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2.07 08:25최종 업데이트 24.02.0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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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의협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위헌 소지 논란 '업무개시명령' 발동하나?

2014년, 2020년 파업 당시 적용해 의사 고발…법조계도 의료법 제59조 '직업의 자유' 등 위헌 소지 다분 지적

6일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기존 3058명에서 2000명 늘린 5058명으로 확정 발표했다. 

충격에 휩싸인 의료계는 당장 파업을 논의 중인 가운데 정부가 강경한 태도로 '의사 파업'을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의협 집행부 등을 대상으로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려 충돌이 예상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6일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 관련 브리핑’에서 의사 총파업 및 집단휴진 가능성에 대해 "만에 하나 불법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면 정부는 법에 부여된 의무에 따라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도록 하겠다"며 "의사단체의 불법 집단행동에는 단호한 조치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5시에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고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경계' 단계로 상향 발령했다.

조 장관은 "국민 생명․건강에 위해를 주는 집단행동과 집단행동을 부추기는 일체의 행동을 즉시 중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의료법 15조 진료거부 금지 조항, 제59조 업무개시명령 조항…자의적 해석 적용 가능

조 장관이 언급한 법은 바로 의료법 제15조와 제59조다. 그중 의료법 제15조는 '진료금지 거부' 조항으로 "의료인은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에 따라 의사들의 집단 휴진이 의료법 상 진료거부행위로 인정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심할 경우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집단 휴진 등 파업을 진행할 경우 복지부는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복지부장관 등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부의 진료명령을 위반 혹은 거부한 의사와 의료기관은 업무정지 15일 또는 개설허가 취소, 의료기관 폐쇄 명령 등이 가능하며, 심각할 경우 면허 취소도 가능하다.

복지부 역시 6일 중수본 회의에서 의료법 제59조를 언급하며 "정부 명령을 위반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주는 불법행위에 대해 행정처분, 고발조치 등을 통해 법에서 규정한 모든 제재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복지부가 내린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위반한 경우, 의료법에 따른 면허정지 처분을 받거나, 형법상 업무방해죄 또는 이에 대한 교사․방조범으로 5년 이하의 징역,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의료법 제59조에서 밝히고 있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 행동을할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밝히고 있는 이 문구가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20년 의료계의 의사 총파업 당시 보건복지부는 전국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이를 거부한 전공의들에게 즉시 현장 복귀를 명령했다. 복지부는 당시 업무개시명령을 무시하고 응급실로 돌아오지 않은 수도권 병원 3곳의 전공의 10명을 고발한 바 있다.

거슬러 올라가 2014년에도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 휴진을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행위'로 판단해 진료 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2013년 한의사 1만명 이상이 집단휴진했던 '범한의계 궐기대회'에서는 보건복지부에서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로 판단하지 않았던 가운데, 업무개시명령을 내리지도 않았고 공정위에 조사 요청도 하지 않았다.

법조계, '직업선택의 자유', 결사의 자유, 근로 3권 등 침해 등 위헌 소지 있어

법조계도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 소지 가능성을 지적했다.

2020년에는 법무법인 오킴스가 업무개시명령의 근거로 삼고 있는 의료법 59조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항으로 위헌적 요소가 있어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후 실제 행정처분이나 형사적 처벌로 이어졌을 때 구제를 위한 법률 대리도 자처했다.

2020년 의협이 발간한 '계간 의료정책포럼 제18권 4호'에서는 의협 자문변호사인 김진환 변호사가 "업무를 강제로 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헌법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3월에는 헌법 박사이며 법무부 사무관인 허창환 변호사가 '헌법학연구' 학술지에 '헌법상 근로의 의무에 대한 연구- 업무개시명령 제도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게재하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헌법상 허용되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허 변호사는 "국가가 국민에게 ‘업무를 개시할 것을 명령으로 강제’하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이나 행정적 제재를 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상 허용되는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합헌적이기 위하여는 그 목적이 국가의 존립과 공동체의 형성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적법 절차의 형식적·실체적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법과 약사법의 업무개시명령은 처분사유를 판단하는 절차도 규정돼 있지 않고 처분권자도 다양해 헌법 상 일반적 행동의 자유나 직업의 자유, 결사의 자유, 근로 3권 등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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