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2.21 13:15최종 업데이트 24.02.21 13:15

제보

반복되는 보건복지부 차관의 실언

[칼럼] 박인숙 울산의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는 대한민국의 보건의료 정책을 관장하는 부서이다. 그렇기에 나쁜 정책은 저지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추진할 의무도 있다. 하지만 현재 그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오히려 실언만 반복된다.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으로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말도 안 되는 근거를 억지로 끼워 맞추다 보니 그렇다. 화살이 꽂힌 뒤에 과녁을 그리면 백발백중이다.

의학은 모두 근거 중심이다. 근거가 없다면 환자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정책도 그래야 한다.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사용된 보고서를 살펴보면 2000명 증원 규모는 찾을 수 없다. 정부가 선후를 바꾸어 해석한 부분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보고서 저자 중 한 명은 “의사 인력 증가는 의료제도 개혁이 이뤄진 후에야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라고 밝혔다. 급기야 보건복지부는 2천 명 증원 근거자료 공개 거부를 선언했다.

심지어 여성 혐오 발언 논란에 휩싸였다. 20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 차관이 증원 규모 근거를 설명하면서다. 해당 브리핑에는 남성의사보다 더 적게 일하는 여성 의사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근거가 포함되었다.

'여성 혐오' 논란은 잠시 논외로 하자. 보건복지부는 성별에 따른 근로 시간까지 고려할 정도라면 우리나라 의사의 의료 생산량이 OECD 평균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 고려해야 한다.

OECD 최고 수준의 1인당 연간 외래진료횟수, 단위 면적 당 의사 밀도, 전문의 접근성 등 의료 서비스양은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밝혀야 한다. 쌩쌩한 20대 의사가 부족해진다면서 50대 이상 의사의 경륜은 무시하는 망언을 한 지 일주일만이다.

보건복지부 차관은 2000명 증원의 근거를 제시하기는커녕 오히려 의사를 겁박하고 있다. 다른 저의가 있는 건 아닌지, 정부가 ‘의도된 의료 대란’을 바라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보건의료 정책은 표를 위한 정치판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2023년 말에 발표된 보건복지부 백서의 인사말을 보자. 정부는 의료 인력 확보 등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의견 수렴과 협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의견 수렴도 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중단하고 근거 있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보건복지부 차관이 실언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