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8.09 12:28최종 업데이트 23.08.0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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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산부인과, 분만수가 올려도 문제다…의사회-학회-복지부 차관 간담회선 어떤 얘기 오갔나?

MFICU 입원료·관리료 현실화·분만사고 국가책임제 보상액 확대…지역수가 가산이 오히려 역효과도

보건복지부와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8일 오후 7시 간담회를 개최하고 산부인과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방안 대책을 논의했다. 사진=보건복지부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위기의 산부인과계가 보건복지부를 만나 분만 진료체계 개선과 수가 정상화 등 필수의료 정상화를 위한 목소리를 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8일 오후 7시 간담회를 개최하고 산부인과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방안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지난 1월 필수의료지원대책과 2월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필수의료 정상화를 위해 종합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분만 기능 유지를 위한 분만취약지 지원사업 등 확대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앞선 정부 정책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입장을 줄곧 내왔다.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간담회에서 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산부인과학회 박중신 이사장과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 등과 2시간 가량 허심탄회한 입장을 주고받았다. 

우선 의료계는 정부 측에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각종 정책들에 대해 대대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고위험산모‧태아집중치료실(MFICU)과 같은 주산기 의료 인프라에 대한 지원부터 대도시 분만 수가 개선, 분만사고 국가책임제 피해보상 금액 확대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우선 대한산부인과학회와 의사회는 MFICU 입원료와 관리료를 현실화하고 6개로 제한된 MFICU 입원 적응증을 확대해 산부인과 전문의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입원시킬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MFICU같은 경우, 임산부와 태아 모니터링을 하루 종일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지만 이런 부분까지 수가로 계산되지 못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취지다. 

실제로 MFICU 병상이 충분한 지역은 주산기 사망률과 모성사망비가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최근 통과된 분만사고 국가책임제법(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 피해보상 금액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013년 4월 8일부터 시행 중인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는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의료사고에 대해 최대 3000만원까지 보상하는 정책이다. 그동안 재원은 국가와 의료기관이 각각 7:3비율로 분담하게 돼 있었으나 최근 법 개정으로 국가 부담이 100%로 늘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의료사고에 따른 보상 금액이 3000만원으로 한정돼 있는 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분만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생아에게 후유증이 남게 될 경우, 민사소송 배상금만 억 단위를 훨씬 넘기 때문에 3000만원 정도 재원으론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분만 시설 유지비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분만 시설은 응급실과 마찬가지로 언제 분만 환자가 발생해서 내원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준비 단계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분만이 없는 날에도 3교대 간호인력이 필요하고 의사가 준비하고 있어야 하지만 행위에 따른 수가만 발생하기 때문에 점차 분만 시설을 유지하려는 병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지역수가 가산으로 오히려 대도시에서 분만을 꺼려하는 부작용도 공론화됐다. 

앞서 올해 초 복지부는 지역(분만)수가 100%에 더해 안정정책(분만)수가 100%, 감염병(분만)수가 100%를 더해 300% 분만수가를 가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수가 대상에 광역시도가 제외되면서 실질적으로 지역수가를 받을 수 있는 지역은 40% 지자체에 그치고 이들 지역은 신생아 출생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대도시는 신생아가 많으니까 수가 가산 없이도 병원 운영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일례로 분만 수가만으로 강남 임대료 2~3억원을 감당하기 위해선 분만만 300건 이상해야 하지만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토요일 진료비 가산 문제도 도마위에 올랐다. 

현재 토요일 진료의 경우, 150% 진료 가산이 붙는다. 그러나 진료 가산이 토요일 오후에만 한정돼 있다 보니 똑같이 진료가 이뤄져도 오전엔 진료비 가산이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분만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은 필수의료 지원대책과 함께 저출산 대응에도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며 "안전한 임신‧출산을 위한 진료 인프라 확충 및 의료질 향상을 위해 복지부는 현장 소통을 강화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차관은 “오늘 간담회 이후에도 다양한 의료계 단체 등과 간담회를 지속해 나가며, 추가적인 지원대책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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