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6.25 12:28최종 업데이트 18.06.25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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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위법한 보건의료빅데이터시범사업 당장 중단하라"

국민의 민감정보 동의없이 결합해 민간에 제공할 법적 근거 없어…법적 정비와 사회적 공론화 필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공공기관이 수집한 국민 보건의료정보를 민간에 제공하는 '보건의료빅데이터 시범사업'을 당장 중단하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25일 성명을 통해 보건의료빅데이터 시범사업이 위법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공익법센터에 따르면 '보건의료빅데이터 시범사업'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4개 공공기관이 수집, 보유하고 있는 국민의 보건의료정보를 법적 근거나 정보주체 동의 없이 결합해 민간에 제공하는 불법적인 사업이라는 것이다.

센터는 "이 사업은 초기 단계부터 많은 보건의료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은 법적 근거 미비, 공론화 부재, 민감정보 유출과 재식별 위험성, 건강정보의 영리적 활용과 불평등 심화 우려 등을 주장하며 강력히 반대해왔다"며 "보건복지부가 데이터 활용 목적과 범위를 조정하거나 시민사회를 일부 참여시키는 거버넌스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을 무시한 채 계속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건의료빅데이터 시범사업'에서 연계하는 정보들은 대부분 ‘건강에 관한 정보’로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 ‘민감정보’로 규정돼 있어 그 처리를 매우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전국민 강제가입 단일의료보험체계와 주민등록번호 제도로 엄청난 양과 밀도, 연계성을 지닌 국민보건의료정보를 집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에 따르면 이같은 민감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경우는 정보주체의 별도 동의가 있거나 ‘법령에서 민감정보의 처리를 요구하거나 허용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센터는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개인정보가 수집, 축적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개인정보 활용에 있어서도 더욱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특히 보건의료정보의 민감성, 유출시 피해, 악용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는 만큼 우선 법제 정비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지부가 내세웠던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이 유효성을 상실하자 ‘보건의료기술진흥법’ 제26조를 정당화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며 "해당 법조항에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연구를 위해 공공기관으로부터 자료제출을 요청해 자료를 통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 조항만으로는 보건의료빅데이터시범사업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센터에 따르면 보건의료기술진흥법 제26조는 민감정보의 처리가 필요한 사무를 그저 '연구를 위하여'라고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고, 민감정보의 종류도 전혀 열거하지 않은 채 공공기관이 보유한 '자료'라고만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해당 조항은 연구의 주체, 자료제출 요청이나 자료통합의 주체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주체가 된 연구가 아니라면 당연히 데이터 결합이나 이용이 불가능함이 명확하다고 했다. 

반면,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보건의료빅데이터 플랫폼은 그 이용자를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공기관, 국내 의료기관, 학계, 연구기관으로 상정하고 있다. 즉 플랫폼을 통해 연계된 보건의료정보를 제공받아 연구에 활용하는 주체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아닌 민간연구기관을 포함한 다양한 제3자라는 것이다. 

센터는 "‘연구’를 위한 ‘자료’ 통합이 가능하다는 추상적 규정 하나로 수십 종류, 수십억건의 민감정보 처리를 정당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하위법규에도 이 자료통합과 관련된 범위나 절차, 방법, 안전조치 등을 구체화하는 내용이 전혀 존재하지 않고 이 조항은 애초에 민감정보의 처리를 정당화하기에 불충분하다"고 했다.

현재 시범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보건의료 빅데이터 연계·활용 강화연구’ R&D 과제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아닌 다양한 국내 의료기관과 대학 소속 연구진들이 수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센터는 "연구과제를 발주하면서 '연구과제 수행시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관리할 예정'이라는 문구를 삽입했지만,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수행하는 연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는 어떻게든 보건의료기술진흥법 제26조를 정당화의 근거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복지부의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복지부가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거나 시민사회 등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책수립과 집행에 반영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거버넌스에 시민사회가 참여한다고 해서 명백한 불법성이 치유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센터는 "복지부는 거버넌스를 불법적인 사업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며 "법적 근거도 정보주체의 동의도 없이 민감정보를 대량으로 연계해 민간이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무엇보다 센터는 이 사업이 보건의료빅데이터의 산업적, 상업적 활용 요구를 배경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심평원이 영리 목적에 활용될 것을 알면서도 수년간 민간보험회사에 6천만 건이 넘는 국민의 건강정보 데이터를 비식별화를 거쳤다며 제공했다고 약학정보원은 미국의 빅데이터 업체인 IMS헬스에 50억건에 달하는 처방전 정보를 판매했다가 재판을 받고 있다고 했다.

센터는 "이처럼 보건의료정보는 영리적, 산업적 활용을 위해 그 개방의 요구가 거세고, 위법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활용이 추진되고 있다"며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공공적 연구에 활용할 때 일정한 사회적 가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수천만 국민의 보건의료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후퇴시키면서까지 데이터 연계 및 제공에 나서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빅데이터가 가져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기대어 보호해야 할 전국민의 민감한 의료정보를 쉽게 내어주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며 "보건의료 빅데이터 연구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은 사회적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법적 보호체계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정부는 불법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법적 근거가 제대로 마련되기 전까지 현재의 보건의료빅데이터 시범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며 "복지부가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이번 7월에 발주하고 입법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법적근거가 완비되기 전에는 아무리 시범사업이라 해도 데이터를 연계하거나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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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란 기자 (mrkwon@medigatenews.com)제약 전문 기자.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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