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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보건의료정책 변화를 기대한다

    규제 일변도에서 탈피해 의료 전문가와 공조

    [칼럼] 배산메디칼내과의원 김홍식 원장

    기사입력시간 17.01.01 05:24 | 최종 업데이트 17.01.09 14:09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는 기대와 희망으로 시작해야 하지만 아쉽게도 의료계는 그렇지 못하다. 진료 환경을 옥죄는 제도들이 줄줄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의사의 설명의무를 강화하는 '설명의무법'과 신해철법이라 알려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환자나 보호자에게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데 처벌 조항까지 만든다면 진료를 위축시킬 수 있다. 의사들은 지나친 규제로 인해 위험한 수술을 기피하려 할 것이고, 분쟁 소지가 많은 전문과는 지원하지 않으려 할 우려가 있다.
     
    성범죄 의사의 취업제한 기간이 최대 30년으로 늘어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정당한 진료행위까지 성범죄로 오인될 소지가 많은데 과도한 처벌로 인해 의사들은 소극적인 방어료를 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진료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리베이트처벌강화법'도 시행된다. 이 법에 따라 리베이트 수수 의혹만으로 진료나 수술중인 의사를 긴급 체포할 수 있다.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도 시행되는데 북한의 5호담당제처럼 의사들이 서로를 감시하고, 이런 규제들은 의사들을 준범죄인으로 취급하는 것으로, 다른 직업군의 처벌에 비해 과도해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중 의료수가가 가장 낮다. 진찰료를 비교하면 일본이 우리나라의 3배이고, 미국은 주와 해당 보험에 따라 달라 최소 3.6배에서 최대 17.4배 높아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다. 의사들은 이렇게 낮은 수가를 받으며 비급여 진료, 선택진료, 리베이트 등 다른 수단으로 수익을 보존하며 버텼다.

    이런 상황에 수가를 현실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저수가를 보존하는 대체수단까지 막아버리니 의료기관들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건강보험에 적용해주지 않는 진료비까지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것은 사회주의 발상과 다르지 않다.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국립보건의대 및 부속병원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3,400명씩 의사가 쏟아져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의사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 국립의대를 증설하겠다는 것은 의사 공급 과잉을 초래해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환자 동의로 의료기관끼리 환자의 진료 내역을 공유하도록 하는 개정 의료법 역시 시행에 들어간다. 현재 전자의무기록(EMR) 구축은 민간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어 의료기관들은 전산 구축과 전담 인력 채용으로 많은 비용 부담을 안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정보 공유 과정에 환자 정보가 유출되는 위험성까지 의료기관이 떠안게 되었다.
     
    정유년 새해에 시행되는 의료제도들에 대해 일선 의사들은 불만이다.

    작금의 의료 현실은 개원의사가 토요일도 쉬지 않고 하루 6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해야 파산을 면하는 상황이다. 낮에 온종일 진료하고 또 야간진료니 달빛병원 진료니 해서 밤에 연장 진료까지 해내야 하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 주말에는 연수강좌, 예방접종 교육, 금연 교육, 촉탁의 교육 등을 받아야 하니 우리나라 의사들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매우 피곤하다. 저수가로, 의료제도로 인해 가뜩이나 과중한 진료를 하고 있는데 정당한 보상은커녕 형평성 잃은 규제만 퍼붓고 있으니 의사들은 분노하고 있다.
     
    국회와 행정부가 규제를 강화하여 의료행위를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규제가 지나치면 의사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방어적으로 소극적인 진료를 할 수 밖에 없고 그 피해는 결국 환자인 국민들에게 미치게 된다.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 지 30년이 흐르며 보장성 확대 시계는 쉬지 않고 돌았지만 의료 환경 시계는 멈춘 지 오래되었다.

    우리나라 의료제도에는 '효율성'이 없다. 처음 300인 이상 근로자 사업장과 공무원 및 사립교원에 한해 제한적으로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될 때 정부 산하 수가위원회가 보험 가입자가 증가하면 반드시 의료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명시하였지만 전 국민으로 의료보험제도가 확산되고 30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수가를 현실화하지 않았다.

    저수가로 인해 외과의사가 수술을 포기하고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을 포기하는 상황이 되어도 의료수가 현실화를 외면하고 과학적 근거가 규명되지 않은 한의학을 건강보험에 적용해 주는가 하면 열약한 보험재정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돈이 많이 드는 완전 의약분업까지 도입하며 건강보험 재정을 허비하고 있다.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장기적인 로드맵이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리한 보건의료정책이 추진되었다. 통치권자가 보건의료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나 전문적인 검토가 부족한 채 만들어진 보건의료 공약들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부작용을 초래한 경우가 많았다. 의사의 전문성을 정부가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보건의료정책이 성공적으로 시행되려면 의사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유년 새해부터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 운영 방식이 전면적으로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선 의정관계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부는 의사를 준범죄인 취급하고 의사들은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불신하는 상극관계에서 상호 협의하고 공조하는 관계로 변해야 한다.

    정부는 새로운 보건의료정책을 도입하며 우선 의사단체와 충분히 협의하여 추진하기를 권하고 국회는 포플리즘에 흔들려 의료 환경을 악화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은 낭비하는 일이 없기를 권한다.

    의사와 정부 그리고 의사와 국회가 효율적인 보건의료정책을 위해 서로 협의하고 공조하며 양보할 때 실질적으로 국민 건강에 유익한 제도가 탄생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규제 일변도의 불공정한 자세에서 탈피하여 전문인 단체와 협의하고 공조하는 자세로 변해야 의사들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의사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의사의 전문성이 의사 자신들 보호하는데 쓰일 것인지, 아니면 국민 건강을 위해 쓰일 것인지 결정된다. 의사의 한사람으로 나의 전문성이 국민 건강을 위한 일에 쓰일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보건의료제도를 처리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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