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4.18 07:56최종 업데이트 24.04.18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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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젊은의사들에 전한 韓 의료 현실 "저수가∙형사처벌∙기본권 미보장"

대전협 이혜주 전 정책이사, 세계의사회 산하 젊은의사 네트워크서 발표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이혜주 전 정책이사가 17일 세계의사회 산하 젊은 의사 네트워크에서 대한민국 의료의 문제점과 의대증원 등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 상황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젊은의사 네트워크에는 세계의사회 루제인 알코드마니 회장과 박정율 의장, 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도 참석했다. 루자인 알코드마니(Lujain Al-Qodmani) 회장은 앞서 세계의사회 명의의 성명서와 인터뷰 등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현 사태와 관련 대한민국 의료계에 지지를 보낸 바 있다.

의대정원 확대 등은 근본 대책 아냐…저수가 탓 전공의 업무 과다
 
이 전 이사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위기는 수년간의 잘못된 관리와 비효율적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의대정원을 확대하고 의료비 지불 구조를 재검토하겠다는 정부 대책은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모든 국민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고정 가격을 책정하는 통합 의료보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수가는 원가의 80%에 불과해 병원의 재정적 어려움을 야기한다”고 고질적 저수가 문제를 지적했다.
 
이 전 이사는 “병원의 재정적 문제로 인해 전공의는 교육 목적으로만 채용하는 게 아니라 비용 효율적인 인력으로서 전공의 기간을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며 “법적으로 전공의 주당 최대 근무시간은 80시간이지만 대부분 이를 초과해 100시간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병원은 전공의 초과 근무가 확인될 경우 여러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이들의 근무 시간을 조작할 수밖에 없다”며 “그 결과로 전공의는 추가 근무에 대한 급여도 받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업무량을 감독하고 관리할 추가 인력을 채용하는 게 필수지만, 많은 병원에서는 이 부분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형사처벌 위험에 고위험 분야 기피…파업 대신 사직했지만 정부는 권한 남용
 
이 전 이사는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과 의사의 파업 권리 미보장도 문제 삼았다.
 
그는 “한국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진에게 형사처벌을 부과하고 있다”며 “이는 과중한 업무량과 높은 소송 위험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심장내과와 같은 고위험 분야를 선택하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했다.
 
이어 “(의사) 파업권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없다는 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다른 전문직처럼 의사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길을 선택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의사들은 이런 기본적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전 이사는 “한국의 의료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공의들에게 업무 복귀를 명령할 수 있으며, 불복할 경우 체포영장 발부와 의사면허 정지는 물론 징역형까지 부과할 수 있다”며 “우리는 환자 안전을 보장하는 범위에서 권리를 행사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사직 의사를 대상으로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제노동협약 위반으로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했고, 현재 개입이 진행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명령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의사면허를 정지하는 등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대전협은 정부에 관련 의료법 조항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이사는 “지난 수년간 정부는 근본적 제도 개선에 대한 우리 요구를 무시한 채 의대 정원 확대만을 해결책으로 제시해 왔다”며 “대한민국에서 의사 파업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우리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모든 의료인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의료시스템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 결정을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정부 정책에 맞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윤리적 복잡성으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며 “하지만 세계의사회와 젊은의사 네트워크의 연대가 어려운 시기에 큰 힘이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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