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6.14 06:31최종 업데이트 17.06.1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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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의사 자생력 갖도록 도움 줄 것"

스와질랜드와 인연 맺은 송영동 전문의


의사 개인이 혼자 아프리카 스와질랜드로 의료봉사를 갔다가 그 나라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정형외과 전문의가 있다.
 
국립중앙의료원(NMC) 정형외과에서 일하고 있는 송영동 전문의는 작년에 이어 지난 5월 개인 휴가를 이용해 5일간 스와질랜드로 의료봉사를 다녀오면서 스와질랜드 복지부 장관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친서를 받고, 그 나라 신문에까지 소개됐다.
 
스와질랜드 복지부 장관 친서와 현지 일간지인 'Times of Swazi'

개인적인 시간과 돈,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고 봉사의 의미를 새기고 있다는 송영동 전문의.

그는 "향후 스와질랜드 현지 의사를 초청해 교육시켜 그 나라로 돌아갔을 때 전문의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자신의 꿈을 설명했다.
 
송영동 전문의가 아프리카와 인연을 맺은 것은 의과대학을 갓 졸업한 2006년 초.
 
의대 재학 당시 교내 봉사동아리 회원이었던 송 전문의는 인턴 생활을 앞두고 우간다 의료봉사팀에 우연히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대단한 신념과 정의감에 사로잡혀 떠난 것은 아니었지만 우간다에 도착해 아프리카의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 알 수 없는 자책감과 허탈함을 느꼈다.
 
치료시기를 놓쳐 불구가 된 사람들, 약품이 부족해 방치된 심각한 감염환자들, 특히 말라리아와 영양부족으로 고통 받는 어린아이들을 보며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의가 된 후에 꼭 다시 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인턴, 레지던트, 전임의 과정을 거치며 2015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송영동 전문의는 우간다에서 인연을 맺은 교수들의 소개로 스와질랜드 의료봉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간다에서 지속적으로 의료봉사를 해온 교수들은 몇 년 전 스와질랜드 현지에 '스와코(Swakor)'라는 의료기관을 설립하고, 도움이 필요한 스와질랜드 국민들을 치료해줄 한국 의료진을 초청해 정부 병원과 연결시켜주고 있다.
 
송영동 전문의는 스와질랜드 봉사를 계획하면서 처음에는 부담감도 컸다고 설명했다.
 
학생 신분으로 여행 가듯 따라 나섰던 10년 전과 다르게 모든 계획과 물품, 서류 등 준비를 스스로 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의료봉사라는 것이 단순히 의사 한 명이 다녀간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닌데, 어줍지 않은 공명심으로 벌려놓은 일이 오히려 환자들에게 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등의 고민도 많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인공슬관절 수술에 필요한 고가의 임플란트의 비용(1례 당 200만~250만원)을 해결하는 것 또한 문제였다.
 
송 전문의는 "다행히 좋은 뜻을 하늘에서 이해해줬는지 국내 인공관절 제조사인 코렌텍에서 8례의 임플란트를 기부해줬고, 평소 의료봉사에 관심이 많았던 개원의 엄의용 선생님과 NMC 조아람 수간호사가 함께 나서줬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현지에서 조달하지 못하는 장비들과 감염을 철저히 해야 하는 임플란트 기구들을 따로따로 포장하고 사이즈별로 준비했으며, HIV(에이즈) 감염률이 높은 나라인 만큼 여러 보호 장비 등도 따로 구비했다.
 
송영동 전문의는 "의료봉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최대한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해야 수술이나 치료에서 불편함이 없고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홍콩, 에티오피아, 남아공을 거쳐 스와질랜드에 도착한 그는 인공슬관절 수술이 필요한 환자 10명에게 새로운 무릎을 선물했다.
 
스와질랜드는 나라 특성상 고도비만환자가 많아 무릎이 좋지 않은 환자들이 많다.
 
그러나 인구 150만명의 스와질랜드는 인력 및 시설 등 의료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상황으로, 자국민들은 보통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옮겨가 치료를 받거나 이렇게 의료지원을 온 의사들에게 진료나 수술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아프리카 스와질랜드 위치

특히 스와질랜드에서는 의료인을 양성할 수 있는 의과대학이나 전문의 수련과정이 없어 대부분 남아공에 의료공급을 의존하고 있으며, 의료시설 또한 정부가 상급병원으로 운영하는 3곳(전국)과 남아공 출신 의사들이 운영하는 사설 의원, 보건소가 전부다.

송영동 전문의는 "처음 스와질랜드 환자들을 봤을 때 허벅지가 내 허리보다 두꺼운 환자도 있었다"면서 "이들은 모두 걸을 수 없는 상태였으며, 수술도 받지 못한 채 대기자명단에 올라 남아공으로부터 연락이 오기만을 무작정 기다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 10명의 수술은 무사히 잘 마쳤고, 그들은 연일 나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따뜻하게 대해줬다"면서 "스와질랜드에서 기약 없는 수술을 받았다는 감사함을 전했을 때 내 마음은 더 따뜻해졌다"고 뿌듯함을 전했다.
 
이와 함께 송영동 전문의는 "매년 스와질랜드로 의료봉사를 갈 계획이지만 나중에는 자국에서 수련이 불가능한 스와질랜드 의료진을 직접 초청해 술기 등을 교육하고, 그들 스스로 환자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스와질랜드에는 현지 정형외과 의사가 딱 1명 있지만 그마저도 상지전문의로, 슬관절수술 등 상지 외의 수술은 경험이 없다.
 
스와질랜드 현지 의사와 송영동 전문의

한편 해외 의료봉사는 단기 봉사로 인한 팔로업(follow-up) 부재와 자국의 의료보다 외국 의료진 선호 등 그 나라의 의료생태계를 망칠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송 전문의는 "일회성 단기봉사는 그럴 수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그 지역의 환자들이 정말로 원하는 니즈(needs)를 파악해 꾸준히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면서 "봉사 당시 스와질랜드 복지부 차관과 만나는 자리가 있었는데, 동반자로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서로 방법을 모색하자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가장 좋은 것은 그 나라 전문의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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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jhhwang@medigatenews.com)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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