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3.19 06:24최종 업데이트 15.03.1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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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학병원처럼 하면 '낙상' 과실 면한다

2심 법원, 1심 판결과 달리 의료진 과실 불인정

"안전배려의무, 지도설명의무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

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낙상사고 위험성을 고지하고, 주의 깊게 관찰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했다면 안전배려의무와 지도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2012년 당시 82세였던 환자 A씨는 H대학병원 류마티스내과에서 관절염, 골다공증 등을 치료하던 중 화장실에서 넘어져 허리와 대퇴부 통증을 호소했다.

A씨는 H대학병원에 입원해 MRI 검사를 받은 결과 8개 흉부와 요추의 압박골절, 두번째 요추의 급성 파열성 골절 및 신경압박, 4~5번째 요추의 디스크 소견이 확인됐다.

 

그러자 H대학병원 통증클리닉은 내과의 협진 요청에 따라 A씨에게 미추부 천골 틈새에 주사바늘을 삽입, 저농도의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 등을 투여하는 척추미추 경막외 주사시술을 했다.

A씨는 주사시술을 받은 후 시술실 밖 대기공간에서 휠체어에 앉아 보호자와 함께 기능원(환자의 이동을 돕는 병원 직원)을 기다리던 중 휠체어에서 일어서려다가 옆으로 넘어져 바닥에 낙상하는 사고를 입었다. 

H대학병원은 흉부골  CT 검사 결과 대퇴부경부골절이 확인되자 10여일 후 인공관절수술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낙상사고 3일 뒤부터 지속적으로 복부 불편감, 가슴 답답함, 오심 등의 증세를 보였고, 의료진은 소화기 문제로 판단해 약물치료를 했지만 증상이 완화되지 않았다.

이에 H대학병원은 복부 CT 검사를 한 결과 혈전으로 인한 장간막 폐색, 광범위한 소장의 감염 소견을 확인했지만 몇시간 후 색전증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A씨의 유족들은 H병원이 안전배려의무와 요양방법지도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고 나섰다.

척추미추 경막외 주사 시술을 받으면 일시적으로 하지의 감각이상과 마비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의료진은 환자를 주의 깊게 살피고 치료과정에서 보호자 등의 도움을 받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지만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 유족들은 "낙상고위험군인 환자와 보호자에게 낙상예방교육을 하고, 낙상방지조치 등의 요양방법을 지도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해 6월 H대학병원의 과실을 일부 인정, 유족들에게 5천여만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 법원은 "주사시술 후 의료진은 A씨를 치료실 밖에 두고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았고, 시술 전후 주의사항을 고지하거나 낙상예방교육을 하지 않았다"고 환기시켰다.

법원은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의료진은 낙상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미리 환자와 보호자에게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낙상예방을 위한 최선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안전배려의무와 요양방법지도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순간적인 낙상사고까지 예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최근 1심과 달리 H대학병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H대학병원 의료진은 환자를 낙상고위험군으로 분류해 관리해왔고, 이 사건 주사시술를 전후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시술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낙상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주의사항을 고지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H대학병원이 시술후 환자의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등 낙상에 대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해왔다고 판단했다.

H대학병원은 A씨를 낙상고위험군 환자로 분류하고 입원 당일부터 1일 1회 낙상위험사정도구평가 및 1일 3회 낙상예방고위험간호중재를 실시했다.

통증클리닉에서 주사시술을 한 의사는 시술후 30분 이상 침상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설명을 했고, 환자가 시술실 밖 대기공간에 앉아 있겠다고 하자 특별한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기능원을 호출하도록 요청한 사실이 인정됐다. 

 

H대학병원 시술실 간호사인 K씨는 주사시술을 마친 A씨를 보호자에게 인계하면서 기능원이 올 때까지 절대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고 당부했다.

이어 K씨는 휠체어를 시술실 밖 대기공간 벽 쪽에 붙어 있는 대기의자 가까이에 세운 후 휠체어 바퀴를 고정시키고, 그로부터 1m 정도 떨어진 위치에게 환자를 지켜봤다.

그런데 환자가 갑자기 대기의자로 옮겨 앉으려고 일어서다가 옆으로 넘어져 낙상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환자가 갑자기 휠체어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미처 손쓸 겨를 없이 순간적으로 발생한 낙상사고까지 예견하거나 예방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H대학병원 의료진이 안전배려의무와 지도설명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견해다.

 

아울러 서울고법은 "의료진이 환자의 혈전에 의한 폐색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소화기 문제로 판단하고, 이에 따른 처치를 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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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욱 기자 (cwahn@medigatenews.com)010-2291-0356. am7~pm10 welcome.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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