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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가 보여주는 과학의 불확실성

    과학의 권위를 내세운 오만함을 경계하고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해야

    [칼럼] 정선화 산부인과 전문의

    기사입력시간 20.03.25 13:29 | 최종 업데이트 20.03.25 17: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 사태 와중에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사흘이 멀다 하고 소위 권위자, 전문가들이 각종 방송 매체나 신문지상에 나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조언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언들이 서로 상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어떤 전문가는 마스크가 필수라고 한다. 그런데 며칠 뒤, 다른 전문가가 나와 외국의 자료들을 인용하면서 마스크가 별 소용이 없다고 한다. 도대체 마스크를 쓰라는 것인가, 말라는 것인가? 

    상충된 조언이 나오는 것은 국제기구나 외국의 대규모 전문 의료기관이라 해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우한에서 작년말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했던 초기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전면적 입국제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자국의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조언에 기반해 지난 1월말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사실상 전면적인 입국제한을 실시했다. 

    우리는 흔히 ‘과학‘ 내지 ‘과학적’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어떤 문제든 과학의 방법론으로 접근하면 반드시 하나의, 최선의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과학적 해법을 찾고, 과학자, 특히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경력을 가진 권위있는 과학자의 의견을 듣고 싶어한다. 그러나 지난 두 달동안 우리가 겪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과학에 대한 이러한 신뢰와 낙관론의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들 믿는 것과 달리 과학은 만병통치약도, 요술방망이도 아니다. 과학은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일 뿐, 과학이 우리에게 제시되는 모든 문제를 즉시 말끔히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편견의 노예가 될 수 있다. 과학자 역시 우리처럼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이 정부의 투자와 지원을 받아야 하는 대규모 국책연구소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이라든가 혹은 대규모 국가들의 기여금에 의존해야 하는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은 때로는 보통 사람들보다 더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강하게 의식하게 된다. 

    과학이 갖는 권위는 어떤 과학자 개인 혹은 어떤 특정 연구소나 국제기구의 권위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진리를 찾겠다는 공동의 의지를 품고, 공통의 문제를 풀어 나가려 노력하는 수많은 과학자들로 구성된 과학자 집단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질문과 대답을 거듭해 가며 데이터를 축적할 때 우리는 비로소 과학적 진리에 조금이나마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과학이 갖는 힘이 이러한 집단적, 장기적 기반에서 비롯되는 것을 이해한다면, 코로나19와 같은 전대미문의 새로운 도전 앞에 선 우리들은 ‘과학’의 이름으로 오만에 빠지거나 소위 언론에 등장하는 과학적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맹신하는 것을 극력 경계해야 한다. 

    지금은 권위있다는 누군가의 한 마디, 어느 나라 신문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을 칭찬했다는 기사 한 줄에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다. 우선 우리나라는 물론 전 인류에 대해 거대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해 우리가 사실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앞으로 이 사태가 호전될지 혹은 더욱 악화될지도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코로나19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면, 우리가 할 일은 오히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과학적 해법의 실마리가 되어줄 귀중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요즘 사흘이 멀다하고 TV에 나와 과학의 권위를 앞세워 설익은 조언을 제시하는 소위 ‘권위자’들보다 지금 당장 음압병실에서, PCR검사를 실시하는 작은 랩에서, 일선 의원에서 각자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태에 대처하고 있는 의료진과 전문가들의 판단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과학적 진리는 편의점에 가서 돈만 내면 금방 얻을 수 있는 인스턴트 컵라면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의 지난한 노력과 시행착오를 거쳐야 얻을 수 있는 과학적 지식을 그냥 손만 뻗으면 얻을 수 있는 것처럼 확신을 갖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는 오히려 그들을 경계해야 한다. 그런 ‘손쉬운’ 진리는 해법을 제공하기는 커녕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사실 단기적으로 과학이 우리에게 주는 지식은 불확실하며 서로 상충되기도 한다. 이러한 과학의 한계, 과학이 갖는 본질적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코로나19 사태 앞에서 겸손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겸손’이야말로 코로나19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법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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