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6.21 06:52최종 업데이트 21.06.21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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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품질 논란 잇따라…QbD 적용하면 여러 변수에도 품질 균일 가능

동아에스티 원동한 수석연구원 "QbD 도입 이점 많지만 비용·인프라 투자 필요, 제도적 지원과 배려 필요"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최근 국내 제약기업 일부가 약사법을 위반해 의약품을 생산하다가 적발되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했다. 별도의 허가 절차 없이 임의로 첨가제를 넣거나 원료 함량을 변경하고 이에 대해 거짓으로 제조기록을 작성해온 것이다.

해당 기업들에 대해 GMP 인증 취소,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엄격한 행정처분을 요청하는 목소리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의약품 연구·제조 등의 일련의 공정에 변수가 발생해도 품질을 균일하게 관리할 수 있는 QbD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QbD는 설계기반품질(Quality-by-Design)의 약자로, 의약품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태동한 제약 공정의 관리 개념이다. 기존의 이원화된 제약 공정과 의약품의 품질 시험을 일원화해 생산 효율을 증가시키고 의약품의 품질을 고도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본지는 5년전부터 QbD 연구를 수행하면서 일부 품목에 QbD 도입을 준비 중인 동아에스티(동아ST)를 방문해 담당자와 QbD 도입 이점과 향후 과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동아에스티 제품개발연구소 원동한 수석연구원은 QbD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라면 끓이기'에 비유해 설명했다.



원 수석연구원은 "라면을 가장 맛있게 끓이는 방법은 봉지 뒤 설명에 적힌 대로 물의 양을 맞춰 모든 재료들을 정량대로 넣고 끓이는 것이다. 그러나 냄비의 종류나 화력, 미세한 물의 양 차이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최적의 맛을 내기는 쉽지 않다"면서 "의약품 역시 투입 변수와 공정 변수에 따라 최종 품질도 달라지게 된다"고 운을 뗐다.

원 수석연구원은 "QbD는 최종적으로 최고의 품질을 갖출 수 있도록 이 같은 여러 변수들을 유기적으로 조절해주는 시스템"이라며 "고품질 의약품이라는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그간 경험적으로만 했던 과정을 과학적, 통계적으로 위험을 평가하고 품질 상관성을 수치화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A라는 의약품에는 주성분 원료와 각종 첨가제들이 들어가는데, 원료 내 성분 함유량이 96%부터 시작해 97%, 99%, 100%, 103%인 것도 있다. QbD 시스템은 함유량이 다른 원료들이 들어갔을 때 미리 어떤 결과가 나올지 수집하고 다른 원료가 들어가도 최종품질에는 이상이 없도록 공정과정에서 다른 부분을 더 해줄 수 있도록 설계를 하는 방식이다. 

최근 제약업계가 임의 제조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QbD를 적용한 경우 성분함량이 조금씩 달라졌더라도 허용 범위에 포함된다면 지금처럼 약사법 위반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기존에 A성분의 100%만으로 허가를 받은 제품이라도, QbD를 적용을 통해 96~103%까지 정상제품이 나오는 것을 증명해 허가를 받았다면 해당 범위 내 성분량 변동은 적법하기 때문이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2016년 바라크루드 제네릭을 연구하면서 처음 QbD 개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해당 약물 주성분이 매우 적어 품질을 잘 유지하려면 QbD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했고, 당시 바라크루드 제네릭이 수십개씩 쏟아져 나오면서 '고품질'이라는 차별점을 두려는 목적에서다.

원 수석연구원은 "당시 제약업계에서도 QbD가 생소한 개념이었다"면서 "바라크루드를 통해 QbD 개념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연구에 나선 것은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 모델링 사업에 참여하면서 부터"라고 밝혔다.

동아의 QbD 모델링사업 대상은 수출용 주사제형 제품으로, 현재 QbD 시스템을 적용해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QbD 도입 여부가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국내 허가심사 절차와 달리 미국, 유럽, 일본 등 제약선진국의 심사 절차에는 많은 관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QbD는 ICH 품질 가이드라인 중 소위 Q-trio라 불리는 Q8, Q9, Q10을 바탕으로 국제적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미국, 유럽, 일본 등 제약 선진국에서는 의약품 생산에 QbD 시스템을 도입해 기존의 Quality-by-Testing(QbT) 시스템과 병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아에스티는 수출용 주사제 제품 외에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3상임상시험 IND자료 제출을 위해 해당 신약에 QbD를 적용했다.

원 수석연구원은 "아직까지 국내 의약품 중 QbD를 적용해 완제품을 생산, 시판 중인 사례는 없다. 대부분 연구단계에 그치거나 수출용에만 적용하고 있다"면서 "도입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공정분석 설비와 추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QbD를 위해서는 실시간 공정분석 기술이 필요해 관련 기기와 장치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는 많게는 수억원까지 이른다. 또한 연구, 생산공장 등의 과정에 해당 교육을 받아 리스크를 파악하고 통계적 해석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이외에도 국내 대부분 회사들이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고 있는데, QbD를 적용해 공정 밸리데이션을 통해 허가를 받으려면 기존 보다 수배 이상 배지 생산 수를 늘려야 하는 문제도 부담이 된다.

원 수석연구원은 "QbD를 적용하기 위해 당장 많은 비용과 인력이 투입돼야 하나, 중장기적으로 효율이 늘고 품질이 높아진다. 실제 QbD를 적용해 생산하는 수출용 주사제는 불량률이 감소하고 생산 속도는 높아졌다"면서 "제약기업은 물론 고품질 의약품을 합리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보건당국과 국민 모두에게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간 기업들이 QbD 도입을 위해 초기에 많은 부담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가 제도적인 지원을 한다면 QbD를 도입하는 제약사들도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약업계를 대상으로 QbD 적용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업계는 생동성시험 통과나 자체 생산처럼 약가를 우대해주는 방안을 가장 선호했으며, 우선 심사에 대한 제안도 나왔다.

원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대형제약사를 중심으로 QbD 적용사례가 이어질 것이다. 동아의 경우 송도에 새 공장을 짓는데, 그곳으로 생산이 넘어가는 4개 정도의 품목들은 QbD를 적용할 예정"이라며 "수출 품목은 물론, 신약이나 개량신약 중 매출이 많이 나오는 주력품목, 품질관리가 어려운 품목들을 위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대형제약사 뿐 아니라 중소기업들까지 도입을 보다 확대해 제약선진국들처럼 QbD 적용이 활성화되도록 식약처 등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수"라며 "약가 우대와 함께 한국 실정에 맞는 재정적 지원이나 관련 인력 교육 지원 등도 이뤄지면 많은 기업들이 도전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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