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1.02 14:23최종 업데이트 24.01.0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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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라자 1차 치료, 상대적으로 예후 불량한 그룹서 일관되게 우월한 효과 보여

[인터뷰] 경상대병원 이경원 교수 "아시아인과 L858R 치환 변이군 물론 뇌전이 환자서도 기대 이상"

사진: 경상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경원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유한양행이 개발한 렉라자(LECLAZA, 성분명 레이저티닙)는 서양인보다 아시아인에게서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를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3세대 EGFR 변이 표적치료제다. 2021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EGFR T790M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허가 받았고, 올해 6월 EGFR 변이 양성 1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1차 치료 허가의 기반이 된 LASER301 3상 임상시험에서 렉라자는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5% 감소시키며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무진행 생존기간(PFS) 개선을 달성했다.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L858R 치환 변이를 가진 환자군에서도 일관되게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보였다.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2차 치료를 평가했던 LASER201 임상에도 1차 치료를 평가하기 위한 코호트가 포함돼 있다. 최근 미국암연구학회(AACR)-대한암학회(KCA) 정밀의료 공동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이 코호트에서도 렉라자는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보였다. OS 중앙값은 추적기간 55개월이 넘는 동안 도달하지 못했고, 46.5%는 3년 이상 OS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렉라자 임상 연구에 참여하고 처방 경험을 다수 쌓아가고 있는 경상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경원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LASER301 임상과 LASER201 임상 1차 치료 코호트 결과와 의의, 실제 1차 치료 처방 경험에 대해 들었다.

1차 코호트, 흔치 않은 변이 환자 포함됐음에도 54개월째 절반 이상 생존

Q. 11월 서울에서 열린 AACR-KCA 공동 학술대회에서 LASER201 임상의 1차 치료 코호트 결과가 포스터 발표됐다. 임상 등록 환자나 평가 변수 등 해당 코호트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LASER201은 1b/2상 임상시험으로 파트 A~D로 나눠졌다. 그 중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 용량을 결정하기 위해, 1차 약제로 레이저티닙을 사용하는 환자 43명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가 이번에 발표됐다. 환자 수가 많지 않지만 임상 특성을 보면 LASER301 참여 환자에 비해 위험도가 높은 환자군이 등록됐다. 베이스라인에서 뇌전이가 있었던 환자가 절반 이상 등록됐고, 약제에 대한 효과가 떨어지거나 미미할 것이라 예상되는 흔하지 않은 EGFR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도 7~8명 포함돼 있었다.

그럼에도 55개월 이상 추적했을 때 OS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고, 환자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생존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LASER301에 비해 LASER201 1차 코호트 환자의 전체적인 임상 특성이 더 불량한 예후를 가지고 있음에도, 5년에 가까운 데이터에서 이렇게 좋은 생존값을 보인다는 점에 상당히 의미를 두고 있다.

Q. 1차 치료 코호트 결과에서 주목할 만한 데이터를 꼽는다면?

엑손 19 결손 또는 L858R 치환 변이 환자만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값을 보면 54개월째 생존하고 있는 비율이 59.4%에 달한다. 이 약제에 민감한 환자들 외에도  EGFR 표적치료제에 대한 반응이 떨어져 기존 임상 시험에서 등록에서 제외됐던 흔하지 않은 돌연 변이로 분류하는 G719X, L861Q를 가진 환자들까지 포함해 43명의 54개월째 생존 비율이 55.4%로 아주 고무적이다.

또한 43명 중 46.5%가 3년 이상 OS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 중앙값은 어디에 비교하더라도 뒤지지 않고, 오히려 더 우월한 결과값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뇌전이 등 세가지 측면에서 다른 3세대보다 효과적일 것이라 기대

Q. LASER301 임상 결과와 LASER201 임상 1차 치료 코호트 결과는 어느 정도 일관되게 나타났는지 궁금하다.

LASER201에서는 환자의 51%가 베이스라인에서 뇌전이가 있었다면, LASER301에서는 약 25%가 이에 해당했다. LASER301이 아직 OS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LASER201처럼 약 4년 반에서 5년 결과값을 본다면 두 임상시험이 일관된 PFS와 OS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LASER301의 OS 데이터가 좀 더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야겠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LASER201 환자가 좀 더 고위험임에도 LASER301에 필적할만한 임상 결과값을 보여주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Q. LASER201 임상 1차 치료 코호트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LASER201 임상은 한국인만 포함된 결과인데 시사하는 바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똑같이 EGFR을 표적하는 3세대 치료제라도 타 약물의 3상 하위분석을 보면 서양인에 비해 아시아인 그룹의 반응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전반적으로 아시아인과 L858R 치환 변이 환자군에서 예후가 불량한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LASER301의 하위분석을 보면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은 비아시아인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없고, 일관되게 대조군인 게피티닙(상품명 이레사)보다 우월한 결과를 보여준다.

또한 그 어떤 연구에서도 L858R 치환 그룹이 엑손 19 결실 그룹에 비해 상대 위험도가 더 좋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LASER301에서는 L858R 치환 그룹이 19 결실 그룹에 비해 상대 위험도가 더 낮게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LASER301에서 뇌전이 환자의 데이터가 예상했던 것보다 좋았다. 뇌전이가 있는 환자와 없는 환자가 일관되게 상당히 비슷한 OS나 반응률을 보였다.

직접 비교한 연구는 없지만 각각의 3상 하위분석 결과만 봤을 때, 이러한 세 가지 측면에서 레이저티닙이 다른 3세대 약물보다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추정된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한국인만 포함된 LASER201 결과의 시사점을 이야기하자면, LASER301과 LASER201의 생존 데이터가 일관되게 동일하고, 부작용 면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LASER301과 동일한 시사점을 안겨준다고 볼 수 있다.

EAP 처방 경험 고무적…"새 치료제 끊임없이 개발되는 만큼 환자들 희망 잃지 않길"

Q. 1차 치료제 허가를 받은 뒤 대규모 조기 무상 공급 프로그램(EAP)이 시행되고 있다. EAP를 통해 렉라자를 처방했을 때 임상과 일관된 효과와 안전성을 체감하는지, 환자 반응은 어떤지 공유부탁드린다.

임상시험에는 제외됐던 증상이 있는 뇌전이 환자가 EAP에 등록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심한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일부 퇴원이 어려웠던 환자가 퇴원 후 가정에서 약제를 복용하는 사례도 있다. 레이저티닙이 기존 3세대 표적치료제에 비해 중추신경계(CNS)로 투과하는 비율이 높아 뇌전이 환자에게 더 특이적으로 효과를 잘 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장기적으로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따로 코호트를 만들어 후향적으로 분석해봐야 겠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환자에게 기대 이상의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증상이 있는 뇌전이 환자에서는 3세대 표적치료제를 사용해야 하지만, 아직 1~2세대만 보험급여가 적용돼 비용 문제로 치료를 받기 어렵다는 점이 임상의사로서 상당히 안타깝다. 특히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은 환자에게 보험 적용이 되지 않지만 더 효과적인 치료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이번 EAP 프로그램은 그러한 환자들에게 부담 없이 더 효과 있을 약제를 소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3세대 표적치료제가 보험 적용이 돼 환자에 사용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Q. 끝으로 폐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임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남들보다 더 빨리 도움이 되는 약제를 적용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실험과 시험은 다르다. 2상, 3상 임상시험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은 이미 전임상이나 동물실험, 1상 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증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임상시험에 대한 불안감이 커 참여에 대한 문턱이 높다. LASER201과 LASER301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도 임상시험에 참여했다면 더 큰 혜택을 얻을 수 있었음에도 임상에 대한 저항감 때문에 1세대, 2세대 치료제만 사용했던 환자들이 있었다.

의료진들은 기존의 표준 치료 또는 보험 급여에 있는 치료와 비교해 임상시험에 참여했을 때 좀 더 혜택을 볼 것이라 추정되는 환자에게 임상시험을 권유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심리적인 저항감으로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현재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에 효과적인 표적치료제 또는 기존 항암제에 비해 우월한 새로운 항암제가 없어 전통적인 세포독성 항암제만으로 유지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더라도 희망을 가지고 조금 더 인내하고 기다려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표준항암제로 치료하면서 시간을 벌다 보면 어디에선가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약제가 개발되고 각 병원에 임상 시험이라는 형태로 개개의 환자분들에게 뜻하지 않게 새로운 기회와 돌파구가 나타날 수 있다.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 마지막에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라틴어 수업의 마지막 구절을 거꾸로 읽는 것은 좋아한다. "희망이 있는 한 삶이 있다(Dum spes est, vita est)." 어려운 현실에서 환자분과 의료진 모두 희망이라는 끈을 잡고 함께 노력하길 마음으로 응원한다.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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