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0.01 07:53최종 업데이트 22.10.0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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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투석 대신 집에서 하는 ‘복막투석’ 4.6%…신장학회 “환자 교육‧상담으로 선택권 넓혀야”

3년 차 ‘복막투석 재택관리’ 시범사업 임상효과·의료비 감소 등 성과 확인…복지부, 본사업 고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우리나라 투석 환자의 약 96%는 주 3회 병원을 찾는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혈액투석’ 대신 집에서 환자 스스로 할 수 있는 ‘복막투석’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환자들에게 투석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정보도 교육도 제공하지 않아 환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신장학회는 환자에게 장점이 많은 복막투석이 제도 미비로 인해 고려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시범사업 단계에 있는 ‘복막투석 재택관리’가 실효성을 갖춰 하루 빨리 본사업으로 이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9월 30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이 개최하고 대한신장학회가 주관한 ‘복막투석 환자의 재택관리 강화 대책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우리나라의 열악한 복막투석 환경에 대한 지적과 함께 이를 장려하기 위한 제언이 이어졌다.
 
복막투석 단 4.6%에 불과하지만…생존율, 의료비용, 환자 삶의 질 모두 장점 ↑
 
대한신장학회 김동기 수련교육이사

우리나라는 말기신부전 유병률이 전 세계에서 5번째로 높고, 말기신부전 발생의 연간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나라다. 말기신부전 환자는 신대체요법으로 신장이식을 하거나 투석을 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신부전 환자의 투석 방법은 ‘혈액투석’ 하나로 사실상 일원화 돼 있다.
 
대한신장학회 김동기 수련교육이사(서울대병원 신장내과)는 “우리나라는 신부전 환자의 약 4.6%만이 복막투석을 받고 있다. 혈액투석이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복막투석이 더 적합한 환자들조차 혈액투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가 자기한테 적합한 투석 방법을 찾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장단점을 비교해보면 복막투석의 장점이 더 많다. 혈액투석은 주 3회 병원에서 4시간가량 시간이 소요돼 학업 또는 경제활동에 한계가 있고, 식이나 수분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단시간에 노폐물을 제거해 피로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비해 복막투석은 집에서 손이나 기계를 이용해 환자 스스로 투석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1~2달에 1회만 병원을 방문하면 된다. 따라서 환자가 경제활동이나 학업을 유지하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김동기 이사는 "손투석을 하게 되면 직접 복막투석액을 교환해야 하는데 대략 3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따라서 청결한 환경만 허락된다면 회사나 직장에서도 충분히 복막투석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비교 자료=토론회 자료집 재가공

사망률과 생존율에 있어서도 복막투석이 결코 혈액투석에 뒤지지 않았다. 김동기 교수는 “복막투석은 4~5년이 지나도 잔여 신기능이 오래 유지돼 초기 사망 위험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또 투석 중 이식을 받는 환자의 이식 후 치료성적 자체도 혈액투석에 비해 더 긍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복막투석은 의료비용 진료비 감소, 환자의 삶의 질 향상 등 장점이 있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복막투석을 하는 환자가 적은 이유는 복막투석에 대한 정보와 교육이 부족하고, 투석 방법을 선택할 때 의료진과 환자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병원에서의 복막투석 전담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해외 국가들은 복막투석의 의료비용 절감 효과를 고려해, 복막투석과 가정투석 우선 정책을 펼치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2008년에 ‘말기신부전 선불상환제도(ESRD PPS)’를 도입해 투석시설에 대해 고정된 보상 금액을 설정하고, 가정투석 선택 시 처음 120일동안 가정 훈련 등을 위해 혈액투석 급여비용의 1.5배를 지급하는 등 복막투석을 장려하고 있다.

김 이사는 “우리나라도 의료기관 중심의 치료에서 환자 중심의 치료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복막투석 재택관리 시범사업’ 83개 기관 참여…예후‧환자 만족도 모두 긍정적 개선
 
대한신장학회 이영기 재난대응이사

우리 정부도 지난 2019년 12월부터 지나친 혈액투석 의존율을 낮추기 위해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시범사업은 투석을 처음 시작하는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투석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환자-의사 공동의사결정을 도입하고 복막투석 시작 이후 질환 및 투석치료 관리를 위한 전문적인 환자 교육과 재택관리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 이영기 재난대응이사(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장내과)는 “시범사업이 3년차에 접어들면서 총 83개 기관이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교육상담료와 환자관리료가 7만 건 이상 청구될 만큼 큰 호응이 있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해당 시범사업의 임상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 복막투석 환자의 대사성 산증, 고칼륨혈증 호전, 복막염 및 도관감염의 감소, 시범사업 미등록 환자 대비 등록 환자의 사망률과 입원율의 감소 등 말기신부전 환자의 예후가 호전됐고, 직접 의료비용 역시 1인당 연간 565만원이 절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범사업에 대한 환자 만족도도 높았는데, 1차년도 복막투석 재택의료 시범사업의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98명중 96.7%가 ’매우 만족‘과 ’만족‘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시범사업이 올해 12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복막투석 치료의 특성상 반복적인 교육과 관리가 필요하고, 이미 사업을 통해 임상효과와 의료비 감소 등의 성과가 확인된 만큼 본 사업으로 전환돼 많은 복막투석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재택관리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투석 환자가 자신의 투석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의사가 환자에게 치료 방법에 대한 양질의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환자의 가치관과 선호도를 종합해 최선의 결정을 하도록 해야 한다. 즉 의사와 환자의 공동의사결정을 강화가 중요하며, 이에 대한 교육상담료를 별도로 분리해야 실질적으로 복막투석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복막투석은 집에서 환자가 직접 투석을 하는 가정투석이기 때문에 반복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상담과 환자 모니터링이 필수다. 교육 상담료 횟수 제한 문제와 수가 현실화 등을 통해 반드시 본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자 입장에서 '긍정적', 양방향 소통 강화 필요성 제안…복지부 “본사업 고려”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정연희 과장

이날 토론회에는 복막투석 재택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한 환자 A씨도 자리해 복막투석 환자의 재택관리 사업의 강화를 요청했다.
 
A씨는 “투석 치료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고민스러운 환자 입장에서는 투석 방법 결정을 위한 의료진과의 상의 및 교육이 없다면, 굉장히 불안하고 외로운 결정이었을 것 같다”며 학회와 마찬가지로 공동의사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A씨는 “복막투석 환자에 대한 교육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좋다. 주요 주제에 대해 동영상 자료를 이용하는 의료진의 직접 교육도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또한 “의료진이 환자가 치료를 잘하고 있는지, 개선해야 할 점은 없는지 월 1회 이상 전화를 통해 모니터링 해주는 것은 환자가 재택치료를 지속해 가는데 많은 도움과 격려가 됐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정연희 과장은 “시범사업인데도 불구하고 70%가 넘는 기관이 참여하고,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현재는 본사업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 본사업으로 전환되지 않더라도 시범사업은 계속해서 지속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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