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4.14 06:28최종 업데이트 16.04.1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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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4월 - 남겨진 자들 이야기

[인터뷰] 단원고 스쿨닥터 김은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직도 힘든 친구들이 많아요"

서울역에서 지하철 4호선을 타고 한숨 푹 자다 일어나면 단원고가 위치한 고잔역에 도착한다.

진입로 양쪽으로 뻗은 4월의 벚꽃은 참 잔인하다.

우산 준비를 못했는데도, 마침 내리는 구슬비가 반갑다.

 



4월 초 한 심포지엄에 참석했다가 '세월호 그 후 1년, 지금 어디에서 어디로'란 세션을 우연히 들으면서 '스쿨닥터'의 존재를 알게 됐다. 

기자는 다짜고짜 스쿨닥터가 근무하는 단원고로 인터뷰 요청 팩스를 보냈는데, 긍정적인 대답이 왔다.

인터뷰 당일 학교 입구에서 경비 아저씨의 허락을 맡고, 조심스럽게 학교에 들어갔다.

학교 상황이 특수해 행정실에서 출입증을 받고,  오늘 인터뷰 주인공이 있는 '마음건강센터'로 올라갔다.

 

 

 

"의사들은 치료가 제일 중요하잖아요?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패솔로지(병리)가 나아지는 게 중요하죠.

하지만 학교는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교육이 돼야 하기 때문에… 치료와 교육을 굉장히 조율하기 어려운, 그런 부분이 있죠."


 


단원고에서 '스쿨닥터'로 근무 중인 김은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메디게이트뉴스: 학교라는 공간에서 '스쿨닥터'로 근무하시고, 일반적인 진료가 아닌 조금 다른 일을 하시는데요. 똑같은 질문을 지겹도록 자주 듣긴 하셨을 텐데요, 그래도 궁금합니다. 구체적으로 여기에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요?

-저는 좀 쑥스럽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하는 일이에요. 특히나 한 학교에 들어간 스쿨닥터는…

그래서 사실 많이 생소한 일이기도 하고,

제가 제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죠. 제가 생각하는 제일 효율적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일 말입니다.


그래서 사실 처음 학교에 들어올 때 아이들한테 질 좋은 정신 치료를 많이 생각했었고요.

원래 소아정신과라는 영역 자체에서는 학교(선생님)-집(부모)-아이 이 세가지를 다 균형 있게 보면서 환경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을 잘해야겠다" 생각했죠.

왜냐하면, 여기에서는 학교 선생님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할 수 있거든요.

소아정신과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학교에서 잘 코웍(협동) 해서 아이들 심리치료에 도움이 많이 되도록 해야겠다.

그래서 제가 그 두가지를 중점적으로 했던 거고요.


그래서 제가 주로 하고 있는 일은 아이들 심리치료… 흔히 그냥 정신치료라고 하죠.

인지행동치료, 정신치료, 바이오피드백 이런 것들을 하고 있고,

부모들에 대해서 양육촉진, 부모들 정신치료, 교사들 정신치료, 이것이 제가 고정적으로 하는 일이고요.


회의가 아주 많아요. 상담교사나 담임교사와 코웍을 하기 위해서...

정보를 주고받고 아이들 하나하나에 대해서 어떻게 어프로치(접근)를 해야 하는 지 교육을 하고 있죠.
 

 

메디게이트뉴스: 우리나라에서 스쿨 닥터란 게 처음인 거잖아요? 본인이 세팅(일의 설정)을 다 하셔야 될 거 같은데?

-네, 맞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본인 스스로 세팅을 맞게 하는 건지 의문이 많이 들 것 같기도 하고요. 그 역할이라는 것을 학교여서 Doctor만으로 한정 지을 건지, 아니면 확장할 것인지…

-사실 처음에 학교에 들어올 때는 심플했어요.

나는 아이들한테 Trauma focused CBT(Cognitive Behavior Therapy, 인지행동치료)처럼 아주 질 좋은 정신치료를 제공하겠다. 근거기반의…


그 생각이 되게 강했는데, 사실 들어와 보니깐 그것은 되게 말이 안되는 생각이더라고요.

그때는 사고가 나서 학교가 정신없는 상황이었거든요? 교사들도 그렇고, 부모님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의사로서 잘하기가 어려웠어요. 게다가 학교기 때문에…


의사들은 치료가 제일 중요하잖아요?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패솔로지(병리학 혹은 병적 측면)가 나아지는 게 중요하죠.

하지만 학교는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교육을 해야 하고, 패솔로지와는 상관없이 교육이 돼야 하기 때문에…

교육과 치료를 굉장히 조율하기 어려운, 그런 부분이 있죠.


지금은 사이코소셜(Psycho-social, 심리사회적) 관점을 많이 가지고 있고요.

한시간, 두시간 (학생이나 교사를) 더 보기 보다는, 학교에 생기는 어려움들이나 학교 집단 자체를 클라이언트로 보고 이 집단을 어떻게 도와줄까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메디게이트뉴스: 선생님이 여기서 근무하게 된 동기 혹은 계기가 좀 궁금합니다.

-큰 이유는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할 생각이 별로 없었어요.

세월호 자원 봉사를 하면서, 학교는 의사들한테 서포트를 잘 해줄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일하고 싶은 생각이 처음엔 없었죠.


하지만 자원봉사라는 것이 언젠가는 철수를 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아쉬워 하더라고요, 보고 싶어 하고…

그런 (아쉬움) 얘기하는 것을 보고 조금 안타까웠어요. 

대단한 이유 없이 약간은 충동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전에 다른 매체와 인터뷰 하신 것을 보니깐 의대 전에 심리학을 전공하셨더라고요. 의대를 들어오시게 된 계기나 동기가 있었나요? 

-인문학부를 다닐 때 주로 심리학, 국문학 부분에서.

학문 자제로만 봤을 때는 너무 실질적이지 않은 느낌, 배우는 것은 되게 좋고 재밌는데 어떻게 학문을 써먹지?하고 리얼하지 않은 느낌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지치기도 했고요.

당시엔 정신과 의사가 비슷한 것을 훨씬 더 구체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실제 정신과 의사가 되보니 어떠신가요?? 심리학과 전공할 때 생각하던 모습과 비슷한가요?

-많이 다르죠.

정신 상담 같은 치료만 있을 줄 알았는데 약물 치료도 많고 그런 게 다르긴 했어요. 

근데 그것보다도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죠. 심리학하고는...


메디게이트뉴스: 선생님이 처음 학교에서 근무한다고 했을 때 주위 의사 동료나 남편의 반응은 어땠나요?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많았고요.

학교라는 것은 둘째 치고 세월호라는 사고 자체가 너무 크고 트라우마틱(Traumatic)한 일이었기 때문에...

왜 그렇게 힘든 곳에 가서 일을 하느냐??고 많이 물어들 보더라고요.

일하는 사람도 이차적으로 소진이 오잖아요?? 그런 걸 다 알기 때문에 왜 그렇게 힘든 일을 하냐 반대를 많이 했어요


 

"실제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우울증, 공포증, 패닉디스오더(공황장애), 심지어는 강박증 등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어요. 지속적인 서포트와 치료로 점점 더 좋아져야 하는데…아직도 힘든 친구들이 많죠.
 

사회적으로 아이들 생존자나 세월호 자체가 굉장히 이슈화되고, 아이들을 계속 자극하고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리마인드(상기)시키고 무력감을 심화시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저 같은 사람에게도 작년 4월 16일은 충격이었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주변 분을 보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게 저와는 좀 다르시더라고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세월호 사건이 어떻게 다가오셨나요??

-저희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학생들과 나이 차이가 많아요. 

그런 면에서 저는 오히려 학생들 부모님한테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많이 불안해하고, 우리 애들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예민하고 거칠고 하는 그 부모 마음 말입니다.


소아정신과 의사들이 아이와 치료를 많이 하지만, 부모님이 바뀌어야 아이들이 바뀌는 경우가 많거든요.

근데 그 아이들을 위하는 부모 마음을 보면서...

내가 저 마음을 지켜주고, 그것 때문에 (단원고) 아이들이 너무 옥죄이지도 않고, 적당하게 사랑을 받을 수 있게 코치를 잘 해줘야겠다.

동기가 좀 생긴 것 같아요.


메디게이트뉴스: 두 아들이 이번에 다섯 살, 여덟 살 맞나요? 이번에 큰 아이는 학교를 들어갔겠네요. 아이들이 엄마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요?

-잘 몰라요.

근데 그때(작년 4월) 자원 봉사 할 당시에는 세월호가 워낙 큰 일이어서...  그 당시에는 좀 알고 있다가, 엄마가 단원고등학교를 가서 좀 도와준다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그때는 애들이 자꾸 그런 말을 했죠.

"도대체 그 형아들은 언제 낫는데?"

그런 질문을 많이 하더라고요.


메디게이트뉴스: 학교에 스쿨닥터로 근무했던 일들이 아이들 양육에 좀 도움이 되실 것 같나요??

-지금은 사실 잘 모르겠지만, 제 아이들이 단원고 아이들만큼 커지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메디게이트뉴스: 단원고 학생들의 모습이 좀 궁금한데요. 생존 학생도 있고, 배를 타지 않았던 다른 학년 학생도 있을 거고요. 학생들 모습은 어떤가요?

-제가 항상 똑같이 말을 하는데요.

생존 학생 75명이면, 그 75명은 다 달라요.

전체 학생 수가 1,000명인데, 그들도 다 다르죠.


확실한 건 신입생들이 들어오면서 학교 분위기가 겉으로 보기엔..,. 학교를 오시면서 느끼셨겠지만… 여느 학교랑 같죠.

여느 학교랑 같아 보이지만, 사실 생존 학생들은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아요.

특히 이번에 1주기 되면서…불면이나 불안, 집중력 곤란이 많고요.


그리고 며칠 안남았는데… 

음…정말로…

많은 아이들이 어려움을 지속해서 많이 호소해서, 지금은 주의를 많이 기울이는 상황입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전문가 입장에서 듣고 싶은 질문입니다. 의학적으로 '성장기 과정'(청소년 시기) 때 이런 세월호 같은 트라우마를 겪으면 어떠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세월호에서 생존했던 친구들, 그 생존자의 주위 사람들, 혹은 친구를 잃은 친구들 이런 학생들은 지금 어떨까요??

-순수하게 의학적인 얘기만 해야 하는 건가요??

메디게이트뉴스: 아닙니다. 편하게 모든 얘기를 하시면 됩니다.

-일단 아이들이 사고를 겪었고, 그 트라우마 자체는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일으킬만한 큰 트라우마였죠.

그리고 아이들이 겪는 한 가지가 더 있어요.

그것이 뭐냐면… 

'애도'에요.

친한 친구들, 대체적으로 '베프'를 잃어버렸으니까요.

이 정도의 심리적인 어려움이면 사실은 여러 가지 질환들이 생길 수가 있어요.


그래서 고려대 의과대학에서 6개월 전쯤 발표한 것 같은데요.

"아이들 상태가 더 나빠지고 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생기고 있다" 그런 얘기를 하셨어요.

실제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우울증, 공포증, 패닉디스오더(공황장애), 심지어는 강박증 등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어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고,

사실은 지속적인 서포트와 치료로 점점 더 좋아져야 하는데…

아직도 힘든 친구들이 많습니다.


사회적으로 생존자 아이들이나 세월호 자체가 굉장히 이슈화되면서,

아이들을 계속 자극하고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리마인드(상기)시키고 무력감을 심화시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선생님 예전 심포지엄 글에서도 읽었는데요, 학생들이 증상이 많이 있어도 실제론 표현하지 않는다고 들었거든요. 실제론 어떤 증상을 제일 힘들어하죠??

-제일 힘들어 하는 건... 친구들을 잃은 것에 대한 슬픔이죠.

그리고 집중력 곤란, 신체증상… IBS(과민성대장증후군)나 두통, 그런 것들이 많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생존 학생들 이제 3학년인데요, 수능준비도 해야 하고요. 입시 준비하는 모습은 어떤가요?

-의욕은 있고, 생각은 합니다.

근데 실제적으로 4월이 임박해서… 마음은 있지만 우울감 때문에 제대로 하기 어렵고, 집중력 곤란도 심한 상태에요.

 

 

- 인터뷰  2편에서 이어집니다.

#세월호 #스쿨닥터 #김은지 #단원고 #메디게이트뉴스 #ptsd

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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