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3.14 11:01최종 업데이트 19.03.1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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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건강 안보' 위해 지속적인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 필요

"남북 정세·정권 교체 등에 관계 없이 꾸준히 보건의료 협력하는 법안 통과 돼야"

사진: 유라시아 보건의료포럼 제 6차 정책간담회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 왜 필요한가'.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건강 안보(Health Security) 차원에서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이 남북 정세, 정권 교체에 관계 없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북한은 세균성 질환이 흔하고 남한은 바이러스성 질환이 흔하다. 남북의 질병 패턴이 다른 만큼 감염병이 유행하면 남북한 주민 모두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 건강 안보를 위해서라도 남북 보건의료 교류의 필요성이 제기 됐다. 하지만 이 내용을 골자로 하는 '남북 보건의료 교류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은 2016년 11월에 발의된 이후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하는 유라시아 보건의료포럼 제 6차 정책간담회가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종필 의원(자유한국당)의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유라시아 보건의료포럼은 보건의료실태가 열악한 북한을 비롯한 유라시아 국가를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기 위해 지난 2016년 9월 창립한 포럼이다.
 
사진: 서울의대 통일의학센터 신희영 소장.

국민들의 '건강 안보' 위해서라도 남북 교류협력 필요

서울의대 통일의학센터 신희영 소장은 남북 보건의료 분야 교류협력이 필요한 이유로 통일대비 한반도 건강공동체 조성 비용의 증가와 남북간 다른 질병 패턴으로 인한 위험 예방을 꼽았다. 신 소장은 보건의료 교류를 통해 남북이 건강 안보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소장은 "남북이 다른 분야와 달리 왜 의료 분야는 꼭 교류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며 "독일은 통일하기 15년 전부터 동독과 서독이 보건의료 협력 협정을 맺었다. 의료 지원 시스템, 질병 관리, 전염병 등에 대해 동·서독이 공동으로 준비했다. 그런데도 통일 이후에 의료 격차를 좁히기까지 20년이 걸렸다. 만약 우리가 그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통일을 맞으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소장은 "서독과 동독의 인구 비율은 4대 1이었다. 남한과 북한은 2대 1이다. GDP 차이는 서독과 동독의 격차보다 더 크다. 의료 분야만 생각해서 남한이 잘 산다고 해도 통일 후 독일처럼 남쪽 의료 체계에 북한 의료 체계를 편입시키면 건강보험 재정이 감당하지 못한다"며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북한의 의료 수준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평양에 다니면서 소아과 의사로서 느끼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어린이 질병이 달랐다. 북한 어린이들 사이에서 흔한 질병은 1980년대에 내가 전공의 시절에 봤던 질병이었다.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도 세균성 질환이 흔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질병 패턴이 바뀌었는데 북한은 세균성 질환이 흔하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세균성 질환이 남쪽으로 넘어온다면 항생제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처음엔 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금방 진단하고 치료할 것이다. 하지만 바이러스성 질환이 북쪽으로 넘어간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는 치료약이 없는 병이다. 자기의 면역으로 나아야 하는 병이다. 북한 어린이의 3분의 1은 만성영양결핍이다"며 "영양이 결핍되면 면역이 떨어지고 면역이 떨어진 상태에서 바이러스성 질환이 유행하면 북한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이다"고 덧붙였다.

'남북 보건의료 교류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은 정부와 여당이 바뀌어도 남북 보건의료 교류를 지속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다. 신 소장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보건의료 교류 협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의 질병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향후 남북의 교류가 활발해지기 전에 남북 사람들이 오갈 때 질병을 관리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소장은 "북한 사람들이 평창에 왔을 때, 우리측 예술공연단이 북한에 방문했을 때 의사로서 걱정이 많았다. 북한에서 흔한 질병인 결핵이 우리 쪽으로 넘어와 유행하지는 않을까, 여기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 북한으로 넘어가 유행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며 "메스르 유행을 지켜봐서 알겠지만 질병 전파는 아주 위험하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 어느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염성 질환에 대한 관리가 제일 우선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남북을 오갈 때 남북한에서 모두 질병을 검사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감염병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북한 의료 체계나 의료인의 역량이 아프리카 국가 등과 비교했을 때 뒤떨어지지 않는 만큼 약간의 투자로도 북한의 의료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라고 했다. 북한이 지난 70여년 간 고립된 사회였던 만큼, 남북한이 R&D를 함께 한다면 연구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낼 수 있어 남북의 보건의료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소장은 "의료 분야에서 남북 교류가 필요한 이유는 건강지표, 기대수명, 사망 질병 원인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며 "최근 북한에서는 의대가 하나 더 생겨 총 12개의 의과대학이 있다"며 "대학에서 어떻게 가르치는지 분석했더니 생각보다 잘 가르치고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북한의 의료인력이 결코 열악한 편이 아니다. 이는 약간의 투자만으로도 북한의 의료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미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교류협력에 드는 비용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대강 추산한 결과 39조원이 나왔다. 국민들이 동의할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남북한이 R&D를 같이해서 돈을 벌어보면 어떤지 제안하고 싶다. 북한은 세균성 질환이 흔한 만큼, 그에 대해 연구를 한다면 상당한 업적을 낼 수도 있다고 본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남북이 보건의료분야에서 협력한다면 남북 모두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 "남북보건의료 교류협력 필요성 인정"

보건복지부, 통일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계자들은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이 필요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 모두 공감하는 뜻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남북보건의료추진단 김진숙 팀장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복지부는 통일부와 함께 남북 교류협력을 진행하려고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교류협력이 필요한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인도주의 차원에서다. 지난 2월 20일에 북한에서 식량지원을 호소했다. 지난 2017년에 비해 50만톤의 쌀이 줄었도 1인당 식량 분배가 550g에서 300g으로 줄어든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는 핵을 덜 쐈으면 이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북한 아이들과 산모의 영양 상태가 더 어려워지겠구나 걱정했다"며 "유니세프가 2002년부터 몇 년마다 조사한 영양조사에 따르면 북한에서 아이들과 산모의 영양 상태는 나아지는 편인데 영양 배급이 줄어들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아닐까 걱정 됐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둘째, 국민 보호 차원에서 보건의료 교류협력이 필요하다. 누구나 다 아시다시피 감염병은 국경도 없이 전 세계를 떠돌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최근에는 중동 메르스가 우리나라에 유입됐다"며 "마찬가지로 남북이 보건의료 분야를 교류하고 협력한다면 세균성 질환과 바이러스성 질환이 혼재 돼 어려울 수 있는 보건 분야 어려움에 대응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라도 북한의 보건의료를 고려해야하고 남북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셋째, 한반도 경제 공동체 때문에라도 필요하다. 개성공단 기업주 분들이 점심때 밥은 제외하고 고깃국 한 번 제공했을 뿐인데 직원들의 생산력과 집중력이 확 올라갔다고 했다. 나중에 경제 공동체가 될 것을 고려한다면 북한 인적 관리를 하는 것은 우리가 같이 살아가는데 중요하다. 그래서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은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인도협력기획과 김상국 과장은 정부는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인도적 지원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과장은 "통일부 인도협력기획과는 북한에 인도지원을 기본 업무로 하고 있다. 보건의료 협력도 같이 담당하고 있다"며 "먼저 정부 기본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특히 영유아와 임산부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보건의료분야를 우선 지원하고 있다. 이런 지원 하에서 민간교류도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남북간 협력과 국제사회와 협력도 추구하고 있다. 남북간 협력은 지난해 재개 됐다. 10년만에 남북 관계자들이 모여 보건의료분과회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몇 가지 합의사항이 있는테 특히 전염병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문제를 중점으로 논의했다. 전염병에 대한 진단을 예방하고 다방면에서 예방 협력을 할 예정이다. 시범적으로 정보교환을 하기로 했는데 최근 인플루엔자 정보교환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에 대한 교류도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민간에서 북한에 어떤 물자를 지원하거나 북한 사람을 접촉하거나 북한에 방문하고자 할 때는 통일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과거에 비해 유연하게 민간차원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대부분 민간단체는 보건의료 활동을 한다. 민간단체 지원은 꾸준히 늘 것으로 보인다. 주요 지원 물품 내역은 약, 의료 소모품 등과 영유아들에게 필요한 분유 등이다"며 "통일부는 국제기구와도 협력해 적극적으로 영유아 지원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남북경협팀 홍현문 사무관은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을 위해서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공감한다"며 "보건의료 분야 협력이 급한건 알지만 지속적인 교류협력을 위해 실천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보건의료 협정을 만들어 법적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휴전선 지역과 개성공단에 연구협력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해서 인력 교육과 감염병에 대응하면 좋을 것 같다. R&D 사업을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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