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6.30 07:10최종 업데이트 17.06.3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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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달인은 역시 차원이 다르다

미슬토 면역 항암요법 대가와의 만남

[칼럼]한국아브노바연구소 배진건 소장

사진: 겨우살이(Mistletoe)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의약합성의 30년 달인(達人)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김용주 대표가 같은 분야의 40년 달인을 만나고 나서 차원이 다르더라는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다. 어느 분야던지 40년 달인이라면 경험이 적은 다른 사람들과는 무엇인가 다른 특별함이 있을 것이다.

한국아브노바에서 근무를 시작한 지 일주일 되던 지난 3월 13일, 미슬토(Mistletoe) 면역 항암요법의 대가인 라이너 시어(Rainer Sheer) 박사를 포함한 네 분의 손님이 오셨다. 시어 박사는 미슬토 연구개발만 40년을 했는데, 사흘간 같이 회의를 하고 저녁을 먹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미슬토를 우리는 겨우살이라고 한다. 다른 나무에 기생하여 겨우겨우 살아가기에 그렇게 불렸다. 또한 겨울에도 푸르다는 의미로 '동청(冬靑)'이라고도 부른다. 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으로 애용된 축복의 나무이기도 하다.

시어 박사는 어떻게 미슬토를 균등하게 높은 나무 윗부분에서 채집하는가부터 추출과정, 농축과정 그리고 주사액으로 만드는 과정, 품질검사(QC)하는 과정 하나하나를 설명해 줬다.

그리고 우리나라 식약처가 시행한 독일 제조처 현지 조사에서 나온 질문 하나하나에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까지 자세히 코칭을 해주었다.  그가 비슷한 질문을 독일 식약처(BfARM)에서 받고 답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의학자 루돌프 슈타이너는 1916년 처음으로 미슬토 추출물에 종양치료 물질이 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10년 후인 1927년에는 '이스카도르'라는 이름으로 미슬토 주사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 후부터 주사제 성분을 현대의학적인 관점으로 보기 위해 미슬토 연구회를 만들고 다양하게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세포독성효과를 통해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베타 엔도르핀의 분비 증가로 암환자의 통증을 감소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보고를 했다. 시어 박사도 이 연구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오랫동안 이사로 일해왔다.

지금 항암제 시장은 온통 면역관문억제제(check point inhibitor)인 PD-1, PD-L1 그리고 CTLA4 항체에 관심을 쏟아내고 있기에 미슬토 주사요법으로 면역 기능이 상승한다는 여러 논문 보고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렉틴 등의 성분은 인터루킨(IL-1, IL-2, IL-6) 분비를 촉진시키고, 특히 종양괴사인자인 TNF-a와 감마인터페론의 분비 증가와 자연살해세포인 NK 세포 활성도의 증가를 가져온다. 강력한 면역세포인 수지상세포(DC)는 T 세포의 감독관 노릇을 한다. 미슬토 주사액을 투여하면 수지상 세포를 자극해 T 세포와 B 세포를 활성화한다.

미슬토의 40년 달인은 면역 항암요법의 효과가 커지려면 주요 성분의 함량이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미슬토의 주요 성분들 중 첫째는 '렉틴'이라는 다당류 단백질의 함량이고, 두 번째는 4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폴리펩타이드 '비스코톡신'의 함량이라고 한다.

면역글로불린(IgG) 항체에 시알릭산(sialic acid) 당이 존재해야만 보호 및 항염증 특성이 나타나는 것과 같이, 미슬토 렉틴은 특히 시알릭산에 반응을 한다. 렉틴은 프로그램된 세포 사멸인 아포토시스(apoptosis)를 유발해 암세포 사멸을 일으키고 비스코톡신은 암세포의 괴사(necrosis)를 일으킨다.

국내에서는 압노바비스쿰, 헬릭소, 이스카도르 세 제품 모두 독일에서 수입해 처방·판매하고 있다. 어느 제품을 사용할지 결정하는데 렉틴과 비스코톡신의 함량을 비교하는 것이 의사나 환자가 가장 처음 해야 할 일임에 자명하다. 답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질문이 없는 것이 문제다. 함량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 답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

40년 달인 시어 박사는 독일 아브노바 공동대표(Co-CEO)를 지난 4월 말 은퇴하고 워셀브론 병원으로 돌아가 연구를 더 하겠다고 한다. 신약 개발 33년차인 나도 40년 달인에 도전해야 하는가? 2020년에 끝을 내려고 마음 속으로 작정했는데 40년 달인을 만나고 나서부터 마음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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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식 기자 (column@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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