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1.02 07:01최종 업데이트 23.01.0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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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초음파 검사해도 판독 어려워...한의사 초음파 허용, 오진 위험성 간과했다"

영상의학회 정승은 총무이사 "대법원 판결은 면허체계 정면 위반...한의학적 검사와 시술 의사도 다 가능하다는 것"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정승은 영상의학과 교수(대한영상의학회 총무이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1993년 전공의 1년차 때 이후 30년간 매일 초음파검사를 하는 나도 초음파 해석과 판단이 어려울 때가 있다. 이번 판결은 (대법관들이) 초음파검사를 실제로 안해 봤기 때문에 초음파 검사가 쉽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정승은 교수(대한영상의학회 총무이사)는 메디게이트뉴스와 가진 인터뷰 내내 "어이가 없다"는 말을 연거푸 되풀이했다.
 
정 교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난달 22일 한의사의 초음파 의료기기 사용이 합법이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의학적으로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그는 대법원이 명시한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 허용 판단 기준을 면밀히 따져가며 법원 판결을 반박했다.
 
대법원이 명시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용 판단 기준은 ▲관련 법령에서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를 금지하고 있지 않고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이 보건위생상 위해가 되지 않으며 ▲진단용 의료기기 이용행위와 한의학적 의료행위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등의 총 세 가지다. [관련기사=1·2심 뒤집은 대법원 판결,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새로운 판단 기준 제시]
 
정 교수는 법령에서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통상적으로 현대 의료기기를 의사가 사용해왔기 때문이라고 봤다. 만약 초음파 기기를 처음부터 한의사가 사용할 것이라고 고려했다면 당연히 금지조항이 생겼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법이라는 것은 큰 범위에서 틀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세밀한 부분까지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 없는 부분도 많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위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가장 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자칫 쉽게 보일 수 있지만 위음성과 위양성 등 오진의 위험이 많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초음파 검사에 따른 오진은 의사들도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심지어 의료인이 봐도 타 의료인이 시행한 초음파 검사는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의과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바로 초음파 검사를 하진 않는다. 전공의 수련을 거치면서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야 초음파 기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의료기기 사용과 한의학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그는 "의과와 한의과는 이원화돼 있고 면허체계와 업무범위도 전혀 다르다. 이번 판결과 같은 논리라면 의사들도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침술과 모든 한의학적 검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지극히 형평성을 잃어버린 경도된 결정"이라고 전했다.
 
정승은 교수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의료계의 비판의 목소리가 자칫 ‘밥그릇 싸움’처럼 비춰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고 했다. 정 교수는 “지금도 매일 영상 판독 업무가 있고 일이 매우 많은 편에 속한다. 대법원 판결을 지적하는 이유는 초음파 기기 사용 권한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면허 범위 밖의 진료행위를 하는 것이 얼마나 국민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는지 진실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정승은 교수는 직접 휴대용 초음파 기기로 시연하면서 초음파 검사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초음파 기기 사용, 정말 쉽지 않다…오랜 수련 거쳐도 ‘오진’ 항상 고민
 
Q. 초음파 의료기기 사용이 정말 대법원 판결문처럼 간단한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쉽지 않다. 초음파기기가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CT처럼 방사선 관련 위해가 없을 뿐만 아니라 CT, MRI처럼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아 위험성이 적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초음파 검사를 하고 이를 해석하기 위해선 해부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더불어 환자 상태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방사선사가 초음파 기기를 사용하더라도 의사가 그 옆에 계속 상주하면서 검사 시행 관리와 판독을 책임지는 것이다.
 
Q. 초음파 검사와 판독이 어려운 이유는?
 
초음파 검사는 객관적인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반면 CT와 MRI, 일반촬영도 규격에 맞는 영상이라는 객관적 증거가 남는다. 이를 바탕으로 외부병원에서 찍은 CT와 MRI를 다른 의사가 판독하는 것도 급여로 인정된다.

그러나 초음파는 이와 전혀 다른 개념이다. 검사 의사가 찍어 놓은 영상만 남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검사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환자 상태와 질병에 대한 과거력 등을 완벽히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방 초음파 등 일부 상황에선 초음파 검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유방촬영 등이 병행돼야 한다. 이런 맥락을 모르는 상태에선 초음파 검사와 판독이 매우 어려워진다.
 
Q. 초음파 사용에 따른 오진율은 높은편인가?
 
실제 영상의학과 전문의이거나 초음파검사에 대한 수련을 받은 의사의 경우에도 오진이 있을 수 있다. 초음파 검사에 따른 오진은 의사들도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심지어 의료인이 봐도 타 의료인이 시행한 초음파 검사는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초음파 사진은 각각 한 장에 불과하나 사실 이는 동영상의 캡쳐영상이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시행하면서 대표적인 사진을 찾아야 한다. 초음파검사의 경우 실시간 진료이기 때문에 찍어 놓은 영상만으로 판독하지 못해 이에 대해서 재판독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병이 있는 환자에서 초음파검사 시행 중 병변을 찾지 못한다면, 추후 이를 돌릴 방법은 없다.
 
Q.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한의사가 초음파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환자 건강에 위해가 없다고 봤다. 이에 대한 견해는?
 
'위해가 없다'는 대목이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제대로 초음파 검사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오진의 위험성이 늘어나게 된다. 이런 부분 때문에 의과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바로 초음파 검사를 하진 않는다. 전공의 수련을 거치면서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야 초음파 기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초음파 검사 오진은 위음성과 위양성 등이 있다. 잘못된 판단이 곧바로 환자 건강에 위협을 주진 않지만, 이번 사건처럼 곧바로 수술 등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치료가 어렵게 만들어 궁극적으론 환자 건강에 치명적인 위해가 된다.
 
Q.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서 '위해성이 없다'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초음파 검사가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초음파 검사를 실제로 해보지 않았고 글로 배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의과대학 졸업 이후 1993년 전공의 1년차 때부터 거의 30년간 매일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자신 있게 검사를 종료할 때도 있지만 정말 판단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어서 많이 고민한다. 이런 경우 이전 검사들, 비단 영상검사 뿐만 아니라, 혈액검사, 기능검사, 환자의 이전 수술이나 다른 치료의 기왕력, 환자 임상증상 등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한다.
 
한의과 교육 변해도 업무범위 자체 달라…초음파, 특수의료장비 지정 노력 꾸준
 
Q. 시대와 상황이 변하면서 교육 수준의 변화, 과학기술의 발전 등으로 인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견해는?
 

기본적으로 이론만 배운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검사가 아니다. 이 때문에 영상의학과에선 전공의 시절 충분한 수련기간을 거치고 내과 등에서 초음파 검사를 배우더라도 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연수교육을 꾸준히 진행해 오진율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이 같은 프로세스가 없는 상황에서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은 너무 위험하다.
 
또한 이런 교육 체계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의과와 한의과가 이원화돼 있는 구조로 면허범위 자체가 다르다. 예전 한의사협회에서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시연을 한 장면을 보면 의료기기 사용이나 검사에 대한 기준 등도 알고 있지 못했다.
 
Q. 현행법 규정에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는 판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까지 통상적으로 현대 의료기기는 의사가 사용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당연히 의사에 의해서 사용되는 장비로 생각해서 굳이 이와 같은 기기 사용에 대해서 금지사항이 없었던 것이다. 만약 처음부터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을 고려했다면 당연히 금지사항을 만들었을 것이다.
 
법이라는 것은 큰 범위에서 틀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세밀한 부분까지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 없는 부분도 많다. 금지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시행해도 된다는 식의 법률 해석은 매우 행정편의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Q. 초음파 진단기기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및 특수의료장비에 해당하지 않아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없다는 취지의 판결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있나?
 
정부는 초음파 진단기기가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이미 2012년부터 초음파진단기기를 특수의료장비로 지정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최근에도 용역연구를 통해 초음파진단기기를 품질관리 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아직 여러 사정으로 인해 특수의료장비로 지정되진 않았는데, 대법원에서 초음파 기기가 특수의료장비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한의사의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부 가이드라인 나오기 어려울 것…오히려 의료일원화 논의가 쉬워
 
Q. 향후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 범위나 구체적인 부분을 정하는 보건복지부(정부) 가이드라인, 유권해석 등이 필요해보이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사용범위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 자체가 상상이 안 된다. 현대의학의 트렌드 자체가 개별적으로 나눠져 있는 과들이 다학제적 협력과 협진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협진이 불가능한 한의학에서의 초음파 기기 사용을 어떤 식으로 지침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이드라인을 억지로 만든다고 해도 글로벌 스탠다드(표준)를 맞추기도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한의학을 19세기에 이미 제도권에서 없앴다가 일부 약제만 편입시켰고 중국도 일원화 과정을 거쳤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보다 의료일원화를 하는 것이 오히려 빨라 보이기도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급여 논의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Q. 한의사들이 초음파 기기와 더불어 향후 현대 의과기기까지 사용범위를 늘려갔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큰 부작용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결국 오진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다. 대법원은 건강에 위해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위음성인 경우 건강상의 문제를 빠르게 찾아내지 못해 작은 질환을 크게 키울 수 있다. 이번 사건도 오랜기간 한의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병행하면서 침술과 한약을 처방하면서 암을 찾아내지 못해 오히려 병을 키운 사례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늘어난다면 비슷한 문제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또한 오진이 많아지면 국가 전체적으로도 진료비용이 더 늘어난다. 매우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Q. 마지막으로 이번 판결에 대한 총평을 하자면?
 
이번 판결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기존 판례가 의료기기의 개발, 제작, 사용이 '한의학적 원리에 기초했는지 여부'에 따라 사용이 결정됐다면, 이번 결정에서는 그 부분이 최소화됐다는 점이다. 즉 대법원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원리와 '무관한 것이 명백한지’를 고려해서 매우 관용적으로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번 판결의 논리대로라면 이제 한의학적인 모든 검사와 시술 역시 현대의학의 입장에서 ‘현대의학과 무관한 것이 명백한지’를 밝히지 못한다면 다 사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판결은 지극히 형평을 잃어버린 결정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판결은 현 의료법상에서 제시돼있는 의료이원화의 원칙과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와 같은 결정 아래에서 앞으로 의료이원화가 어떻게 지속가능한지 의문이고, 의료법을 넘어서는 결정이 아닌가 우려된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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