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2.29 04:32최종 업데이트 21.12.29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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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사들에게 필요한 건…선의의 의료행위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소송 대비책

[칼럼]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대한외과의사회 보험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장폐색 환자에 대한 수술이 지연됐다는 이유로 1심 재판부에서 외과의사가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의 선고를 받았다. 형사 처벌을 선고 받은 외과의사는 1심 민사소송의 판결을 가벼이 여기고 더 이상의 소송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민사 1심 이후 형사소송이 진행댔고 재판부는 외과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법률 전문가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일반적인 업무상과실치사상 범죄 행위와 선한 의료행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합병증과 의료과실의 문제를 동일한 선상에서 단편적으로 판단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의료분쟁처리특례법이라도 발의돼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의료분쟁에 대한 의사들의 대응을 곱게 보는 외부인들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특례법이 쉽게 해결될 리가 없다.

또 건강보험 상대가치제도에서 의료수가에 위험도가 책정돼 있으며, 맹장수술의 위험도에 의한 비용은 약 1만원 내외다. 맹장수술 후 불의의 합병증에 의해 환자가 사망해 3억원을 배상한 일도 있는데, 이는 온당한 제도가 아닌 만큼 제도는 지속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해야 한다. 제도를 탓하기 전 만약을 대비한 철저한 준비와 지혜로운 판단이 중요해졌다.

의사들을 대상으로 일반론적인 의료분쟁 대응 방법은 많이 알려져 있다. 일단 환자들에게 부작용이나 합병증에 대한 가능성을 충실히 설명해야 한다. 진료나 검사, 그리고 치료나 수술 시에 주의를 다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일상적인 환자일지라도 의료기관 직원을 통해 환자 상태를 살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문제가 생길 때 환자에 대한 조치를 우선해야 한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지금 발생한 합병증이나 현재 상태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되도록 사실 관계만 의사가 간략하게 하는 것이 좋다. 이때 감정이 실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의료사고에 대비한 보험에 가입하거나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에 가입해야 한다. 환자나 환자 보호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 관계 형성(라뽀, rapport) 또한 매우 중요하다. 

소송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좋은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환자나 보호자 중에 고액의 보상을 의도하는 환자에게나 과도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 의사에게는 어쩔 수 없으면서도 불가피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일단 소송으로 진행하면 법률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들의 도움 외에 의사단체의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의사들은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혼자 고민하고 그 내용을 감추려 하는 경향이 있다. 소수의 지인에게만 알리고 법률 조언을 받는 일이 흔하다. 하지만 의사단체를 통해 상의를 하게 된다면 대부분 많은 경험과 지혜를 당사자에게 나눠줄 것이다.

그리고 의사로서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솔직히 인정하고 가입된 보험에 의해 해결하는 것이 좋다. 최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합의 요구 역시도 매우 부당한 것이 아니라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게 유리한 측면도 있다.
 
필자는 대장내시경 중 장천공을 일으킨 적이 있다. 처음 방문한 환자였지만 긴급하게 내시경을 했고 불의의 장 천공이 발생했다. 장 천공 의심 후 솔직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했고 다행히도 환자의 마음을 좋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약간의 위자료로 원만히 합의했다. 약 3주 뒤 장 천공에 대한 치료가 잘 이뤄졌음을 확인하고 보호자로부터 감사인사를 받았다. “원장님처럼 솔직하게 인정하고 잘 치료해 주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치료가 잘 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21세기를 살아가야 하는 대한민국 의사들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한 구절이 추가돼야 할 문장이 있다. "최선의 진료에도 불구하고 피소를 당할 것에 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환자와의 신뢰를 유지하고 분쟁 해결이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노라." “나는 의학의 신 그리고 건강과 모든 치유, 그리고 여신들의 이름에 걸고 나의 능력과 판단으로 다음을 맹세하노라. 나는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내가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 것이며, 심신에 해를 주는 어떠한 것들도 멀리하겠노라. 대신 최선을 다해 소송에 대비하겠노라.“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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