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1.18 09:41최종 업데이트 22.01.2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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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법정구속과 형사처벌, 필수의료 기피현상만 심화할 것

[의대생 인턴기자의 생각] 짧은 진료 현실에 장정결제 제품설명서 확인에 소량 투여 경과관찰 가능할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장성오 인턴기자 중앙의대 본2] 최근 대장암 의심으로 장폐색 환자에게 금기되는 장정결제를 투여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소화기내과 교수 A씨와 피해자의 주치의였던 전공의 B가 실형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A씨와 B씨는 1심에서 각각 금고 10월과 금고 10월에 확정일로부터 2년간 집행유예 형을 받았다. 2심에서는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 B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1심에 법원은 두 가지 이유를 들어 피고인들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첫 번째로 피고인들은 환자들에게 장정결제 투여에 따른 부작용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는데, 그것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두 번째로는 임상 판단만을 이유로 장폐색에 의한 소장 확장이 관찰된다는 영상의학과 판독 소견을 무시하면서 환자를 만연히 장폐색 상태가 아니라고 진단한 것을 문제 삼았다.
 
2심에서는 1심에서 일부 판결이 바뀌었다. 기존 1심에서 재판부는 영상진단 결과를 무시하고 임상진단 결과를 중점을 둔 것을 문제 삼았던 것을 2심에서는 이를 의사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판단으로 보고 이 부분을 책임 묻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장정결제를 소량으로 나눠 장기간 투여한 것과 진료기록부가 허술한 점은 여전히 의사의 과실인 것으로 판단했다.
 
2심에서 무죄로 바뀐 장폐색을 진단하지 못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 피고인은 환자가 영상진단 결과를 통해 장폐색 의심 소견이 보였으나, 이후 복통, 변비 등의 증상이 없었던 점 등에 비춰 장폐색이 없거나 부분적 장폐색 상태라고 진단을 내렸다. CT촬영 등을 계속 진행하면서 장폐색의 경과를 지켜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초기에 영상소견에 의해 장폐색이 의심되더라도 임상 진단을 했을 때 증상이 없으면 호전돼 장폐색이 없다고 진단할 수도 있는 것이다.

1심과 2심의 판결이 다르듯이 이것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애매모호한 상황이기도 하다. 따라서 1심에서 장폐색 진단하는데 있어 영상소견 결과를 무시해서 유죄를 묻는 것은 과한 처벌이라 생각한다.
 
환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여하기 전에 부작용에 대해 고지하지 않고 의무기록지에 임상경과를 부실히 기록한 것을 의사 과실로 해석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재판부는 제약회사의 약품 사용 설명서를 참고하고 약품을 소량으로 나눠서 장기간 시간을 두고 소량으로 투약해 보고 부작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짧고 긴박한 진료 상황에서 장정결제의 사용설명서를 읽을 시간이 부족하고, 이를 소량으로 투약해보고 경과관찰을 하기에는 더욱 부족하다.  

의사가 의무기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의사의 잘못도 있을 수 있지만 강제지정제, 저수가로 왜곡된 의료 시스템의 문제도 있다. 현 대한민국 의료제도 하에서 우리나라 의사들은 1인당 보는 환자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매우 많고 진료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의사들이 양질의 진료를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본다. 

게다가 의사의 잘못이 있다 치더라도 1심에서의 A씨에 대한 법정구속 판결은 가혹하다. 두 아이의 엄마인 A씨가 도주할 가능성도 낮고 증거인멸의 우려도 낮아 굳이 구속할 필요가 있었을까.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타 직업에 비해 신중하게 접근한다. 의사의 사소한 실수에 의해 환자가 악화되거나 심지어 사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환자가 사망할 때마다 법정공방에 휘말리고, 환자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의사에게 묻는다면 의사들은 위험을 피하는 치료만 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수술실 CCTV설치법도 통과돼 특히 수술하는 의사들은 형사소송을 더 많이 맞닥뜨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의사에 대한 형사소송과 형사 구속이 이뤄진다면 의사들은 점점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과를 기피할 것이다. 이미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다. 

환자도, 의사도 기계가 아니다. 질병의 인과관계를 특정할 수 없고 의사도 결정에 100% 확신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의사가 판단을 할 때 경험에 의한 주관을 쓸 수 밖에 없는데, 이런 판단에 대해 법원에서 잘잘못을 가리려고 하면 의사들은 위험한 길을 피할 것이다. 그러므로  의사가 온전히 의학적 판단을 근거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의사들의 형사처벌은 피해야 한다. 또한 의사가 진료현장에서 마땅히 해야 할 필수적인 일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해 이번 장정결제 사건에서처럼 의사들의 법정구속과 실형 선고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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