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11.20 06:12최종 업데이트 15.11.2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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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급여에 관한 세 장면

전공의 급여는 깎고, 전문의 급여는 높다?

TAKE #1 :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들 제 맘 같진 않은 것 같아요."
 
파이팅 넘치던 목청이, 한순간 피로에 찌든 목소리로 변했다.
 
수련병원의 급여 꼼수를 신나게 말하던 A씨는 동료 수련의들 반응을 묻자 말문이 막힌 것 같았다.
 
A씨는 모 수련병원의 전공의 대표다.
 
 
"이게 말이 되나요?"
 
그는 일방적인 급여 변경을 수련병원에 항의했지만, 병원 측은 뚜렷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A씨를 힘 빠지게 하는 건, 동료들이 '급여 문제'에 관해 고민할 시간조차 갖지 못하는 것이다.
 
상당수 전공의는 그와 뜻을 같이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교육수련부장님은 손을 놓으셨고, 원장님은 만나 주지도 않아요."
 
다시 원점을 찾은 A씨의 불만이, 무슨 이유인지 그 순간엔 한심하게 들려 괜한 오지랖이 튀어나왔다.
 
"선생님!! 이 험한 세상은 말이죠..."
 
기자는 그렇게 '병원을 대표하는 단체' 관계자와 만났던 썰을 계기로 '꼰대 월드'에 입성했다.
 
 
TAKE #2 : "다른 나라에서"


 

"김 기자, 우리나라 의료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뭔지 알아요?"
 
테스트 성 질문인지, B씨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읊기 전에 운을 띄우는 건지 전혀 구분이 안 됐다.
 
 
"세상에... 우리나라 의사들 연봉 좀 보세요"
 
의사들 처우 얘기일 거라고 짐작은 했다.
 
 
"김 기자, 이게 말이 됩니까?"
 
"문제지요, 그게..."라고 맞장구를 치며, 말을 잇는 순간 B씨는 선수를 쳤다.
 
 
"보세요. 많아도 너무 많아요."
 
엥??? 내가 잘못 들은 건가? 그순간 귀를 의심했다가 잘못 들은 게 아님을 깨닫곤 표정 관리가 안 됐다.
 
일반인들 입에서만 나왔으면 좋았을 법한 말이었다.
 
 
B씨는 국내 의사 월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며 '외국 용병'을 수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중형 병원을 운영하는 B씨는 흔히 의사들이 '사무장'이라고 비하하는 의료법인의 대표가 아닌 '의사 오너'다.
 
 
TAKE #3 : "생활의 발견"


<사진 출처 : www.ccemrp.com>


"이게 말이 되냐?"
 
C과장에게 전공의 당직비 얘기를 꺼내자, 다짜고짜 병원 비교부터 시작했다.
 
그는 지방 수련병원의 응급의학과 과장이다.
 
기자는 규모가 작은 병원의 전공의 당직비(기본급여의 1.5배 지급)에 관한 묘책이 궁금했는데, C과장은 본인의 해외 연수 얘기를 먼저 꺼낸 것이다.
 
 
"내가 연수 갔던 병원이 1,200 베드인데 직원만 만명이더라."
 
의료현실에 관한 방향성 잃은 넋두리가 다시 나오나 싶었는데, C과장이 오늘은 제법 데이터까지 들이민다.
 
 
"우리 병원이 800 베드인데, 직원 1,200명에 의사와 수련의가 합해서 280명이야, 이게 말이 되냐고?"
 
숫자에 별 감흥이 없어 대꾸하지 않자, C과장은 다른 데이터를 들이민다.
 
"내가 연수 갔던 병원은 말이지… <중략>, 반면에 우리 병원은… <중략>"
 
귀로 들을 때는 지루하던 데이터가 정리해서 비교하니 차이가 명확해지긴 했다..
 

 
 
 
"그래서 과장님이 오늘 또 하고 싶은 얘기가 뭔데요? 결국, 의사 = 공공재 = 공공 지원 OK?"
 
"그렇지, 의료는 공공재라니깐? 병원도 전공의 급여를 그런 컨셉으로 정부에 요구했어야지. 전공의 기본급 먼저 깎을 게 아니라." 

삼천포로 빠지나 싶던 얘기가 웬일로 제자리 잡았...는 줄 알았다.
 
 
"근데 참, 정리하고 보니 우리 병원이 왜 이리 초라하게 보이냐?"
 
"미국에 비교하니, 과장님 근무하는 곳은 환자들이 절대 가선 안 되는 병원 같은데요?"
 
"그러네. 하하하"



세 가지 TAKE는 실제 있었던 일을 재구성했습니다. 

#전공의급여 # 공공의료 # 메디게이트뉴스

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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