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05.20 06:37최종 업데이트 16.05.20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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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법' 우려하는 의사들

분쟁조정 자동개시 악용, 브로커 출현 예고




"저는 대한민국 보호자들이 결코 착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요양병원에서 근무중인 봉직의 A씨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물론 싸잡아서 말하면 안 됩니다만…"
 
의료분쟁 조정을 당사자(의료기관)의 동의 없이도 자동개시하는 '신해철법(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의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성상 사망자가 많은 요양병원 같은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더욱 그렇다. 
 
A씨가 가장 염려하는 건 소위 '갑툭튀 보호자'다.
 
"입원한 부모에 얼굴 한번 내밀지 않다가, 돌아(사망)가실 때가 돼야 맏아들 자격을 내세우며 의사들을 힘들게 하는 보호자들이 정말 많지요."
 
A씨가 대한민국 보호자들이 착하지 않다고 확신한 이유 중 하나다.
 
그는 보호자가 이번 개정안을 악용해 병원을 괴롭히거나, 고의로 압박할 수단으로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보호자에게 시달릴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A씨는 "DNR(심폐소생술 거부) 동의서에 대한 문구부터 수정해야 할 것 같다"면서 "물론 보호자의 DNR 서명이 법에 우선하진 않겠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번에 개정한 의료분쟁조정법은 '사망 또는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인복지법상 장애등급 1급'을 받게 될 경우, 환자나 가족이 조정신청을 하면 분쟁 조정 없이 바로 개시된다.
 




개정안은 아직 시행 전이지만, 의사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걱정한다.
 
2차병원에서 응급의학과 과장으로 근무 중인 B씨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물론 의사들이 개정안이 시행하기 전부터, 극단적인 상황만을 가정해 말하고 있습니다."
 
B씨는 의사들이 최악의 케이스를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래도 저처럼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환경에선 진료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애매한 병원 규모 특성상 전원이 잦은 상황에서, 의사들이 전원이라는 옵션을 활용해 환자를 선택해서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환자의 상태'와 '병원의 여건'만을 고려하던 환자 전원 결정에 '의외의 변수'까지 더해졌다는 것이다
 
B씨는 "사망자로 인한 분쟁 가능성을 피하고자 병원별로 '전원(Transfer) 필수 환자 가이드라인'같은 게 생길지도 모르겠다"고 쓴웃음을 지으며, "우려했던 상황(자동조정)이 실제로 퍼지면, 의사들이 최선의 진료보단 방어진료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염려했다.
 
그는 "최선의 진료를 주저하게 만드는 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비급여 목적으로 시행한 수술(신해철의 위밴드 수술) 덕분에 의사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라고 씁쓸해했다. 





의사들 사이에선 '폭탄돌리기'란 표현도 나온다.
 
'폭탄돌리기'란 사망할 가능성이 큰 환자를 타과로 떠넘긴다는 의미다.
 
"결국 폭탄이 터지기 전에 우리 과로 다 넘어오는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개정안이 막상 시행해야 알 것 같다고 전제한 내과 의사 C씨는 다른 면을 우려하기도 한다.
 
"사실 평소 원칙대로 전원 받지 않아도 될 환자에 전원을 거절하면, 개정안 시행 이후부턴 다른 이유로 몸 사린다고 타과에서 욕하겠지요."
 
그는 의료법이 추가하거나 개정될 때마다 전문 과에 따라 입장이 달라, 의사 내부가 분열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C씨는 "장례식장, 응급실에 서성이면서 분쟁을 조장하거나, 분쟁을 무기로 병원에 돈을 대신 뜯어내 주는 브로커들도 생길 것 같다"라며, 새로운 브로커 출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게 결국 의사들의 생존을 걱정한 정부의 한 수 아니겠냐?"라는 C씨는 "의사도 많은 데다가 다들 개원가로만 나와 과당경쟁으로 힘들어지는데, 면허 정지 명분이라도 늘려서 의사 개체 수를 조절해 주려는 정부의 숨은 의도"라고 꼬집었다.

#신해철법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자동조정개시 #메디게이트뉴스

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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