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6.12 05:41최종 업데이트 18.06.12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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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닥터콜에 의사들이 주춤하는 이유

처치 잘못되거나 결정 잘못내릴까 하는 우려 커

선한 사마리아법이 100% 보호 못해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비행기를 타본 의사라면 닥터콜을 실제로 경험했거나 한번쯤은 경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내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다급히 의사를 찾는 승무원에게 스스로 '제가 의사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일 수 있지만, 의사들은 먼저 나서기를 꺼려하는 경우도 많다.
 
만약 환자가 잘못된다면 이와 관련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크기 때문인데, 실제로는 어떨까?
 
지난 2011년 8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일명 선한 사마리아법이 도입됐다.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종사자가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死傷)에 대해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傷害)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는 제5조의2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내용이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의사가 기내 응급상황과 같이 응급처치가 필요한 경우 환자를 처치했을 때, 그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더라도 이것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니라면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모든 의사들이 닥터콜에 선뜻 나서겠다고 말하진 않는다. 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 임주원 교수가 지난 2016년에 발표한 '기내 닥터콜과 환자의 안전' 논문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한가정의학회와 한국항공우주의학회 일부 회원 총 445명의 의사 중 기내 응급상황 발생 시 닥터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응답자 비율이 38.4%에 달했다. 171명이나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임주원 교수는 "의사들은 기내 응급콜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소송에 대한 두려움과 이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해서'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논문에서도 445명의 설문조사 참여자 중 실제로 기내 닥터콜을 경험한 의사는 총 96명이었지만, 이 중 73명만이 실제로 응급상황에 참여했다고 나와 있다. 기내 응급에 참여하지 않은 23명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13명(56.5%)은 다른 의사가 있어서 참여하지 않았다고 답했지만, 그 다음으로 많은 6명(26.1%)은 법률 소송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답했다.
 
더불어 논문에는 기내 응급에 대한 의사의 책임과 처벌에 관한 물음에서는 기내 응급 처치 후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의사의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76%인 338명에 달했으며, 중대과실에 한해 책임이 있다고 답한 의사가 20.2%인 90명, 어느정도 책임 있거나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보는 의사는 10명이었다.
 
의사가 기내 응급 상황에 나서지 않을 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93.7%인 417명이 반대의 의견을 보였고, 6%남짓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응급상황에서 100% 나서겠다고 답하지 않는 이유는 선한 사마리아법이 의사를 100% 보호해주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임 교수 논문에서도 의사들 70%가 현재 응급의료법이 기내 응급 상황에서 의사의 참여를 독려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응급의료법 제5조2에 따르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니라면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지지 않으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고 나와 있지만, 만약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대해서는 의사가 직접 소명해야 할 것"이라며 "또한 사망의 경우 형사책임 감면일 뿐, 책임이 있다고 보겠다는 것이며, 민사책임은 물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에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라고 되어있는데, 만약 그렇지 않았던 환자를 보다가 잘못된다면 그 책임 소재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의사들이 쉽게 나서지 않겠다는 이유도 이런 가능성에서 기인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형사책임 감면이라는 것은 책임이 아예 없다는 것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감경할 수도 있고, 면제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기내 닥터콜로 인해 의사에게 문제가 됐던 사례는 지금까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한 항공사마다 가진 닥터콜 매뉴얼에도 의사보호와 관련된 규정도 따로 없다. 대한항공의 경우 의사가 기내에 있는 경우 닥터콜을 통해 기내 탑재 의료 장비와 약품으로 응급처치를 한다.
 
이때 기내 의료진의 의학적 처치가 미비하거나 협진을 요청하는 등 의학적 자문이 필요한 경우에는 EMCS(Emergency Medical Call System)으로 연락을 취해 환자를 본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비행기 회항 등의 최종결정과 책임은 기장에게 있지만 이 과정에서 기내 의료진이나 EMCS의 자문을 얻어서 결정하는 것이 규정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비슷하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닥터콜을 통해 의사를 부르고, 의사가 처치하고 의학적 판단을 내리지만 최종 결정과 책임은 기장에게 있다.
 
임 교수는 논문에서 기내 응급 상황에서 의사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는 기내 의료진 프로그램 운영과 기내 응급처치에 대한 책임 보험가입을 통해 의사들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의사가 져야 할 책임에 대한 부담은 덜어주고 있다.
 
임 교수는 "의사인 승객이 탑승 전 자신의 전공 진료과목을 등록하면 루프트한자 항공사는 마일리지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고 의사로부터 기내 탁터콜에 대한 참여 보장을 받을 수 있다"며 "승무원은 어떤 의사가 어떤 자리에 앉아있는지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응급상황에 더 신속히 대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책임보험 등과 같은 방법 외에도 의사가 윤리적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 나아가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도 면해준다면 의사들은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도의적인 사명감에 따라 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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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jhhwang@medigatenews.com)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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