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5.27 10:42최종 업데이트 24.05.2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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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 혼란 속 공단 '특사경법' 우회 시도?…복지부 입법예고에 의료계 '결사 반대'

개원가부터 병원계까지 공단에 복지부 업무 위탁은 "공권력 남용, 기본권 침해 등 심각한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가 사무장병원 등 불법의료기관 단속을 위한 실태조사 및 검사 업무 등을 국민건강보험공에 위탁하도록 하는 의료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복지부가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의정 갈등이 극심한 상황을 틈타 의료계가 반대해 온 특사경 제도를 우회적으로 도입하려는 시도라는 비판과 함께 의료계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가 불법 개설 의료기관 단속을 위한 실태조사·검사 등 일부 업무를 건보공단에 위탁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한 의료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실제로 해당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법 제86조 제2항에 따라 법 제61조 제1항에 따른 검사 및 확인에 관한 업무의 일부를 건강보험공단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계는 건보공단 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일명 '특사경 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라는 지적과 함께 개원가는 물론 병원계까지 나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해당 입법예고가 특사경법 도입의 초석이라고 반발하며 "수가계약 당사자인 건보공단에 일방적으로 보건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조사 내지 검사 업무 등을 부여하는 것은 대등한 지위에 있는 보험자와 공급자의 관계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불법의료기관에 대한 단속은 압수수색 절차가 필연적으로 동반되는데, 공무원에 대한 형사절차상 인권보호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의료기관의 직업수행의 자유, 신체의 자유, 헌법상 영장주의가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이는 결국 보건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과 기본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로 귀결된다"고 우려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공단은 제도 상 보건복지부 산하의 기관으로서 의료기관의 상위 기관이 아니다.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에서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의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의료기관은 공단의 관리를 받아야 하는 기관이 아니며 각자의 역할이 다른 독립된 엄연히 동등한 기관"이라고 지적했다.

대개협은 "정부에 이어 사법부까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을 부정하며 의료인의 기본권 제한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마당에, 이제는 헌법을 무시하고 공단에 '사찰권'까지 부여하는 것은 고삐 풀린 말에 불침을 놓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공단에 불법개설 의료기관 단속 업무를 위탁하는 것은 과도한 공권력 남용과 기본권 침해라는 입장이다.

의사회는 해당 법안이 "공단에 특별사법경찰을 우회해 도입하고자 하는 획책"이라며 "이로 인한 전문성 강화라는 규정취지는 전혀 살리지 못하면서 과도한 공권력 남용과 기본권 침해 등의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무엇보다 의사회는 지금도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요양기관 현지확인 절차가 의료기관 압박을 위한 방편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의료인에게 심각한 폐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사회는 해당 법안에 대해 "보건의료인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 헌법상 영장주의가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이는 결국 보건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과 기본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일반과개원의사협의회는 "지난 수 년 간 공단이 불법의료기관 단속을 빌미로 민간 의료기관들을 사찰하겠다는 특사경 제도 입법이 번번이 좌절되자, 이런 식으로라도 의료기관들을 압박하겠다는 잔꾀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협의회 역시 공단의 현지확인이 강압적인 방식으로 진행된 점을 지적하며 "더욱이 몇 년 전에는 공단의 강압적인 현지확인에 시달리던 원장님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의 무차별적, 강압적인 현지확인 태도가 거의 개선되고 있지 않아 진료 현장의 의사들의 원성이 자자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만약 이런 식으로 공단에 사찰권을 부여한다면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나 신체의 자유 등 헌법에서 보장된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고, 나아가 민간 의료기관의 진료를 위축시킴으로서 결국 국민 건강에도 위해가 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우려의 목소리는 규모가 더 큰 병원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건보공단이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수행하는 채권자인 상황에서 사법경찰권이라는 우월한 권한까지 행사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현재 복지부 내에 '불법개설 의료기관 단속팀'이 구성돼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각 지방 경찰청과 지자체가 '의료범죄전담수사팀'과 '민생특별사법경찰단'을 운영해 불법 의료기관에 대한 충분한 경찰권 행사가 가능한 점도 꼬집었다.

병협은 또 "2020년 3월에 개정된 의료법에서 '시도별 의료기관개설위원회'를 통해 의료기관 개설시 불법성 여부를 사전에 검토하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 전문가 공조로도 충분하다"며 "현행 제도로도 충분히 입법 목적 달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병협은 지금도 의료기관들이 공단 요양기관 방문 확인제도로 큰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공단이 주도적 단속권까지 보유할 경우 요양기관에 대한 과잉규제와 통제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병협은 "공무원이 보유한 권한을 공무원법이 적용되지 않는 민간주체인 건보공단에 한정해 부여하는 것은 법치행정의 원리를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복지부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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