꺼내서 글을 쓰곤 했다. 
 
내 책에서는 회의가 전체 기조를 이루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냉철할 수밖에 없다.
 

Q. 책은 일반 독자들이 보기에 충격적일 정도로 응급실의 생생한 현장이 묘사되어 있다.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 독자들이 내 책을 통해 대리체험 할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세계가 있구나, 이런 소우주 같은 삶도 존재한다'는 것을 독자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기록한 것이다.
 
일반 독자, 응급의학과가 아닌 의사들 모두가 응급실에 서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생생하게 묘사하려고 했다. 극적장치도 물론 필요했다.
 
그럼에도 너무 자극적인 에피소드는 빼기도 했다.
 

Q. ‘만약은 없다’ 책이 발간된 지 10일 정도 지났다. 소감을 말해 달라. 
 
- '만약은 없다'는 한 번에 쓴 책이 아니라 원고를 조합해 엮어 냈다.

이렇게 엮어진 작업물을 보니 다시 한 번 놀랐고, 생각했던 것보다 치열했다.
 
작가는 자신이 쓴 내용이 자신이 쓰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이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긴 하지만, 내가 썼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이입이 되는 면이 많았고, 여전히 눈물이 났다.
 
또 의사들은 언론이나 일반적인 대중들 시선에서 부정적으로 비춰질 때가 많다. 

그런 것을 모두 부인할 수 없지만, 실제로 많은 의사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그들은 환자를 배려하고 늘 생각한다.
 
그런 게 대중들에게 알려진 바가 없어서 아쉬운 건데, 여기서 기록의 힘이 있다.

내가 감히 모든 의사들을 대변해 책을 쓴 것은 아니지만, 다만 환자를 생각하고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의사들의 마음만은 대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Q. 마지막으로 추구하는 삶은 어떤 삶인지 얘기해달라.
 
- 일단 내 자신에게 충실하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한다. 

왜 그때 그런 시간을 허비했는지, 왜 충실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자기반성을 통해 자신에게 떳떳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지금도 끊임없이 자신을 개선하고, 불만족스러운 것을 찾았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더불어 이번 '만약은 없다' 출간이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써낼 글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현장으로 돌아가 가치판단의 것들을 보는 순간에는 의료정책과 관련한 시사 글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남궁인 # 만약은 없다 # 응급의학과 # 인터뷰

황재희 기자 (jhhwang@medigatenews.com)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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