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2.08 16:57최종 업데이트 21.12.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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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의학회 "코로나19 대비해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 재정립하자"

전문가들 "비코로나 환자 피해 최소화 필요" vs 국립중앙의료원 "병상 동원 효율화 방안부터 논의"

사진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홍석경 중환자외상외과 교수,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차기 회장, 국립중앙의료원 주영수 공공보건의료본부장, 한국의료윤리학회 임채만 회장, 대한변호사협회 최재원 감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중환자의학 전문가들이 8일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중환자 병실 우선배정 기준안 토론회'에서 폭증하는 코로나19 중환자에 대비해 병상 입‧퇴실 기준을 재정립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 측은 병상 우선순위 배정과 입‧퇴실 기준 설정도 중요하지만 동원 가능한 병상 예측의 효율화 방안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진 고령자 위주의 고위험시설 클러스터 발생 위주였다면 앞으론 지역사회 위주 감염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중환자 발생도 예측 범위 내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이다.
 
중환자의학회 “환자 우선순위‧입퇴실 기준 다시 정하기 위해 정부 나서야”
 
이날 토론회 모인 중환자의학 전문가들은 급격하게 늘어나는 코로나19 중환자를 대비해 중환자 병상 우선순위 배정과 입‧퇴실 기준 정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입실 기준의 경우 1~4까지 우선순위를 정해 회복가능성이 없는 환자를 뒷순위로 배정하고 예측생존율이 80% 이상인 환자를 최우선 순위로 배정하는 등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환자의 일상생활 능력이나 적절한 치료와 예후 등 전신상태를 평가하는 ECOG 수행능력평가, 수술과 마취 전 환자의 신체상태를 체크하는 ASA 스코어 등을 고려해 명확한 기준이 설정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환자실·준중환자실 입실기준. 사진=대한중환자의학회

대한중환자의학회는 퇴실 기준도 입실 48시간 동안 혹은 증상 발생 후 10일 이후 ▲발열이 없으며 생체 징후가 안정적이고 ▲흉부 영상에서 병변의 진행이 저명하지 않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경우 환자를 준중환사실이나 일반병실로 전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환자발생이 급격히 증가해 중환자 병상이 없거나 매우 부족한 상황에선 기존에 치료 받고 있는 환자 중 일부 환자 가족의 동의를 받아 퇴실을 권고하는 등 기준도 제시됐다.
 
구체적으로 ▲사망이 임박한 환자 ▲집중치료를 3주 이상 했음에도 다장기부전이 해결되지 않고 사망의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환자 혹은 보호자가 집중치료를 더 이상 원하지 않는 경우 ▲뇌사환자이거나 임상적으로 뇌사로 판단된 환자가 이에 속한다.
 
서울아산병원 홍석경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감염병 대유행 시엔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에 대해 의료전문가, 윤리전문가, 정부가 조기에 사전협의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과 근거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의료인이 법적보호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차기 회장도 "환자 격리 원칙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장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의사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환자 우선순위 배정에 있어 의사들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이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외적 상황에 따른 위기…앞으론 대응 가능한 수준일 것”
 
반면 앞으론 코로나19 중환자 발생 추이가 예상 가능한 범위 내로 들어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지금까진 고령자 중심의 취약 시설을 중심으로 집단 클러스터가 발생하는 양상을 보였다면 앞으론 대응 가능한 수준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주영수 공공보건의료본부장은 "현재 중환자 병상 1000개 중 최근 한 달 사이 400개가 소진됐다. 이는 최근 한 달의 독특한 환자 발생 패턴에 의한 것"이라며 "최근 코로나 중환자 발생 현황을 보면 노인이 많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 취약 집단 시설에서 집단 클러스터가 발생했고 이 같은 예외적 상황에 의해 현재 위기가 유발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 본부장에 따르면 11월 2일 고령자 중심의 중환자 발생 피크가 한차례 발생했고 이후 보름 간격으로 지속적인 고령자 중심 클러스터 피크가 발생되다가 가장 최근엔 12월 4일 고령자 집단발병이 확인된 상태다.
 
그는 "단계적 일상 회복 프로세스 상 문제가 있었다기 보단 예외적 상황에 의해 현재 위기가 유발됐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며 "앞으로의 환자 증가 패턴은 성격이 좀 다를 수 있다. 향후엔 지역사회 중심의 사회적 이완이 환자 숫자로 나타나는 면이 많을 것이고 중환자 병상 점유 범위도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8일 의협용산임시회관에서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중환자 병실 우선배정 기준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주영수 본부장은 학회가 내놓은 우선순위 배정안과 별개로 동원할 수 있는 중환자 병상 동원의 효율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지금 상황을 누구에게 인공호흡기를 걸 것인가라는 매우 극단적인 전시 상황 수준으로 윤리적 이슈로만 접근하기엔 다양한 여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공공병원들이 중환자를 케어할 수 있는 역량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입퇴실 기준의 효율화 부분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병상 동원이 가능한지 가늠하는 부분도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중환자의학회가 내놓은 중환자 입퇴실 우선순위 배정안에 대해 비코로나 환자 혹은 퇴실 기준에 대한 우선순위도 포함돼야 한다는 등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도 개진됐다.
 
한국의료윤리학회 임채만 회장은 "가이드라인은 현장에 적용 가능하게 간단하고 명료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비코로나 환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비코로나 환자의 입퇴실 기준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입실 우선순위와 마찬가지로 퇴실 우선순위도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최재원 감사는 "환자 우선순위 결정에 대한 의료인 책임 면책은 이미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례가 있다"며 "법률 개정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정부 시행규칙 등 방안을 통해 면책과 관련된 정부의 공식적인 인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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